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2-03-01   1224

[논평] 적극적인 권한 행사를 포기한 헌법재판소 결정

사법시험 정원제 위헌소송 각하 결정은 법조계의 기득권을 고착화시킬 우려

1. 헌법재판소는 어제(2/28) 참여연대가 제기한 사법시험 정원제에 대한 위헌심판청구를 헌법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각하 했다. 결정이유는 선발예정인원, 합격자 결정방식을 등을 규정하고 있는 사법시험령이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해 본안판단을 회피해 온 경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헌재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관할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이제 정원제로 인한 권리침해를 어디에도 호소할 수 없게 됐다. .

2. 우선 각하결정의 이유인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헌재는 사법시험 정원제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법령 조항에서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조항에 의거해 구체적 집행행위가 이루어졌을 때에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법시험의 합격정원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행정자치부 장관이기 때문에(※참고, 사법시험령 제3조) 이는 행정처분임으로 위한심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행정자치부 장관이 선발예정인원을 결정하는 것은 법령의 근거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접성’에 대한 판단을 달리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헌재의 결정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법해석이다.

3. 사법시험 정원제 위헌소송은 참여연대가 지난 99년 12월 제기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현행 법조인 선발제도인 사법시험은 그 성격상 자격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정원제로 운용되고 있어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 재판청구권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보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었다.

헌재는 이번 각하 결정을 내리기까지 무려 2년 3개월의 기간을 소요했으며 그 과정에서 대통령령이던 사법시험령은 정원제의 골격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사법시험법으로 바뀌었다. 헌재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여부를 판단하는데 이처럼 오랜 시간을 끌어 온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이번 결정이 법조계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헌재의 고육지책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4. 사법시험 정원제 위헌심판청구는 법조인 선발 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전환해 궁극적으로 법조인 수를 대폭적으로 증원함으로써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단초이다.

결국 이번 결정은 법조계뿐만 아니라 일부 전문직종에 시행되고 있는 정원제를 그대로 유지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고 말았다. 당분간 이들 업종의 반시장적 행태는 고착화 될 수밖에 없으며 국민들은 또 다시 그 불편과 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할 것이다.

▣참고조문

사법시험령 제3조(선발예정인원) ① 선발예정인원은 매시험 시행시에 행정자치부장관이 법무부장관 및 법원행정처장의 의견을 들어 정하되, 그 수를 일정범위의 수로 할 수 있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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