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4-01   1747

[04호] 성폭행 항거, 흉기로 상해치사 "무죄"

야간에 180㎝, 88㎏이라는 거구의 남자가 성폭행을 하기 위해 달려들 때, 보통의 여자라면 어떻게 대응할까?

서울고법 제1형사부 (재판장 권성 부장판사)는 야간에 성폭행하려던 남자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항소한 홍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홍씨는 지난 94년 10월 친구소개로 알게 된 조모씨와 저녁식사를 함께한 뒤 조씨가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인근 건설현장 막사로 데려가 성폭행하려하자 흉기로 찔러 조씨를 사망케하여 1심에서 [생명에 위험이 없는 팔이나 다리 부분을 찌를 수 있었음에도 과잉방어를 했다]며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었다.

그러나, 실형을 구형한 검찰측에서 피고인인 조씨에게 상소를 권유하고 1심 담당재판부도 법정구속을 하지 않은 채로 항소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으며, 항소심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홍씨가 야간에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조모씨의 어깨를 흉기로 찔러 과다출혈로 숨지게 하는 등 피해자의 침해된 법익이 너무 커서 정당방위를 인정할 수는 없으나 과잉방위 행위가 야간에 놀란 상태에서 자신의 정조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해진 만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형법 제21조 3항은 정도를 초과한 과잉방위라 할지라도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적법한 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어 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과 같은 경우 홍모씨에게 형사책임을 면케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 판결은 수치심과 우울증, 주위의 시선, 정상적 가정생활의 지속불가능 등의 엄청난 후유증을 낳는 성폭력범죄로부터 연약한 여성피해자의 권리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비록 정당방위의 성립은 부인하나 여성의 주관적 상황을 고려하여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이후의 대법원의 판결이 어떠한 방향으로 내려질지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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