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7-08-01   1910

[09호] 소수주주권 행사로 기업감시의 새로운 장을 연다

참여연대 대안-16.7

소수주주권 행사로 기업감시의 새로운 장을 연다

이승희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간사)

주식시장에서 지금까지 소액주주들은 대주주의 주가조작이나 경영횡포로 인한 일방적인 피해자였다. 그러나 이제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보호하고 기업을 감시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올 4월 개정된 상법이 시행되어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이 완화됨에 따라 보다 쉽게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국내 최초 주주대표소송 제기

이에 따라 지난 6월 3일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는 제일은행 소액주주 52명의 위임을 받아 0.506%의 지분으로 상법 제403조에 규정된 대표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상법상의 대표소송제도는 상법 제정 당시부터 규정되어 있었지만 실제 소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일은행은 당진제철소 건설과정에서 경영주의 부실경영과 과다부채의 누적으로 부도처리될 것이 예견되는 94년, 95년은 물론 심지어 96년 9월에 이르기까지 한보철강에 여신을 제공하였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행장과 이사들에게 제일은행에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 등 업무에 관한 책임을 지도록 청구한 것이다.

그 전에 이미 참여연대는 2월 5일부터 소액주주 모집운동을 벌여왔고 이어 주주총회에서의 발언권 등을 위임받아 제일은행 주주총회참가단을 구성한 바가 있다. 주주총회 참가단은 3월 7일 제일은행의 주주총회에 참가하여 부실대출과 경영상의 과오를 지적하는 등 소액주주운동의 기원을 열었다. 그리고 대표소송 제기의 전 단계로서 제일은행 측에 임원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였다.

현재 대표소송은 7월 18일에 제1차 변론이 열렸다. 제일은행 임원의 주의의무해태 등은 이미 형사처벌과 은행감독원의 주의, 경고 등을 받은 바 있어 그 입증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한보철강의 처리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에 의해 영향을 받는 등 손해액 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대표소송의 원고적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실심변론종결시나 종국판결시까지 0.5%라는 제소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제일은행측이 원고측 주주들에게 소취하를 회유, 종용하는 등 이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정변경에 대비하여 계속하여 소액주주를 모집하고 있다.

소액주주, 침묵하지 않는다

한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는 주주의 발언권, 의결권을 침해하는 등 결의방법이 법령과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결의라는 것을 이유로 제일은행주주총회결의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총회당시 토론절차를 무시하며 동의와 제청을 연호하여 발언권과 의결권행사를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이른바 "총회꾼"들을 고발하기도 하였다. 또한 7월 24일에는 외환은행 등 6개은행을 증권거래법 제188조의 2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의 금지]와 제207조의 2 [벌칙]의 위반혐의로 고발하였다. 외환은행 등은 한보철강의 1차부도가 있기 직전인 96년 말과 97년 1월에 보유하던 한보철강 주식을 모두 매각하였기 때문이다.

대표소송 또는 소액주주권의 행사는 기업의 활동에 대한 주주의 감시, 참여의 방법으로 현행제도상 비교적 쉬울 뿐만 아니라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제도에도 여러 가지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5%라는 행사요건(증권거래법은 이를 일정한 경우에 1% 또는 3%로 완화하고 있다) 자체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1995년 말 현재 상장회사의 평균 시가총액은 약 1958억원 정도라고 하므로 1%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약 2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이는 소수주주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본래의 취지와 배치될 정도의 자산의 보유자가 아니라면 단독으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이다. 또한 상법상으로는 보유기간의 제한이 없음에도 증권거래법에서는 이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이러한 문제점들의 시정방법으로 비밀유지의무 등을 부과할 것을 전제로 단독주주권으로 함이 타당하다는 입법론을 제시하는 견해도 있다.

전환사채발행무효청구소송 제기

지난 6월 24일에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전환사채발행무효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이건희의 장남인 이재용과 삼성물산을 상대로 하여 전환사채권처분금지등 가처분신청도 함께 제출하였다. 전환사채(CB)는 사채의 일종으로서 장래 주식으로의 전환권이 인정되는 특수한 종류의 사채를 의미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조건적 신주발행" 또는 "잠재적 주식의 발행"이라는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 97년 들어 3월까지 발행된 사모전환사채와 사모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액은 1조 2천 2백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개정 증권거래법이 대주주의 지분확대요건을 까다롭게 정함에 따라서 대주주들이 경영권방어와 시세차익 등을 목적으로 사모사채를 대거 발행하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회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전환사채의 발행으로는 한화종금과 미도파 사건 등이 있고 삼성전자 전환사채 발행의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재벌의 지배권 승계 또는 상속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었다.

주식가치희석, 사실상 지배권 상속

삼성전자는 600억원의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하여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에게 450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사모전환사채의 발행은 주주의 사원권,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제3자배정방식의 경우 정관의 규정이나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요구하는 상법의 규정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주가를 희석시키는 등 주주들의 권한을 침해할 뿐 아니라, 합리적인 경영상의 목적 없이 발행된 삼성전자의 전환사채발행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하게 된 것이다.

주주의 권리 특히 소수주주권을 통하여 기업감시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소송이라는 비교적 객관적인 방법을 통하여 가능함은 물론 나아가 정경유착이나 재벌의 세습이라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견제책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참여연대의 주주대표소송을 시작으로 하여 다양한 형태의 소수주주권 행사가 법적으로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소수주주권 행사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상법과 증권거래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 또한 소수주주권의 행사는 필연적으로 집단소송의 형태를 띠게 되므로 집단소송에 있어 소송위임과 소송수행에 있어 편의를 보장해줄 집단소송에관한법률의 제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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