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5-08-30   959

[‘경범죄’ 이젠 고치자] ③ 잣대적용 ‘들쭉날쭉’

참여연대-경향신문 공동기획

2002 년 한·일 축구 월드컵을 앞둔 2001년 경찰은 경범죄 위반사범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그해 1년 동안 오물투기 혐의로 적발된 인원은 3백32만여명이었다. 전년도에 비해 50%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경찰의 강도 높은 단속은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인 2002년 5월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은 월드컵과 함께 끝났다. 그 이후부터는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2002년 오물투기 적발사범은 1백66만여명으로 전년도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경찰이 단속을 하지 않은 이유는 월드컵이 끝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해 연말에는 공교롭게도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청의 한 고위간부는 “선거를 앞두고 경범죄 단속을 강하게 해서 (정권에) 득이 될 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경범죄처벌법의 권위가 떨어진 데는 이처럼 경찰 단속이 국가나 정권의 일시적인 ‘필요’에 따라 이뤄지거나 중지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작용했다. 특히 경범죄 단속은 캠페인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3 년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경찰은 이른바 ‘기초질서 위반사범’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92년 경범죄 위반으로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은 사람은 48만6천명.

그러나 93년에는 3백34만명으로 무려 7배나 늘었다. 당시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장소에서 금연 운동이 진행되면서 ‘금연 장소에서의 흡연’ 단속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캠페인이 시들해지면 경찰의 강력한 단속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경찰 단속은 경찰 고위 간부의 개인적 소신에 따라 극심한 기복을 보이기도 한다.

호남 지역의 한 경찰청 생활질서과 관계자는 “지방청장이나 경찰서장 중에는 유독 특정 경범죄 사범에 대해 엄하게 단속하는 분이 있다”며 “이런 분들이 부임하면 지구대별로 단속 경쟁이 벌어져 갑자기 적발자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2002년 경범죄처벌법 법규별 즉심청구 현황을 보면 경찰 단속의 지역차를 확연히 읽을 수 있다. 그해 서울 지역에서는 ‘총포 등 조작장난'(제1조 50호) 혐의로 52명이 즉심에 회부됐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충남·전북·경북경찰청이 각각 1명을 즉심에 회부했을 뿐 다른 지역에서는 단 1건의 단속 실적도 없었다.

암표 매매 단속도 서울에서는 267명을 즉심에 회부했으나 강원, 충북, 경남, 제주 등지에서는 즉심회부 기록이 1건도 없었다. 공원이나 명승지 등에서 함부로 풀·꽃·나무 등을 꺾거나 자연을 해친 사람을 처벌하는 ‘자연훼손’ 조항은 역설적이게도 관광지가 밀집돼 있는 강원도나 제주도에서는 단속 기록이 없다. 그러나 경남지역은 즉심청구가 35건으로 대조됐다.

경향신문 오창민·장관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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