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1999-04-08   1209

정치권은 정녕 치외법권 지대인가?

비리혐의 정치인들의 재판 불출석에 대한 질의서.항의서한 전달

1.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한인섭·서울대 법학)와 의정감시센터(소장: 박찬욱·서울대 정치학)는 국민회의 김종배 의원, 한나라당 백남치 의원등을 비롯한 불구속 기소된 국회의원 6명의 재판불출석 및 4인의 재판기일 미확정에 대하여 오늘 4월 8일(목) 각 담당 재판부에 질의서를 발송하는 한편, 해당 국회의원들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항의서한 전달은 오전 11시, 국회의원 회관에서 참여연대 시민로비단 황평우 위원 등 2인에 의해 각 의원실에 전달되었다,

2. 지난해 정치권 사정으로 다수의 정치인들이 권력형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기소되었고, 이들 정치인들은 대부분 혐의가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불구속 기소됨으로써, 예의 검찰의 ‘봐주기식’ 기소라는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이들 비리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치인들은 지정된 공판기일에 한번도 출석하지 않는 등 재판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국민이면 마땅히 이행해야 할 법적 의무를 거부하고 조롱하는 행태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법을 제정하고, 법원은 그 법을 엄정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3권 분립 정신에 기초한 민주주의 질서의 골간이다. 그러나 비리혐의 정치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음으로써 재판을 거부하고 있는 행태는 방탄국회에 이은 또 하나의 정치파행이다. 국민의 대표이자 각자가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자신이 만든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는 민주주의 법질서를 정면으로 어지럽히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로써, 그렇지 않아도 정치무용론으로 치달을 만큼 정치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정치불신과 비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행위일 뿐이다.

4.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들 비리혐의 정치인들(명단 및 담당재판부 별첨)의 재판불출석 및 재판기일 미확정에 대하여 (1)이들 정치인들의 1∼2년여에 걸친 재판 회피에 대하여 보다 강력한 법적 강제수단, 이를테면 구인이나 법정구속 등을 행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2)또한 이들이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연기신청 등의 적법한 절차를 밟은 것인지의 여부, (3)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4)또 다른 불구속기소 국회의원의 경우 아직까지도 재판기일을 지정하고 있지 않는 재판부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한편 의정감시센터는 시민로비단 회원을 주축으로 항의 방문단을 꾸려,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의원의 국회사무실을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조속한 재판 출석을 촉구했다. 항의서를 통해, 정치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드높은 가운데 정치인에게 일반인과 다른 초법적인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현실이 정치불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정치적 탄압이나 국회 개회중이라는 이유로 법정 출두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점을 인식시키며, 정치권이 치외법권 지대가 아님이 명백한 이상, 적법 절차에 따라 조속히 법정에 출두해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촉구하였다.

5. 비리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방탄국회를 연이어 소집하고, 정치권의 비뚤어진 특권적 동료의식으로 서상목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마저 부결시킨 지금, 정치권에 대한 비난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들끓고 있다. 사회개혁을 촉구하고 그 내용을 입법·제도화해야 할 국회가 정쟁과 파행으로 얼룩져 오히려 개혁을 지연시키고 있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다. 다시 한번 사법 당국의 성역 없는 원칙적인 법 집행과 정치권의 탈법적인 정치관행의 종식을 강력히 촉구한다. 참여연대는 비리 정치인이 뿌리 내릴 수 없는 정치 문화를 만들 때까지 지속적인 시민행동을 펴 나갈 것이다.

[별첨1] 불구속기소 정치인의 재판 불출석 및 재판기일 미확정에 관한 질의서

1. 국가의 법질서와 정의구현을 위해 노력하시는 귀청에 경의를 표합니다.

2.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격월간 「사법감시」지를 발행하고, 법조인 자료실을 운영하는 등 시민참여를 통한 사법민주화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3. 지난해 정부의 개혁의지로 실시된 정치권 사정으로 다수의 정치인들이 권력형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기소된 바 있습니다. 대통령의 철저한 성역없는 수사지시에 여·야를 막론하고 실시된 정치권 사정에 이들 정치인들은 그러나 대부분 혐의가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불구속 기소가 됨으로써 예의 검찰의 ‘봐주기식’기소라는 국민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4. 한편, 불구속 기소된 정치인들은 뒤이은 재판과정에도 연달아 출석하지 않음으로써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국민이면 마땅히 이행해야 할 법적 의무를 방기하고 조롱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법을 제정해야 하고, 법원은 이를 엄정하게 적용·시행해야 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질서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불구속 정치인들의 재판 불출석은 입법자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는 모순을 낳고 있습니다.

5. 이에 불구속 기소 국회의원들의 재판 불출석과 재판기일 미확정에 대한 담당 재판부의 견해를 듣고자 합니다.

(1)이들 정치인들(명단 및 담당재판부 별첨)의 1-2년여에 걸친 재판 회피에 대하여 왜 보다 강력한 법적 강제수단, 이를테면 구인이나 법정구속 등을 행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2)또한 이 정치인들이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연기신청 등의 수순을 밟은 것인지의 여부,

(3)불출석의 이유는 무엇인지,

(4) 또 다른 불구속기소 국회의원의 경우 아직까지도 재판기일을 잡고있지 않는 재판부의 이유가 무엇인지

에 대해 질의드리오니 귀 재판부에서는 해당 국회의원 재판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정치인 명단 및 담당재판부

정치인 이름 소속 담당 재판부 출석 및 재판기일 미확정 여부

김윤환 한나라당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 1회 불출석

김종배 국민회의 서울지법 형사합의 21부 15회 대부분 불출석

김홍신 한나라당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 7회 불출석

백남치 한나라당 서울지법 형사합의 22부 1회 불출석

이기택 한나라당

(전의원)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 2회 불출석

박관용 한나라당 수원지법 형사 4 단독 재판기일 미확정

오세응 한나라당 수원지법 형사1단독 재판기일 미확정

김중위 한나라당 대구지법 재판기일 미확정

이부영 한나라당 대구지법 3회 불출석

황낙주 한나라당 창원지법 재판기일 미확정

재판출석 거부에 대한 항의서

1. 안녕하십니까?

2.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위험수위를 넘어 정치무용론으로 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을 촉구하고 그 내용을 입법·제도화해야 할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데 일차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과 이러한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 현실에 대한 실망이 혼재된 채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인에게는 힘없는 일반인과 다른 초법적인 잣대가 적용되는 현실에서 느끼는 자괴감이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각자가 입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세운 법질서를 전면 거부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3. 최근 귀하를 포함한 몇몇 의원들이 수차에 걸쳐 공판기일이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혐의사실의 진위를 떠나 출석을 하지 않음으로써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정치적 탄압이나 국회 개회 중이라는 이유로 법정 출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 정권교체 이후 각종 시급한 민생·개혁법안을 뒤로 한 채,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면책특권을 남용한 비리의원 보호를 위한 ‘방탄국회’를 연이어 소집해 온 마당에, 회기 중임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궁색한 변명이라 생각합니다.

정치권이 치외법권 지대가 아님이 명백한 만큼, 적법 절차에 따라 법정에 출석해 혐의 사실에 대한 변론을 펴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귀하에 대한 법원의 출두요구에 응해 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4. 주지하시다시피 서상목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었습니다.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을 논하기 이전에, 도를 벗어난 동료애로 인해 더욱 악화될 비판 여론으로부터 정치권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부정부패의 척결에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정해진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정에 출석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4월 8일 항의서 발송 의원 : 김윤환, 김종배, 김홍신, 백남치, 이부영, 이기택(전의원)

항의서 발송 대상 의원 총 7인 중 정형근의원은 재판불출석이 아니라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고, 의정감시센터는 이에 대한 항의서를 4월 9일(금) 발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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