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노동행정 2010-04-06   1465

노동자 안전, 비정규직 차별개선 등 국가 책임 외면하는 정부

지방분권촉진위원회의 중요노동업무 지방이양 결정 철회를 촉구한다.

최근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노동부의 안전보건ㆍ고용ㆍ차별개선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기로 결정하고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결정은 노동자의 안전과 우리사회의 핵심과제인 (여성)고용 확대, 비정규직 차별 개선에 대한 국가 책임을 외면하는 것으로 노동시장에 많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지자체로 넘기기로 한 노동부의 업무 중 상당부분은 산업안전보건 업무로 ▲ 역학조사, 건강관리수첩 관리 등 안전보건 기능 ▲영업정지 요청, 감독기관 신고,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지정 등 사업주 감독 ▲관리책임자 교육, 안전인증 등에 관한 기능 ▲유해물질 제조 금지ㆍ허가 ▲유해ㆍ위험 방지 계획서 제출 등 유해인자 관리기능 등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산재사망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매년 9만 여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고통 받고 있고, 그 중 2천여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 노동자의 안전관리는 도외시한 채 이윤극대화에만 집착하는 사업주들에 의해 노동현장에서는 산업재해가 빈발하고 있고,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사건이 조직적으로 은폐되는 경우까지 많다는 점이다. 아울러 허술한 산업재해 관리가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맞물려 대형 참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산업안전보건 업무를 전문 인력도 없고, 경험도 전무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게 되면 지금도 허술한 산업안전관리가 더욱 허술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더욱이 투자유치를 위해 기업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자체의 실정을 고려할 때 이는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나 관리감독 소홀로 연결될 것이여 결국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산업재해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산업안전의 중요성과 효율적인 법 집행 때문에 국제노동기구(ILO)도 근로감독관을 중앙정부의 감독 및 관리 하에 두도록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역분권이라는 명목만으로 산업안전업무를 지자체로 이양하려하다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포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또한 이번 결정에는 노동부가 담당해오던 취약계층 보호에 대한 기능과 책임을 지방정부로 전가하고 있어 취약계층 보호에 대한 정부의지를 의심케 한다.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지방으로 이양을 결정한 노동부 업무에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기능과 기간제․단시간노동자 보호 기능, 고용상 연령차별행위 시정명령 기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연초부터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일․가정의 양립’과 ‘여성의 일자리 기회 확대’를 강조해왔던 정부가 500인 이상 사업장의 여성고용 확대를 유인하기 위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기능을 관리감독 능력이 부족한 지자체로 이양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게 어렵다. 또한 전체 노동자의 50% 이상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 이후 차별시정기능 강화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던 정부가 기존 입장과 배치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누가보기에도 부적절하다.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중앙권력과 행정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이양 업무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업무의 중요성, 법 집행의 효율성, 지자체의 업무 수행 능력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의 중요 업무 지방이양과 같이 국민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중장기적인 국가비전 아래, 해당 부처 간의 협의, 당사자 의견 수렴,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사회적 논의와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지방분권이라는 명목만을 내세워 노동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 기능을 관련 경험과 능력이 없는 지자체로 이양하려 하다면 현실을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여성․비정규직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용 개선 기능을 중앙 정부가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각계의 비판을 경청하여, 즉각 이번 계획의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논평원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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