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9-01   1563

[06호] 법률구조, 법률서비스 개선의 관건

지상중계・토론회⌈신속하고 성실한 형사법률구조 방안⌋

법률구조, 법률서비스 개선의 관건

‘법률구조제도’는 일종의 사법 차원의 복지제도로서 가난한 사람에 대한 자선의 차원을 넘어 법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법의 규범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다. 그러나 그동안 법률구조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은 대단히 미흡하였다. 이에 지난 6월 26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는 ⌈신속하고 성실한 형사법률구조 방안⌋이라는 주제로 법률구조의 각 분야에 대한 현상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당직변호사운영위원회 간사인 임영화 변호사와 미국 워싱턴 D.C. 및 펜실베니아주 변호사인 서원대 법학과 김재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석환 변호사, YMCA 시민중계실 신종원 실장, 김한주 변호사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각 영역별로 토론과 발제의 내용을 싣는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권파수꾼’

– 당직변호사제도-

발제 : 임영화 변호사

당직변호사제도는 불법연행, 가혹행위 등의 인권침해를 당하였거나 그 밖의 사유로 수사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줌으로써 국민에게 봉사하고 인권 신장을 기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93년 5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처음 실시하였다. 현재 전국 12개 지방변호사회에서 모두 실시하고 있으며 초회접견, 진상조사보고, 사건 선임 등의 방법으로 의뢰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비록 최근들어 당직변호상황실을 찾는 발길이 줄고 변호인들의 성실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과 자성이 일고 있으나 이 제도가 갖는 의미를 생각할 때 형사법률구조제도에 있어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분야로 꼽을 수 있다.

96년 현재 서울지방변호사회 당직변호사 등록자수는 390명(서울회 1900여명의 20%선)이며 총접수건수는 4,120건, 선임 총건수는 658건이다. 1995년 1월부터 동년 10월까지 보통 월 100∼150건 정도 접수되었으나, 최근에는 월 50∼70건 정도로 감소된 상태이다. 접견장소는 경찰서 3,173건, 구치소 866건, 검찰청 34건, 대공분실 28건, 경찰청 7건, 기무사 12건이다.

제도 시행 후 3년 동안 수사기관에서의 인권침해사례를 대폭 감소시키고, 수사방법에 관한 발상전환을 촉구, 개선하는 등 제도적 성과가 있었음은 사실이나 최근 제도시행 직후의 열기가 침체되고, 홍보의 부족과 변호사들의 성실성 부족으로 인하여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서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당직변호사 등록의 확대, 현재 16-20%정도인 선임률의 제고, 독립된 변호인 접견실 설치 촉구, 외국인을 위한 변호대책 수립, 시민들에 대한 홍보방안 모색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시민의 협조와 후원 필요

당직변호사제도가 ‘인권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후원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호사와 법률구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 신뢰회복이다. 변호사들이 성실한 변론으로 전문가다운 모습을 가꿔나가야 함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변호사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수사단계에서 당직변호사실을 찾았다가도 소송에서의 선임은 전관 출신의 변호사에게 하는 일부 의뢰인들의 구태의연한 의식이나 ‘싼 게 비지떡’이라는 식의 높은 수임료가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편견은 법률구조제도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각 분야(단체)의 독자적인 법률상담 시스템과 병행하여 법률상담의 사건에 따른 효과적인 분배와 시민편의를 위한 상징적인 통합안내전화번호, “가령 시민법률상담은 모두 117” 식의 접근도 가능하다. 이러한 법률구조 시스템 간의 네트워크와 통합운영을 위해서는 시민의 후원모임과 기금조성도 필요하다.

132, 일단 세 번만 두드리세요

– 대한법률구조공단 –

토론 : 이석환 변호사

법률구조의 개념은 법 자체나 법률전문가에 대한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 즉 경제적인 이유나 처하고 있는 지역의 사정 또는 변호사의 업무영역이 소송에 집중되어 있음으로 인해 시장경제의 원리가 아직 작용하지 않는 부분에 법률조력을 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법률구조제도가 여기에서 출발하며, 가장 기본적으로는 돈이 없어서 법률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법률구조라고 본다.

일본의 경우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의 선임이 변협의 주관 아래 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부분의 사건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우리의 운영체계에서는 법률조력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 도움을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한정된 법률구조의 대상을 설정할 수 밖에 없고, 법률구조의 현실적 접근방법도 영역대상자의 문제에서부터 출발할 수 밖에 없다.

공익법무관으로 인력부족 해소

현재 법률구조공단에서는 대상자의 소득뿐 아니라 지역에 대한 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 변호사의 70% 가량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검찰과 법원이 소재한 대도시에만 변호사가 있기 때문에 시·군 단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기 매우 힘든 위치에 있다. 현재 시군법원이 103여개가 생겨 재판이 열리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변호사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법률구조공단에서는 농어민을 필수적인 대상자로 포함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1987년 창단 이래 모든 영역의 무료상담과 민사, 가사사건의 소송구조활동을 벌여왔다. 소송구조활동을 제한적으로 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변호사 인력의 절대부족이었다. 그러나 전담변호사의 인력부족은 95년부터 공익법무관 제도가 시행된 후 차츰 해소되어가고 있다. 국방부의 이해를 구해 군에서 소요되는 인원을 제외한 사법연수원생들이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하게 되었고 금년까지 공익법무관 100명 중 52명이 법률구조공단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 11개 지국 39개 출장소 중에서 8개의 출장소를 제외하고는 변호사 및 공익법무관이 1명 이상 근무하고 있다.

검찰에서의 독립 추진

민사, 가사 법률구조보다 화급한 형사사건에서의 구조활동을 벌이지 못한 또하나의 이유는 법률구조공단이 법무부 산하단체로 되어 있었던 데에 있다. 72년 법률구조협회였을 때에는 협회장 자체가 법무부 차관이었으며 전담 직원 자체도 40여명에 그쳤고 법무부 자체의 일부업무로 취급되었으나 창단 이래 조직적인 독립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검찰청사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검찰에서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진 사건을 얼마나 적절하게 변호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되었고, 실제로 지국과 출장소장이 아직 검사장이나 지청장에 의해 겸직되고 있다. 그러나 인력이 확충되면서 5~7군데가 독립된 사무실을 얻게 되었고 한해에 5개 이상씩 사무실 독립을 이루고 있다. 사무실 독립 문제가 해결된다면 인적인 독립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보여진다.

이에 금년 6월 1일자로 법률구조공단에서도 형사법률구조를 시작하게 되었다. 민사와는 달리 완전한 무료로 시행하고 있으나 과다한 신청을 막기 위해 대상자 범위를 민사에 비해 축소해서 실시하고 있다. 형사법률구조의 대상은 생활보호대상자, 농어민, 국가보훈대상자, 기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며, 그 외 장애인이나 소년소녀가장,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정하는 소액임차보증금 범위 내에서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다.

전담변호인력의 확보, 검찰에서의 인적, 공간적 독립 문제가 점차로 해결되어 나가고 있기에 앞으로의 법률구조공단의 과제는 수사단계에서의 형사법률구조와 대상자 범위의 확대, 법률구조의 사각지대인 행정분야와 관련된 국가상대의 소송영역으로의 법률구조활동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4월부터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는 정보통신부의 협의로 132(일단 세 번만 두드리세요)전화번호로 무료법률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법률소비자운동의 선봉

– 서울YMCA 시민중계실 –

토론 : 신종원 실장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시민중계실은 법률소비자운동의 영역에서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일을 해왔다. 법률과 시민생활, 법률과 소비자 문제의 상관성에 대한 빠른 인식을 한 시민중계실은 시민들, 소비자의 생활사에서 법률문제를 보편적으로 파악하고 이들의 관점에서 제반 법률적인 문제들을 풀어나가고자 하고 있다.

시민중계실에서는 제조물책임소송, 학습지 부당광고 등 집단소송 형식의 공동소송을 진행해 왔으나 형사법률구조는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하였다. 기소단계 이후 무고사건, 무죄주장사건 등 현저하게 억울한 사건이나 공공성이 보이는 사건에 대해 제한적으로 구조활동을 벌여왔고, 이것도 당직변호사제도가 생기기 이전의 활동이었다.

법률구조법인화, 양식도 없었다

시민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법률구조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법률구조활동에 국가의 큰 개입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국가나 다른 민간단체의 활동보다는 현실적으로 변호사와 같은 전문인들의 직능단체에서 담당해 주어야 하며 변협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효율적인 법률구조활동을 위한 방법이라고 본다.

시민중계실의 경우 법률구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81년이고 86년에 변호인단이 정식으로 만들어졌다. 변호사 업무영역 내에서의 일탈, 부정적인 요소들이 의뢰인들에게 반영되어 시민중계실을 찾는 사람도 많았으나, 주로 소비자소송, 집단적 사안, 국가의 행정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에 집중해 왔다. 그 예로 아직 진행중인 사건으로서 작년 정신이상 세입자가 일가족을 몰살시킨 사건이 있었다. 사건 발생 전 주인집 부부가 경찰에 4번이나 신고를 하고 신변보호요청을 했으나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처하여 결국 일가족 모두가 몰살당했던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이러한 행정의 부작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한 상태에 있다.

법률구조의 문제점 중의 하나로 법률구조법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법률구조법의 본질은 법률구조에 대한 사회적 참여를 독려하고 분위기를 조성하여 민간의 법률구조사업을 촉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구조법의 대부분은 법률구조공단의 설치와 운영에 대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시민중계실에서 법률구조법인 신청을 위해 법무부 인권과를 찾았으나 등록에 대한 서류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두 번째로는 법률보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간의 법률구조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 시급

세 번째로 민간차원의 법률구조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일례로 1,000만원 정도인 자동차를 산 사람이 차를 처음 살 때부터 제품에 문제가 있어 무척 고생을 했는데, 자동차 회사가 차를 바꾸어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그 소송에 몇 년을 고생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었다. 상품 자체의 결함에 대한 제조물책임소송 같은 것에서 소송의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소송비용 뿐 아니라 변호사 수임료의 문제도 있는데, 도와주는 변호사들도 경유사건이 되면 상당한 세금을 물어야 하고 무료법률구조를 YMCA 회장 명의로 확인을 해주어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공익적인 집단소송의 경우 이러한 소송비용, 소송서류의 간소화, 무료수임의 경우 이에 대한 세금의 면제 등 민간차원에서의 법률구조가 활성화되기 위한 법률의 제정과 정비가 필요하다.

형사법률구조의 기본

– 국선변호인 제도 –

토론 : 김한주 변호사

형사법률구조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제도로 인정되는 것이 국선변호인 제도이다. 국선변호의 필요적 대상이 되는 사람은 형사소송법상 미성년자, 70세 이상되는 사람, 농아자,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사람, 빈곤, 기타의 사유로 변호인선임을 할 수 없는 때, 법정형이 단기 3년 이상의 중죄인 경우이다.

전담변호인단 운영으로 개선

최근 들어 국선변호인제도가 상당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선변호인들의 불성실과 변론 내용에 대한 불만족 등이 비판의 주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이전에는 전체 변호사를 대상으로 국선변호사를 지정·선정하였으나, 최근 성의 없는 변호사들도 국선변호를 맡아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법원마다 50명 정도의 변호인단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국선변호를 맡기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시행 후 자발적 가입의사를 표시한 변호인단이 국선변호를 맡기 때문에 변호를 하기 위한 열의가 높아져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보수의 문제도 일률적으로 7만원, 10만원을 지급하던 것이 차별화되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사건에는 보수를 더 지급하도록 하였으나 아직 그 시행이 미미하다.

보수가 현실화되지 않는 이유는 첫째로 예산문제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권위주의가 작용한다. 법정에서 국선변호를 하다가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한다거나 검사와 다툰다거나 하면 뭔가 검사나 판사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 ‘국선변호인이 뭐 저렇게 열심히 하냐’는 것이다. 그런 인식이 일부 남아 보수현실화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선변호제도는 기소된 후에만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국선변호제도는 일종의 사회보장제도로서 피고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로 보아 변호인 선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소 전단계인 피의자 입건과 구속과정에서도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구속, 연행 직후에 국선변호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법원에 바로 요청을 해서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국선변호의 요건에서 보완되어야 할 점은 외국인 노동자의 부분이다. 외국인도 언어상의 장애 때문에 농아자나 심신장애자 못지 않게 자기변호 능력이 없으므로 그들도 국선변호의 필요적 요건에 해당되도록 보완되어져야 한다.

법원의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

국선변호인의 경우 현실적으로 검찰의 소추 내용에 맞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한다는 변호인의 기본적인 역할보다는 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에 협조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국선변호 자체가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있어서 최소한의 인권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설정된 것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모순으로 볼 수도 있으나, 국선변호인도 변호인이므로 본질적으로 피고인의 입장에서 방어권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국선변호인의 자세 못지 않게 국선변호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자세도 전환되어야 한다. 국선변호의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인권보장을 위해 국선변호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할 수 있다’는 요건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아 형사 피의자들이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원의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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