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법원개혁 1996-04-25   1803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한 의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수 있다는 의견서 발표

1. 바른언론을 위해 애쓰시는 귀사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 최근 드러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의 헌법소원 대상에 대한 갈등에 대해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는 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습니다.

3. 사법감시센터에서는 이번의 갈등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힘겨루기로 해석되기 보다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검토되고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이 극도로 위축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사법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 문제가 기관간의 역할문제로 축소되지 않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인정해나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4. 별첨 : 의견서 전문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인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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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양도소득세 세액산정에 대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의 법적 효력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계 문제가 심각성을 드러내 보였다. 이 사건은 단순히 양도소득세 세액산정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대해 대법원이 일종의 공격을 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문을 낳았다.  그것은 종래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대해 시비를 걸어 마찰이 적지 않았고, 현재 법원의 판결을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으로 할 것이냐가 바로 헌법재판소의 심판의 대상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의문을 증폭시킨다.

법학계에서는 법원의 판결도 국가권력의 하나인 사법권력의 작용이기 때문에 국가권력을 만들어 낸 헌법에 기속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 실무계에서도 의견이 나누어져 있지만 반대론의 경우도 4심이 된다는 것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 이외에는 이런 헌법원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견해를 찾기 어렵다.

우리 나라의 헌법소원제도는 1987년 국민의 민주화 투쟁에 의해 얻어낸 1987년 헌법에 의해 인정된 것이다. 이 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철저히 보장하기 위하여 기존의 통상적인 권리구제 절차를 밟았으나 구제를 받지 못했을 때 마지막으로 기본권 구제를 구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단순한 필요성을 넘어 철저히 현대 입헌 민주국가의 원리에 의해 인정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헌법소원의 대상에는 당연히 모든 국가의 공권력의 행사와 불행사가 포함됨에도, 당시 법원의 집요한 로비에 의해 매우 어색하게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이를 제외하는 규정을 두었다. 그 결과 실제로 우리의 헌법소원은 매우 한정된 영역에서만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기능만 하게 되었다. 즉 국민은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한 경우 어떤 경우에도 기본권을 구제받아야 하는데,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에서 제외됨으로 인하여 거의 대부분은 법원의 재판을 받는 것으로 끝을 맺어야 했다. 그 결과  헌법소원이 국민의 기본권 구제 수단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의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과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정도에 머물고 있다 .

그러나 법원의 재판이 재판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가 적지 않았음을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 알수 있다. 아무리 타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 경우라도 법원이 그런 침해가 없다고 하면 더 이상 국민은 호소할 데가 없었다. 입법작용, 행정작용 등 모든 국가권력이 그렇듯이 국가권력의 일차적 임무는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실현시키는 것이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입법작용, 행정작용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그 구제수단을 두고 있다. 이 점은 법원의 재판도 마찬가지이다. 법원의 재판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할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 과거 법원의 재판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제대로 구제 받지 못한 경우 국민은 법정에서 판사를 비난하거나 재판받기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항거하였으나, 오히려 국민은 더한 피해를 보았다. 바로 이런 재판의 이름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국민이 주권자의 지위에서 헌법을 제정하고, 이런 헌법이 국가법질서의 최상위에 있는 한,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재판하는 것은 국민의 주권자적인 지위에서 나오는 당연한 요청이다. 현대 입헌민주국가에서는 어떠한 권력도 국민이 합의한 문서인 헌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의 의사인 헌법의 틀안에서 행사되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자가 만든 법률조차도 이런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법원의 재판이 이런 통제에서 벗어나 있겠다는 것은 납득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시민 감시운동을 해오고 있다. 이런 시민의 감시는 법원의 재판절차상의 잘못을 시정하고, 판사의 잘못된 언행을 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으나 헌법에 위반하여 내린 판결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으로 있을 밖에 없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에서 이런 무풍지대가 생긴 것은 법원의 재판이 헌법의 통제 밖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민들은 그간 헌법재판이 국민에게 얼마만한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도 벌써 9년째 헌법재판을 해오면서 국민들은 자기의 권리와 자유를 찾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우리들의 정당한 몫을 찾기 위해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법원도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 대해서는 공복으로서의 지위에 있다. 국민은 주권자의 지위에 있고, 법원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고 실현시키는 것에서만 존재 의의를 가진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의 어디에도 없다.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또하나의 재판을 하는 것이라고 법원은 반대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법원이 하는 재판을 다시 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로지 법원의 재판이 재판이라는 이름 하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지 않나 하는 것만 심판하는 것이다. 그것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수호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의무이고 사명이다.
헌법재판소의 활동이 눈부신 효과를 거두고 있는 독일의 경우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곧바로 4심화 되어 부작용을 빚는 일은 거의 없다.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자기의 권한과 역할을 잘 알아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몫만 열심히 한 결과 헌법재판을 성공시켰다. 국가권력의 분립과 분립된 권력의 기능은 기관 이기주의에 따라 제멋대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원리, 국가작동의 원리에 따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어느 한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주권자인 국민의 편에서, 주인된 입장에서 법원의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으로 주장하는 것이며, 국가가 제대로 기능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법원의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할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국민의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고, 입헌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법원은 더이상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겸허하게 헌법 아래에서 국민의 공복으로 자기의 역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법원의 재판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실이 들어날 것을 막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열심히 재판하는 것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제대로 재판한다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두려워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두려워 하겠는가.

jwc19960425.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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