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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5.10.27
  • 814
지난 4월 임명된 김종빈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중도 사직했고, 그 자리에 공안, 형사, 기획 등 검찰과 법무부의 각종 업무를 두루 경험한 정상명 대검 차장검사가 앉게 되었다. 1~2년 전부터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돼온 3~4명의 검사장 중 한 명이니 당사자로서도 놀라지 만은 않았을 것이다. 평소 총장 자리에 대한 포부를 쌓아왔을 것이다.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에게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한 마디 해달라는 부탁을 간혹 받는다. 평소 정 내정자의 의지와 소신이 드러난 사례가 많지 않아 "글쎄요…특별히 기대할 바가 있을까요"라고 반문하곤 했다. 정 내정자이든 누구든 검찰총장이 될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야 할지 곰곰이 생각한 후에야 답변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미 여러 언론들은 전임 총장의 갑작스런 사임에 따른 조직의 불안정을 서둘러 수습할 것과 형사소송법 개정이나 검찰의 과거사 반성 등 검찰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삼성그룹 뇌물제공사건 등 굵직한 현안 사건 수사가 올바르게 진행되도록 해 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굳이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정 내정자는 최근 검찰에서 '30년 간 바뀐 것은 나무 책상과 타자기뿐'이라고 했다. 그만큼 바꾸어야 할 것이 많다는 뜻일 터이다. 그럼 총장 내정자는 무엇을 바꾸어야 할 것인가? 한 가지 꼽으라고 한다면, 검찰내부 문화의 혁신이다.

"일체화된 조직문화가 검사들의 창의성 가로막아"

얼마 전 법무부장관에게 용기 있게 사퇴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 한 검사는 검찰총장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과거에는 하늘이라고 했다는 전직 검사출신 언론인의 글도 있었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런 문화가 너무 싫다. 조직의 수장에 대한 존경심과 권위 인정을 넘어 '아버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일체화된 조직문화가 독립적 수사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개별검사들의 창의성과 독립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뀌어야 할 검찰내부의 문화에는 정치권력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제 권력에 대한 위축된 자세도 있다. 검찰이 재벌그룹을 상대로 수사하기 위해서는 외압을 견뎌야 한다. 검찰 간부출신 변호사를 고용한 기업의 로비도 있겠지만,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다느니 기업인 전체를 위축시킨다는 투의 주장은 검사들을 위축시킨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검찰 외부에서 주입되는 것만은 아니다.

검찰이 알아서 이러저러한 걱정을 먼저 하고, 자신들의 발목을 스스로 잡고 있다. SK그룹 분식회계에 대한 수사가 활기를 띄고 있던 2003년 3월, 서영제 서울지검장은 기업관련 사건 연루자에 대해 혐의가 있다고 무조건 기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재벌비리 관련사건 수사가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며 재벌그룹 비리사건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제 그런 걱정은 경제부처에 맡겨두고 수사에만 전념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경제 질서를 건전하게 만들어 오히려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일선 검사들의 혁신 노력에 칭찬 아끼지 말아야"

그리고 정 내정자는 개별검사들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며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는데 칭찬을 아끼지 말아주길 바란다. 부산지검에서는 최근 피의자 구속여부를 결정할 때, 1차 수사 기관인 경찰의 구속의견서만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한다. 검찰청과 경찰서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피의자를 직접 면담해보기 어려울 경우에는 화상연결을 통해서라도 피의자와 면담을 하고 구속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단다.

검찰내규에 정해진 구속 전 피의자 면담제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데 그치지 않은 훌륭한 시도가 아닌가. 검찰총장은 이런 일선 검사들의 노력을 힘껏 격려 해줘야한다. 현실에 안주하고 과거의 관행에 젖어있는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항상 노력하고 혁신하는 검사들을 칭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보태자. 이번 강정구 교수 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검찰 공안부가 과거의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처럼 남아있는 한 그것은 검찰에 짐이 될 뿐이다. 정 내정자가 임기 2년 동안 기존의 인신구속 관행과 공안사건에 대한 검찰의 태도에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는다면 '2005년 10월'의 논란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정 내정자가 지난 1~2년 동안 키워왔을 포부가 이런 것이었을까? 제발 그러했기를 바란다.

* 이 칼럼은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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