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6-11-23   1823

[로스쿨 지지자의 편지⑤] “로스쿨 반대 이유, 이의있습니다”

주호영 교육위원에게 드리는 편지

법률가 양성 및 선발제도의 개혁을 위해 지난 10년간 논의되었으며, 2003년부터 운영된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마침내 도입하기로 결정했던 로스쿨 제도임에도, 현재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의 심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국회의원들에게 로스쿨 제도 도입에 필요한 법안을 조속히 심의하여 법률가 양성 및 선발제도를 개혁하는데 동참할 것을 설득하기로 하여 15일부터 ‘로스쿨 지지자의 편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다섯 번째 편지는 김제완 고려대 법대 교수의 ‘로스쿨 반대 이유, 이의있습니다’ 입니다.

주호영 의원님께

로스쿨 제도의 도입에 대해 누구보다도 강력히 반대하고 계신 의원님께 몇 가지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사법제도 개혁의 근본이 되는 것은 법조인선발 및 양성제도의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이 비정상적으로 과열화된 시험에 의하여 소수인원을 선발한 후 국가가 예산을 들여 법원 주도로 양성하는 법조인은 오늘날 글로벌 사회에서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국제적으로 볼 때 우리의 법률시장은 곧 개방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되면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변호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객관식 문제풀이와 점수 1점을 더 따는 데에 젊음을 다 보낸 우리 법조인들이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충실히 수료하고 로스쿨에서 수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다양하고 전문성 있는 공부를 한 외국의 변호사들과 경쟁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 법조인이 외국의 법률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차치하고, 국내에서도 송무를 제외한 나머지 법률서비스시장을 빼앗길 것이 자명합니다. 이는 국부의 유출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이고, 법률서비스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체의 정보와 노하우가 고스란히 외국 전문가들에게 유출될 위기에 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국내적으로 볼 때, 현재의 우리 법조계는 사법연수원이라는 단일 국가기관 출신자들로 획일적으로 구성된 비정상적 체계입니다.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전관예우 문제, 대법원의 구성의 다양화, 하급심 기능의 강화와 대법원 기능의 정상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조인 수의 획기적 증대, 법조인 출신구분의 다양화와 법조일원화가 필요합니다. 여러 다양한 국립ㆍ사립 로스쿨 출신의 많은 법조인이 양성되고, 그 법조인들은 일단 모두 변호사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후 평가된 능력과 덕성에 따라 추후 법관이 되는 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국가의 예산으로 운영하는 사법연수원제도로는 법조인 수를 획기적으로 늘일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국가기관이 양성하여 서열과 기수가 분명하므로 법조인 출신구분의 다양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함은 물론이고 법조일원화에도 큰 장애가 됩니다.

이와 같은 점에 대해 기존 제도에 의하여 특혜를 받아 오고 있는 일부 법조인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주 의원님께서는 법조인이시지만 법조인이기에 앞서 국민의 대표로서의 국회의원이시니, 이와 같은 국가적 과제를 저버리시지 않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주 의원님께서 공식적 로스쿨제도의 도입 자체를 극력 반대하신다는 뉴스를 듣고 매우 실망하였습니다. 이 편지를 통하여 저는 주 의원님이 로스쿨제도의 문제점이라고 비판한 내용들 중 중요한 내용 몇 가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미국제도라는 것만으로 로스쿨을 거부할 명분이 되는가?

주 의원님께서 로스쿨을 반대하시는 이유 중의 하나로, “로스쿨은 미국의 제도인데, 우리나라는 대륙법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로스쿨과는 맞지 않다”는 점을 들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민법과 형법, 헌법 등의 제정 초기에 독일과 프랑스 등 대륙법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많은 법들은 미국법의 절대적인 영향 하에 있습니다. 예컨대 금융법, 지적재산권법, 소비자법 및 독점법, 국제거래법 및 국제통상법, 의료 및 보건복지 관련 법, 전자거래법, 환경법 등 선진분야의 법들이 그러합니다. 우리 법조계가 미국법을 알지 못하고는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교역과 거래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따라서 법률서비스 중에서 미국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된 부분도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교역을 증대시키는 한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미국의 제도라는 점만으로는 로스쿨을 거부할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구한말 극단적 쇄국정책과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제인 일본에서도 로스쿨을 도입하였는데, 일본의 경우 불완전한 개혁으로 인한 다른 문제가 있을지언정 미국제도와 대륙법체계간의 마찰은 문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제도인 로스쿨을 우리의 현실과 미래에 맞게 잘 소화하여 지혜롭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입니다.

로스쿨 입시경쟁과 사법시험 경쟁

주 의원님께서는 로스쿨 졸업 후 간단한 시험만으로 변호사 자격을 줄 경우 로스쿨 입시경쟁이 과열될 것을 우려하면서 이를 로스쿨제도 반대의 이유로 들고 계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의원님께서 로스쿨 정원이 지금처럼 극소수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법률가 대량양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로스쿨의 정원은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따라서 과열경쟁의 문제는 현재의 제도보다 결코 심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사법연수원제도 하에서는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는 제도이므로 정원을 늘이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과열경쟁은 사법연수원제도하에서 더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열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생각하면 현재의 사법시험제도가 훨씬 더 문제입니다. 로스쿨입시의 경우 적성시험 등 다른 평가요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학 학부에서 자신의 전공 공부를 성실히 하여 좋은 성과를 얻은 사람만이 합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은 곧 각자 전공공부를 열심히 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과도한 로스쿨 입시 경쟁이 있다 하여도 거기에서 탈락한 경우 자신의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여 좋은 학점을 받았다는 것이 남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사법시험제도는 어떻습니까? 법조인이 되려 한다면 타전공 학생들은 물론이고 법과대학 학생들조차도 일찌감치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포기한 채 신림동 고시촌에서 객관식 문제풀이에 몇 년을 보내야 합니다. 불합격하면 남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이 그야말로 ‘폐인’이 되고 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시점에서 사법시험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교수들이 있다면 그 분들이 최소한의 직업적 양심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제자들이 학교를 휴학한 채 고시촌 골방에서 객관식 문제풀이에 3-4년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커서 과연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법조인이 될 수 있겠습니까?

로스쿨 제도로는 전문성이 충족되지 않는가?

주 의원님은 또한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이 로스쿨에서 3년 공부를 한다 하여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하십니다.

저는 그 문제제기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문하고자 하는 것은, 그렇다면 사법시험 공부에 4-5년, 사법연수원 2년을 마친 새내기 변호사들이나 예비판사들, 초임 검사들은 전문성이 충족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전문성은 로스쿨이나 사법연수원 등 교육과정만으로 충족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법률가의 자격을 얻은 후 자신의 능력과 특성에 따라 전문분야의 실무에 오랜 기간 종사하고 연구함으로서 비로소 갖추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문성을 판단하려면 적어도 대학졸업 후 10년 후의 상황을 두고 비교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각자 전공공부를 성실히 한 후 3년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가 되어 전문직역에 7년 종사한 사람과 대학과정 4년과 졸업 후 2-3년간 고시공부를 한 후 2년 연수원을 마친 후 5-6년 판사나 검사로 근무하다가 이제 막 변호사가 된 경우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전문성이 더 있을까요?

수사나 재판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몰라도, 경제와 국제교역 등 보다 진취적인 영역을 생각한다면 저는 단연 로스쿨 제도가 전문성 충족을 위해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현재의 사법시험 제도하에서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법률가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반면 로스쿨 제도는 누구나 먼저 다른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키운 후 법률가가 되는 길을 널리 열어 놓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로스쿨 제도가 사법시험제도보다 법률가의 전문성 제고에 훨씬 더 유익합니다.

좋은 법률가는 시험을 통해 선발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법률가는 정상적인 교육과 변호사로서의 생활과 실무경험을 통하여 양성되는 것입니다. 로스쿨 제도는 이와 같은 바람직한 변화를 위한 첫걸음입니다.

11월 23일

김제완 드림

④ “획일적인 사법연수원 교육, 이제 수명을 다했습니다”

③ “전태일이라면 로스쿨 도입에 동의했을 것” ② “세상은 왜 로스쿨을 원할까요”

① “일본 로스쿨, 똑바로 보아야 합니다”

김제완(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고려대 법대 교수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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