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미분류 2010-09-28   3532

더 이상 ‘스폰서’가 발붙일 수 없는 검찰이 되라

 
공무원 직무에 대한 뇌물 대가성 인정 당연

피의자들에 대한 과도한 편의제공 등 아쉬운 점도 있어

오늘(28일) 민경식 특별검사는 ‘검사 등 불법자금 및 향응수수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 등 전・현직 검사 4명을 뇌물수수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이 꾸린 진상조사단과 진상조사위원회가 한 부장 등이 받은 금품의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비해, 공무원의 금품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다면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본 특검의 결정은 당연하다고 본다. 다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수사과정에서 황희철 법무차관 등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모습은 과연 특검이 의지를 가지고 철저하게 수사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민경식 특별검사

지난 4월 20일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보도를 통해 의혹이 제기된 이후, 누구보다 공정하여야 할 검사들이 이해관계가 있는 지역 건설업자로부터 지속적으로 뇌물과 향응・성상납까지 받아왔다는 데 국민 대다수가 경악하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진 검찰이 스스로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검찰은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검사들의 뇌물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특검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특검의 권한과 대상을 놓고 정치권 지리한 공방을 거치면서 의혹이 제기된 후 100여 일이 지나서야 특검의 수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우리는 특검이 출범할 때, “특검의 성패는 검찰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으로 수사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과정을 보자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본류가 아닌 곁가지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특검의 수사는 핵심적인 의혹을 파고들기보다 검찰직원・경찰관 등에 대한 수사에 힘을 쏟았다. 한편 특검은 황희철 법무차관과 박기준 전 검사장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편의를 봐줌으로써 비판을 받기도 했다. 황 차관에 대해서는 “국회 일정을 고려해 달라”는 법무부 요청에 따라, 조사 사실을 뒤늦게 밝혔으며 그것도 특검 사무실이 아닌 장소를 이용해 조사했다. 박 전 검사장에 대해서는 ‘공개소환’이라 밝혔다가 검찰수사관이 몰래 들여보내 주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으며, 제보자 정씨와 대질조사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파견된 검사들이 검사들을 조사하는 경우 매일 상부에 보고하여야 된다는 점 또한, 과연 특검수사가 검찰에 대해 독립적으로 이루어졌나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각각의 사건을 보면, 황희철 차관은 정씨의 진정서를 받고 묵살했다는 직무유기의 혐의를 받았는데, 진정서를 받았다는 시점을 4월에서 2월로 번복하였고, 그 마저도 서류 보존연한(6개월)이 지나 폐기되었다고 밝혔다. 만일 특검이 좀 더 일찍 구성되거나 더 빠른 대응을 했더라면 이를 이유로 혐의를 밝히지 못하는 불상사는 없었으리라 본다. 박기준 전 검사장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죄에 미수범이 없다”는 등 기소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던 흔적이 읽히지만 결과적으로 뇌물수수・직권남용・직무유기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검사들의 성매매 여부에 대해서는 정씨를 비롯하여 여러 참고인 진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
 
 

이러한 특검의 내용에 대해 아쉬움이 남지만, 국민들이 이번 특검을 통해 바란 것은 전・현직 검사들 몇 명에 대한 처벌만은 아니었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검찰이 스스로에 대한 허물은 보지 않고 “그래도 가장 깨끗한 조직”이라고 강변하는 오만함에 대한 분노를 느꼈던 것이다. 이번 특검을 계기로 어떻게 해야 좀 더 효과적인 특검을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공직자비리수사처 등 상시적 사정기구 도입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도 스스로 자체개혁안을 내놓고 감찰제도의 혁신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드러났든 검찰은 일선 지검의 비리에 대한 진정이 들어오면 그 사건을 다시 해당지검에서 조사하도록 내려 보내고 있다. 아무리 대검찰청에 감찰본부를 신설하고 개방직화 한다고 해도 이러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진정과 제보가 묵살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더 이상 ‘관행’이나 ‘한국적 문화’라는 이름에 의해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편의를 봐주는 ‘스폰서’ 관행은 검찰 조직에 발붙일 수 없게 되길 기대한다.

JWe2010092800.hwp– 논평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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