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칼럼(jw) 2010-06-14   3577

검사와 스폰서, 권력이 있는 곳에 향응과 검은 돈이 흐릅니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연례행사처럼 터집니다. 2007년에는 ‘삼성떡값검사리스트’, 지난해에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이번에는 현직 검사장과 대검 감찰부장까지 국민을 실망시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끊이질 않는 것일까요? 떡값과 향응, 이것은 한국사회 특유의 온정주의의 발로가 아닙니다. 관행으로 치부될 일도 더더욱 아닙니다. 인간관계와 문화라는 이름으로 미화될 수도 없습니다.

 
엄연히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뇌물수수행위입니다. 향응과 성접대도 직무관련성이 있는 대가있는 이익입니다.  MBC PD수첩이 밝힌 제보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진상규명위원회는 면죄부에 불과한 조사결과를 발표하여 국민을 또 다시 실망시켰습니다. 제보자의 제보가 신빙성이 없다고도 하고, 공소시효가 지났다고도 합니다. 금품수수사실을 인정하고도 대가성을 부정하여 뇌물수수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성접대 사실을 인정하고도 한두 명만 형사 처벌하라는 권고로 용두사미에 그쳤습니다. 거의 대부분 징계나 인사 조치에 그쳐 온정주의적이고도 솜방망이식 조사결과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지난해에도 검찰총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스폰서의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천성관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비리를 적발하고 기소해야 할 검찰이 스스로의 비리에 눈감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검사비리가 끊이질 않는 것입니다. 떡값리스트가 심심하면 터지는 것입니다. 기소와 징계의 불이익을 받아야 할 비리연루자들이 오히려 변호사로 개업해 전관의 예우까지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체 진상조사에 그칠 일이 아니었습니다. 관련당사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기소가 뒤따라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검찰이 주도하는 진상규명은 한계가 있음을 보았습니다. 진상규명위원회의 위원장이 ‘검사도 사람이니 너무 매도하지 말라’고 주문할 때부터 알아차렸습니다. 결국 온정주의 발언으로 비리척결의 의지도 없고 비리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이 조사결과에서 드러났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접대문화에서 찾으니 1검사 1문화 갖기 운동이라는 황당한 개선안도 내놓습니다.
통제받지 않는 비대한 권력과 재량권이 스폰서와의 유착원인입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은 별도의 기구로 검찰권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검찰인사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런 자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감찰부장의 자리를 꾀 차게 되었습니다. 차제에 인사시스템도 정비해야 합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스폰서 검사에 대한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 후 검사들의 부패・성상납 비리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자체개혁안을 내놓았습니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찰수사에 대한 기소여부의 의견을 듣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검찰이 아무리 비리를 저질러도 스스로를 수사하고 처벌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과잉수사(過剩搜査)도 그렇지만 과소수사(寡少搜査)도 문제입니다. 검찰 및 공직자를 수사・기소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필요성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이 조금씩 정치에 물들기 시작하면서 퇴행하더니 이미 스폰서 문화에 젖어버린 지는 오래되었나 봅니다. 검찰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더 이상 면피용 개혁안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다가 불신의 나락으로 추락할 것입니다. 검찰권의 분산을 통한 견제라는 근본적 문제해결을 피해서는 안 됩니다. 검찰개혁, 검찰 스스로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국회와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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