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대법관 구성, 또 다른 사법개혁의 출발”

대법관 인선 및 사법개혁에 대한 민변,참여연대 공동입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12일 오전 11시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법관 인선 및 사법개혁에 관해 “사법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대법관 인선 및 인선 절차의 투명한 공개를 촉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이들의 공동입장이 담긴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편집자 주

1. 왜 다시 사법의 민주화인가?

올해는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대법관 6명이 교체된다. 대법원은 최고심으로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정책판단을 내림으로써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한다. 대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의 임명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여 ‘국민주권의 원리’를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주권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헌법은 또다른 조항을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게 하고 이들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에 대해서 책임지게 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관은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고,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도 않는 등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 나아가 고위 경력직 법관 일색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우리 대법원은 국민들과 유리되어 폐쇄적이고 자족적인 관료 시스템으로 변질되어 왔다. 그 결과 대법관은 관료 사법의 승진체계에서 최종적인 목적지로 인식되기에 이르렀고, 지난 해 국가보안법 사건이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사건에 관한 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장과 관련한 판결들에서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보수일색의 판결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사법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 원리의 실현, 곧 ‘사법의 민주화’가 미완의 개혁과제임을 다시 한 번 통감하지 않을 수 없고, 무엇보다도 ‘관료 사법의 지양을 위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가 긴요하게 요청된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우리는 대법관 임명에 관하여, 그 인선 기준 및 절차를 제시하고, 이의 관철을 위한 행동 계획을 밝히는 것이다.

2. 대법관 인선 기준 및 절차

가. 대법관 인선 기준

우리는 대법관 인선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다원화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대법원이 구성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대단히 복합적이고 다원화되어 가고 있는바, 이러한 우리 사회의 규범적 통합을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반영될 수 있는 대법원 구성이 절실하다. 사법개혁위원회도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에 관하여 “대법원의 기능 중 법령해석 통일과 중요한 사건에 대한 사법적 가치판단의 기능을 현재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대법관 시민추천위원회는 대법원이 고위 경력직 법관 출신 일색으로 구성되어 지나치게 폐쇄되어 있으며 나아가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법원 개혁에 대한 소신’, ‘여성, 노동, 환경 등 사회 경제적 약자의 입장 대변’, ‘행정.입법기관에 대한 견제 역할 수행’, ‘법관 이외의 다양한 사회활동 경험’을 그 인선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둘째, 대법원은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의 대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사법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결코 법조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대법원도 이러한 사법개혁의 대의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대법원부터 국민의 고충과 억울함에 귀기울일 수 있는 이들로 구성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유리된 ‘그들만의 사법부’가 다시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 속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대법관은 관료사법의 승진 체계에서 최종적인 목적지로 이해되어서는 아니 된다.

지금까지 대법관이 관료 사법의 승진 체계에서 최종적인 목적지로 이해되고, 기수와 서열 중심의 고위 경력직 법관 일색의 획일적 대법원 구성으로 이어짐으로써 사법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나. 대법관 인선 절차

대법원 구성의 민주화 및 다양화를 위해서는 그 인선 절차 또한 민주적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법관 인선 후보들에 대한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검증 절차가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후보자의 자유로운 추천뿐만 아니라 추천되는 후보자의 공개 및 찬반 논의를 통한 검증만이 적절한 대법관 인선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위원회도 2004. 6. “대법원은 최고사법기관으로서 법률심의 성격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하여 대법관의 구성은 경력, 성별, 가치관 등 여러 측면에서 더욱 다양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대법관 제청 절차 개선을 건의하였다. 사법개혁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진행된 대법관 제청 절차에서 2004. 8. 최초의 여성 대법관 임명이라는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2004. 12. 30.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 내규’를 개정하여 대법관 후보를 비공개로 추천하여야 하고 추천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추천한 후보자를 공개한 경우에는 그 자문위원회 심의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추천자가 후보자를 공개하였다는 이유로 자문기구의 심의대상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법개혁위원회의 건의내용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대법원이 그 구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법개혁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대법원 스스로가 보란듯이 거부한 것이어서 문제가 많다. 이러한 대법원의 행동은 2004. 8.에 있었던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추천 후보자가 공개됨으로써 시민사회단체의 개입으로 사법권 독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법원 일각의 목소리에 과민하게 반응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사법권 독립’의 개념을 오해한데서 나온 소치이다. 행정부나 입법부 혹은 법원상층부로부터의 개별법관의 독립을 핵심요체로 하는 ‘사법권의 독립’이 국민이나 시민사회의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선출되지 않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민과 시민사회의 검증과 통제는 국민주권 원리나 민주주의 원리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것으로 성숙된 민주사회에서 금지되어야 할 바가 아니라 오히려 장려되어야 할 바이다. 우리는 위와 같은 내규 개정이 법원 조직의 안정이라는 ‘관료적 관점’에서 기수와 서열 중심의 기존의 대법관 제청 관행으로 회귀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3. 우리의 요구 및 향후 행동계획

가. 우리의 요구

첫째, 대법원장은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위하여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반영될 수 있는 대법관 인선에 적극적으로 임하라.

둘째, 대법관 인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공개추천 및 추천 후보 공개시 심의대상 제외’를 내용으로 한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 내규’ 규정을 폐지하라.

나. 향후 행동계획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003년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시민추천위원회’ 활동을 전개한 바 있으며 당시 박시환 변호사, 박원순 변호사, 이홍훈 판사, 최병모 변호사 등을 ‘바람직한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바 있으며, 그 활동이 여전히 유효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우리는 ‘사법의 민주화’를 위하여, 그리고 그에 걸맞은 적정한 대법관 및 대법원장 인선을 위하여, 앞으로 있을 대법관 및 대법원장 임명에 대한 시민추천 운동을 전개하여 나갈 것이며 대법관 임명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2005. 1. 12.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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