사법감시센터 기타(jw) 2010-02-25   4903

헌법재판소 사형제도 합헌 결정에 부쳐

오늘(25일)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를 포함한 종교계와 시민사회 단체는 헌재의 판단에 강력히 항의하고 국회가 조속히 사형폐지특별법안을 통과시키길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아래에 기자회견문을 함께 올립니다.

헌법재판소의 사형제도 합헌 결정에 부쳐

오늘 우리는 사형제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강력히 항의합니다.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잔혹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형벌로서, 이러한 형벌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입니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습니다. 생명권은 헌법이 보호해야 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입니다. 이미 많은 국가의 헌법재판에서도  이 법리가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습니다. 1990년 이래로 헝가리, 남아프리카공화국, 알바니아, 우크라이나 등의 헌법재판소는 자국의 헌법이 생명권의 박탈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법률에서 사형제도를 폐기할 것을 결정한 바 있고, 가장 최근에는 러시아 헌법재판소가 자국내 사형선고와 집행 모라토리엄(유예)을 연장하기로 결정하며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권고했습니다.

또한 전세계 197개국 중 2/3가 넘는 139개 국가가 법률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했으며, 평균적으로 매년 2~3개 국가가 사형폐지국의 대열에 합류해왔습니다. 한국도 1997년 12월 이래로 사형집행이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제사회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우리나라를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인 한국의 위상에 먹칠을 하는 것입니다.

비록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가 헌법에 위배되지는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이것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사형제도에 정당성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미 유럽평의회와 범죄인도조약을 맺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것을 전제조건으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를 우리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모두어 보면 유럽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 그리고 대한민국 국내에서 체포된 범인에 대해서도 사형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오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사형집행의 재개와는 무관한 것이므로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국회가 올바른 법을 만들어야 하는 그 본연의 역할을 자각하고 사형제도 폐지에 앞장서기를 촉구합니다. 15․16대 국회에 이어서 17대 국회에서는 의원 과반수가 넘는 175명이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특별법’에 서명 동의한 법안이 제출된 바 있지만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없이 임기만료 폐기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 18대 국회에서도 이미 2개의 사형폐지특별법안이 발의되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제 우리는 법의 이름 아래 자행되는 살인을 계속하도록 허용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를 국회의 사형폐지 입법을 통해 마무리 지을 때가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아직도 57명의 사형수가 사형집행에 대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유난히 사형집행 재개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었던 지난 1년간 2명의 사형수가 신병을 비관해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절망했음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사형폐지국가인 대한민국 정부가 사형집행에 대한 공식적인 모라토리엄을 선포하고 국회가 조속히 사형폐지특별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우리는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2010.   2.   25.
사형폐지범종교연합(기독교, 불교, 성균관,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인권단체연석회의,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사)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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