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기타(jw) 2002-12-17   1071

[논평] 인권이 수사권보장의 희생양이 될 수 없다

변호인 참여권 제한은 부당, 참고인 강제구인 및 처벌은 형벌권 과잉행사,학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1. 법무부는 피의자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연내에 확정하여 입법예고할 방침이라고 15일 밝혔다. 그러나 증거인멸, 공범도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 참여권을 제한하고 일부 공직관련 범죄에 대해서만 재정신청을 확대하는 것은 제도의 본래취지와 어긋난다. 또한 수사권의 강화를 꾀한다는 취지의 참고인 강제구인제도와 참고인이 허위진술을 할 경우 처벌조항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수사권의 남용을 초래할 여지가 많으며 형벌권의 과잉행사로 보여 본래 의도했던 피의자 인권보장과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명백하다.

2. 주지하다시피, 이번 법무부의 일련의 조치는 지난 10월에 발생했던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사건이 일차적인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특히, 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허위진술·공범도피·증거인멸 등의 경우에는 다시 변호인 참여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수사의 효율성만이 검찰과 법무부의 주된 관심사임을 보여준다. 범죄 피의자에 대한 수사권이 보장되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동반하면서 수행되어서는 곤란하다.

서울지검 고문치사사건도 공범존재 및 증거인멸여부가 문제된 사건이었으며, 법무부의 입장에 따르면 공범이 있거나 증거인멸이 문제가되면 전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변호인 참여권은 제한없이 보호되어야 하며 수사권의 확보는 다른 방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검찰과 법무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믿는다.

3. 참고인 강제구인제도의 도입과 허위진술시 처벌하는 소위 사법방해죄의 신설도 역시 수사편의주의의 산물이다. 참고인조사는 본질적으로 임의수사여서 강제하거나 물리적인 힘의 행사는 금지되는 것이다. 참고인도 여건의 변화에 따라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잠재적 피의자’이며 단지 참고인들이 허위진술을 많이 한다고 하여 처벌한다는 것은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결국, 참고인이 법관면전에서 허위의 진술을 할 때 그를 위증죄로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형벌권행사일 것이다.

4. 절차적인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문치사사건을 계기로 하여 많은 토론회가 개최되었고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바람직한 개선안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은 토론회에 참석하여 이러한 요구를 들으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다가 내부적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법원과 변호사협회만을 상대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먼저 학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고 차후에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변호인 참여권 보장과 재정신청범위의 확대는 전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학계와 시민단체가 줄곧 요구해왔던 해묵은 요구사항이어서 합의를 도출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또다시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안을 마련한다면 기대하는 피의자인권보호는 물론이고 검찰의 신뢰회복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될 것이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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