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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보호
  • 2001.12.04
  • 2215
  • 첨부 1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제재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성 있어



대법원이 개정 민사소송법과 민사집행법에 '감치'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감치(監置)'란 법원의 명령에 의해 구치소나 유치장 등에 가두는 것)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민사소송에서 증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최고 20일까지 감치할 수 있다는 조항과 재산명시의무(채권자의 신청에 의해 채무자가 재산목록을 내고 선서하는 것)를 위반한 채무자에 대해서도 2개월 범위 내에서 감치하겠다는 조항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감치제도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희박하고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다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즉 제3자에 불과한 증인이 증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까지 당하는 것은 인권침해이며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대법원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하지 않아 재판기간이 길어지고 진실이 왜곡되는 사례가 많아 민사재판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고 그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재산명시의무위반자에 대한 감치 역시 강제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채무자로서 재판날짜에 출석해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선서만 하면 되는 것으로 채무자를 처벌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음은 이에 대한 참여연대의 논평이다.

감치제도 도입(민사소송법 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1. 대법원이 개정 민사소송법과 민사집행법에 '감치'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민사소송에서 불출석 증인에 대해 20일까지 감치할 수 있으며, 재산명시의무 위반자에 대해서는 2개월 범위 내에서 감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감치제도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희박하고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다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감치제도가 합리적 절차에 따라 필요 최소한으로 운용된다면 재판의 신속한 진행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감치제도 역시 국민의 인신의 자유를 구속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 적용이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민사소송절차에서 감치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판단하지만, 현재 법원의 개정안은 일정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 먼저 감치제도는 인신구속을 수반하는 것이므로 도입에 앞서 그 필요성과 불가피성에 대한 국민여론 수렴과정을 거쳐야 함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현재 제출된 개정안은 대법원이 지난 95년부터 법률전문가, 시민단체, 언론 등의 의견을 청취한 후 마련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의견수렴과정에 흠결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입법예고 당시 법무부의 반대로 감치제도 도입 부분이 빠져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제대로 응답하기 위해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 재야법조계와 인권관련 단체 등으로부터 보다 많은 의견을 청취하고, 시민들에게 이 안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양해를 구하는 작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3. 현재 민사재판에서 만연된 증인의 불출석은 재판의 효율성과 신속성은 저하시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중대하게 훼방하고 있다. 이 점에서 참여연대는 재판에 출석하고 협력하는 것은 국민이 수행해야 할 일종의 '의무'라고 판단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의도적으로 재판진행에 협조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서는 일정한 강제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을 표한다.

사실 법치주의가 안착된 외국의 경우는 정당한 이유 없는 사법불협조는 '법정모욕죄' 등으로 처벌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국가의 형벌권 남용의 피해자였던 시민들로서는 이러한 조치가 새로운 형사제재의 창설이라고 느끼고 반발할 수도 있음을 또한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감치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 제재의 수위를 적정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4. 아울러 감치제도는 그 목적을 넘어서 과잉 적용될 경우에 인권침해가 된다는 것이지, 감치제도 자체가 인권침해적 제도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법원은 감치제도를 최종적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며, 그 이전에 정교한 사전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증인신문일시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등의 증인편의를 보장하고, 불출석의 사유에 대한 충분한 소명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며, 감치절차에서 형사소송법상의 인신구속시 적용되는 절차에 준하는 대상자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의무의 이행에 따른 충분한 배려와 보상이 전제되어야 의무를 강제할 수 있으므로, 여비 및 일당 등의 증인 처우 규정을 대폭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5. 한편 재산명시의무 위반자에 대한 감치는 법무부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인권침해의 소지를 줄이는 것으로 도입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재산명시의무 위반의 경우 형사벌을 과하고 있으나 감치제도를 도입하면 채무자에 대한 제재가 일종의 행정벌에 의해 이루어지고 형사벌에 비해 그 처벌의 수위도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채무자가 재산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선서만 하면 감치를 받지 않으므로 이는 민사상 채무의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묻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재산명시의무는 재산의 보유 여부를 떠나 자신의 재산목록을 법원에 제출하면 되는 재판제도에 대한 협력 의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위반에 대하여 어떠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6. 현행 법원의 재판, 특히 민사재판의 절차가 지나치게 지연된다거나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그 원인의 상당부분이 증거조사절차의 문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법 개정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이 이러한 법 개정 등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재판지연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거나 사법부 권위 실추의 원인을 법원이 강제적 수단을 갖지 못한 데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법원은 증인의 불출석이 재판지연의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법원의 행정절차 등의 간이화 등을 통한 절차의 신속한 진행과 국민 편의 관점에서의 제도적 보완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감치제도의 도입 후 이 제도가 재판절차 진행의 편의성을 위한 강제적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사용될 경우에는 일부의 우려와 같이 자칫 인권침해를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하고, 감치에 의한 인신의 자유의 제한이 국민의 신속하고 적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 불가결한 경우에만 적용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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