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법원개혁 2006-01-05   3211

법원이 판결문을 선별하여 공개하는 현재 방식 바뀌어야

‘사법감시’誌 제27호 “판결문 공개실태 조사결과” 발행

고위법관 인사평가에 필요한 하급심 판결문, 27년 경력 법관의 경우 겨우 18건 공개

“대법원판례해설” 논문대상 2002~2004년 상반기 대법원 판결중 42건이나 미공개

1.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오늘(5일), 판결문 공개실태 조사결과를 수록한 ‘사법감시’誌 제27호를 발행하였다.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법원이 판결문을 선별하여 공개하는 현재 방식의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으며 이의 개선이 필요함이 확인되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대법관 후보급으로 볼 수 있는 27년 경력의 고위법관들의 하급심 판결문은 법원이 제공하고 있는 공식적인 판례검색시스템을 통해서 1년에 채 1건도 공개하고 있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법원도서관이 발행하고 있는 “대법원판례해설”에서 논문대상이 될 만큼 중요한 대법원 판결 중 상당수도 공식적인 판례검색시스템에서 공개하고 있지 않다.

대법관 후보자 등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필요한 하급심 판결문을 거의 공개하고 있지 않으며, 법원 스스로 중요하다고 본 대법원 판결의 판결문마저 공개하고 있지 않음이 확인된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로써 법원이 공개하기로 결정한 판결문만 선택하여 공개하는 현재의 공개방식에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음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인바, 법원이 선별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모든 판결문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2. 판결문의 공개확대 요구는 과거에도 표출된 바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도 하급심 판결문에 대한 공개확대를 촉구한 바 있으며, 2004년에 활동을 종료한 사법개혁위원회도 판결문의 공개확대를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판결문을 전면적으로 공개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활동중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도 이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사개추위의 입장을 정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법원이 공개할 판결을 선별하는 현재의 공개방식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법원의 공식적인 판결문 공개방법중 가장 많은 판결문을 찾아볼 수 있는 ‘법고을LX’ 시스템을 기준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측면에서의 판결문 공개실태를 조사하였다.

첫째, 대법관 후보자 등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위해 필요한 하급심 판결문은 적정한 수준으로 공개되어 있는가?

이를 파악하기 위해 참여연대는 대법관 후보급으로 볼 수 있는 각 지방법원장과 고등법원장 전원 및 언론에 의해 후보자로 거론된 고등법원 부장판사 2인 등 고위법관 28명의 하급심 판결문이 ‘법고을LX’ 시스템을 통해 얼마나 공개되어 있는지를 조사하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법관재직기간이 평균 27.4년에 이르는 이들 28명 고위법관의 경우 1인당 겨우 평균 18건의 하급심 판결문만 공개되어 있다. 이중에서도 재판장으로 선고한 판결의 경우와 배석판사로 참여한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면, 재판장 참여 판결문 숫자는 겨우 11.2건에 불과했다.(표1. 참고). 10건 이하만 공개된 경우도 5명이나 되었으며, 가장 많은 판결문이 공개된 경우도 37건에 불과하여 40건이 넘은 경우는 단 1명도 없었다(표2. 참고). 27.4년의 법관재직기간을 감안하였을 때, 이같은 공개수치는 1년에 1건의 판결문도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2003년 이후 대법관에 임명된 7명의 현직 대법관의 하급심 판결문 공개실태조사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2003년에 임명된 고현철, 김용담 대법관을 비롯하여 최근 임명된 박시환 대법관까지의 하급심 판결문 공개실태를 보며, 평균 9건만이 공개되어 있으며, 재판장으로 참여한 판결문의 공개도 6.4건에 불과했다(표3.참고).

이같은 사실은 하급심 판결문중 공개된 것이 극히 소수라고 하는 점을 넘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거론되는 고위법관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자료로서의 하급심 판결문이 거의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법원 또는 법관들 스스로 중요하다고 보아 논문대상으로 삼고 있는 판결들의 판결문은 모두 공개되고 있는가?

이를 파악하기 위해 참여연대는 법원도서관이 발행하고 있는 “대법원판례해설”이라는 공식간행물에서 논문대상이 된 대법원 판결중 미공개되어 있는 사례가 있는지를 조사하였다. “대법원판례해설”은 재판연구관들이 매년 상,하반기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중에 선별하여 해설논문을 모은 것으로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발행되고 있는 것으로, 여기에 수록된 대법원 판결은 법원이 공개할 판결을 선택하는 현재의 공개방식에서도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판결들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사결과에 따르면, 근래에 법원도서관이 발행한 “대법원판례해설” 제40호부터 제50호에서 논문대상이 된 대법원 판결중 42건은 ‘법고을LX’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미공개 판결이었다(표4. 참고). 그리고 “대법원판례해설” 수록 논문에 인용 또는 참조된 판결중에서도 미공개된 판결이 상당수에 이르렀다. “대법원판례해설” 제49호만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49호에 수록된 논문에 인용, 참조된 판결 중에서 총 122건(대법원 판결 91건, 하급심 판결문 31건)의 판결문이 미공개되어 있다(표5. 참고).

재판연구관들의 세미나 자료로서 논문의 대상이 될 만한, 즉 “대법원판례해설”에 수록될 판결이라면 그 의미가 결코 적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다수의 대법원 판결들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법원이 공개할 판결을 선택하고 있는 현재의 공개시스템 자체도 얼마나 부실한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법원공식 판례해설서 외의 사법연수원 교재나 권위 있는 판례평석서에서 거론된 판결들은 모두 공개되어 있는가?

이를 파악하기위해 참여연대는 사법연수원 교재인 “형사재판실무(2004년판)”와 법관들이 주요 구성원인 ‘민사판례연구회’가 발행한 “90년대 주요민사판례평석(2001년 발행)”에 인용 및 참조된 판결들이 모두 공개되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법연수원 교재인 “형사재판실무(2004년판)”에서 인용, 참조된 판결 중 22건의 대법원 판결들의 판결문이 미공개되어 있다. 그리고 “90년대 주요민사판례평석”의 민법 편에서 인용, 참조된 판결 중 34건의 대법원 판결들의 판결문이 미공개 되어 있다.

국가기관의 공식적 교재 또는 권위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판례평석서에서 인용, 참조될 정도의 판결이라면 그 판결의 가치가 결코 적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공개 되어있는 대법원 판결들이 20~30건씩 있다는 것은, 앞서 “대법원판례해설”의 경우와 같이 법원이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현재의 공개시스템이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3. 법원이 공개하는 하급심 판결문 숫자가 극히 미미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된 극히 저조한 수준의 하급심 판결문 공개실태는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 고위법관 임명 후보자가 된 법관에 대하여 그의 하급심 판결내용을 근거로 한 국회차원의 인사청문이나 시민사회의 평가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같은 고위법관 임명과정의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충하기 위해서, 즉 사법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급심 판결문의 공개확대는 필수적이며 시급한 과제이다.

또 법원이 판결문을 선별적으로 공개하는 현재의 방식은 공개되지 않은 판결문에 대한 법원외부자들의 접근가능성에 부당한 차별을 발생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들이 변론중인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유사한 판례의 판결문을 공식적인 판례검색시스템, 예를 들어 대법원이 제공하고 있는 판례검색시스템인 ‘종합법률정보’나 ‘법고을LX’를 통해 찾지 못하고, 개인적 연고가 있는 법관에게 부탁하여 법원내부 전산망을 통해 구하는 경우도 있다.

판결문이 공적기록물(public record)이라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이같이 사적인 관계에 의해 판결문 확보가 좌우되는 것은 비정상일뿐만 아니라 부당하다. 변호사들의 변론활동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를 변호하는데 필요한 판례를 찾는데 부당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법치주의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게다가 판결문을 법원이 선별하여 공개해야 할 어떠한 명분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같은 선별조차 이번 조사결과에서 드러났듯이 모순적이며 자의적이다. 지금까지 판결문 공개확대의 어려움으로 법원이 제시해왔던 판결문에 기재된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기술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를 판결문에는 기재하지 않고 별도의 재판기록에만 기재하도록 함으로써 선고내용의 집행에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개인정보 누출 문제를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법원내부 전산망에 올라가 있는 판결들도 적정한 예산만 투입되면 전산처리에 의해 비실명화하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따라서 법원이 공개할 판결을 선정하고 이것들만 공개하는 현재의 방식을, 모든 판결문을 일반적으로 공개하여 누구든지 자유롭게 검색하여 판결문을 구해볼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끝.

▣ 별첨자료

1. 사법감시 27호(PDF파일)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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