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법원개혁 2006-01-19   2556

실망스러운 대법원의 판결공개확대 계획

법원도서관에 직접 가서 신분증을 내고 판결검색하라는 것이 21세기 사법부의 수준인지

1.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라는 요청과 관련하여 대법원이 ‘판결공개확대 계획(안)’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제출하였다. 대법원의 계획에 따르면, 대법원은 법원도서관에 설치된 검색시스템을 통해 판결문을 검색, 열람할 수 있으며, 출력할 경우에는 별도의 신청절차를 거쳐 이메일로 판결문을 송부받는 방식을 올해 5월부터 시범실시한다고 한다. 물론 이같은 검색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법조인과 법원도서관의 승인을 받은 자로 제한되어 있으며, 시범실시 결과를 평가하여 판결공개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한다.

이같은 대법원의 계획은 판결문을 대법원이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현재의 방식이 일부 바뀌는 것이기는 하지만, 국민들이 자유롭게 판결문을 검색, 열람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지난 5일 ‘사법감시’ 제27호를 통해 판결문 공개실태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법원도서관에 직접 가서 신분증을 내고 판결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판결문 공개확대와 관련한 21세기 한국의 사법행정을 책임진 이들의 계획이라는 점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2. 대법원은 판결문 검색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극도로 제한하였다. 대법원은 검사와 변호사, 대학교수, 그리고 국가기관이나 시민단체 임직원으로서 법원도서관장의 승인을 받은 자, 그 외 법원도서관장의 승인을 받은 자로 한정하였다. 판결문에 실린 개인정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일반인들의 접근은 봉쇄하고 몇몇 직역 종사자나 법원도서관의 승인을 개별적으로 취득한 자로만 한정하였는데, 이렇게 한정된 사람들이 개인정보를 악용할 우려가 없다는 것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대법원이 지목한 이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은 왜 개인정보를 악용할 사람으로 간주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판결문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정당한 법적근거없이 차별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 할 수 있을텐데,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이렇게 근거없이 제한하고 차별하는 것이 사법부의 위상에 맞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대법원은 판결문을 열람,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법원도서관에 마련한 특별창구에만 설치하기로 하였다. 즉 판결문을 열람 검색하려면, 서울시 서초동에 있는 법원도서관까지 직접 가야한다는 말이다. 서울이 아닌 저 멀리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 판결문 검색열람을 위해서는 고속열차나 비행기를 이용하고 지하철을 타면서까지 법원도서관까지 오라고 하는 것을 판결공개확대 계획이라고 제시하는 사법행정 책임자들의 발상에 놀랄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는 지난 2004년 12월 사법개혁위원회의 건의문에 들어가 있는 “각급 법원의 웹사이트를 통한 신속한 공개”라는 목표에 한발짝도 가까이 나아가지 않고 현재의 시스템에 대해 접근 가능한 사람을 몇 백명 정도 추가하는 매우 행정편의적인 발상일 뿐이다.

3. 이와 더불어 대법원이 밝힌 계획은, 판결문에 실린 개인정보의 보호와 판결문 공개의 필요성 사이의 충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도 못한다. 대법원의 계획처럼 검색한 후 요청된 판결문의 개인정보를 개별적으로 삭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정보를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고 별도의 재판기록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나, 현재의 컴퓨터기술을 활용하여 판결문에 실린 개인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비공개 처리할 수 있는 방식 등 판결문 공개와 개인정보 노출에 따른 프라이버시 충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이 밝힌 계획은 전면공개에 필요한 시스템을 준비하는 기간동안의 일시적인 조치로서만 의미를 가질 뿐이다. 다시 한 번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행정 책임자들이 국민 누구나 법원의 판결문 전체를 부당하게 제한받지 않고 검색, 열람할 수 있는 ‘판결공개확대 계획’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끝.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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