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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및 절차를 재정비할 필요 절박, 사면심사위원회 도입해야



1. 정부는 30일, 사형수·경제인· 고위 공직자·공안사범·선거사범·외국인 등 모두 122명에 대하여 특별사면·특별감형·특별복권을 실시하였다. 특별사면 등이 법무부장관을 거쳐 대통령이 결정하는 고유한 권한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사면 등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었느냐 하는 점과 정치적 고려에 의한 사면권 등의 남용여부이다. 사면권도 법이 정한 범위와 기준에 따라서 행사되어야 하며 그 한계를 넘을 경우에는 당연히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 사면권의 행사 등은 법치주의로 일관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일정한 정도 완화시켜주는 작용을 하여 오히려 법치주의에 이바지하는 면이 있음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원칙이 없이 사용되거나 지나치게 자주 사용된다면 법치주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사면 등을 고려함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사안과, 반면 상당한 의심이 드는 경우가 함께 끼워넣기식으로 일괄처리되고 있는 현실은 냉소를 자아내게 한다.

3. 특히, 사면대상자 중 정태수·김선홍·조양호·추호석 씨 등은 업무상횡령이나 분식회계의 혐의가 법원에 의해 확인되어 유죄로 인정된 인사들이며 이들에 대한 사면·복권 및 잔형 면제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과연 사회적 지탄의 정도가 낮은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한보그룹 회장이었던 정태수 씨와 전 기아그룹회장이었던 김선홍 씨는 소위 IMF위기를 촉발하는 계기를 제공한 인물이고, 이들에 대한 사면 등이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채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아니하고 이루어졌다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수 없다. 아직도 IMF의 깊은 상처가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현실에서 그들에 대한 성급한 판단은 이르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사법부의 유권적인 판단을 빈약한 근거를 가지고 간단히 뒤집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현저히 저해하고 침해하는 것이다. 사회적 지탄여부를 법무부와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또한, 전직 고위공직자 등에 대한 사면·복권도 국민들이 심한 무기력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들이 공직자로서 종사하였다는 사유만으로 국가발전에 이바지하였다는 추론이 당연히 가능한 것인지 물을 수밖에 없다. 새 정부에서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하여 처벌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터에, 이들이 사면됨으로써 앞으로 발생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른바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누가 막을 수 있는가.

4. 참여연대는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수 차례에 걸쳐 '사면심사위원회'의 설치를 주장한 바 있다. 사면권 등의 행사에 적정한 기준과 절차적 정당성을 찾아보자는 노력을 하자는 의도였다. 우리의 경우 이른바 '권력형비리'에 대해 유독 사면 등이 남용되었다는 경험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이러한 절차 및 제도적 장치를 계속 미룬다면 사법부의 독립이 훼손됨은 물론 사면권 등을 행사하는 권력의 정당성에 심각한 손상이 올 것이다. 끝.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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