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노동행정 2003-10-29   2226

[성명] 잇단 분신 불러오는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에 대한 논평 발표

공허한 약속의 재탕과 고압적 경고로 일관한 정부 담화,

비정규직 차별, 악의적 가압류 등 노동탄압, 사회적 양극화 해결할 특단대책 시급

1. 지난 1월 두산 중공업의 배달호씨를 시작으로, 이달 들어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세원테크 이해남 지회장, 그리고 다시 지난 주말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전남 이용석본부장이 분신했다. 이러한 잇단 노동자들의 극단적 분신사태는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 주지하듯이 김주익 위원장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사측의 과중한 손배 가압류 조치였다. 연 초 배달호씨 분신 이후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으나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2003년 10월 20일 현재 손해배상·가압류 현황은 총 46개 사업장 1천351억 1천2백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보복적 손배·가압류에 대하여 시민사회단체들은 반인권적 편법적 노조탄압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전면조사와 손배가압류 제한 입법청원 등을 통해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회기가 다 마치도록 국회는 입법노력을 게을리 했고, 노무현 정부 역시 손배가압류의 문제점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마련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해왔다.

이용석 본부장의 분신의 배경이 된 비정규직의 실태 또한 심각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현재 전체 노동자의 58%에 이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함에도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고, 사회보험 등 기초보장에서 소외되어 있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이 처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싸울 수 있는 단결권 등 노동3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시민사회단체들이 수년간 비정규직 차별 금지와 권리보호를 촉구하고 관련 입법 노력을 지속해왔음에도 노동부 법안조차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3. 노무현 정부는 국민소득 20000불 시대를 고창해 왔고, 이를 위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대기업들의 캠페인에 동조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맹목적 성장노선의 이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조합, 농민 등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는 이들의 일상은 더욱 가혹한 정글의 법칙 속에 내맡겨져 왔고, 노조 등을 통한 자구적 노력들은 싸늘하게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어 왔다. 참여정부 8개월 간 노동자 구속이 139명이고, 사업장에 공권력이 5번이나 투입되었다. 이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대화와 타협을 앞세운 노무현 정권들어 구속 노동자의 수치가 가장 높고 공권력에 의한 진압의 수치가 높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정부와 정치인들, 그리고 일부 언론은 법치의 실종을 개탄해왔지만, 실제 법치의 실종이라는 표현은 정치권 그들 자신과, 부패한 대기업, 투기의 조장자들, 그리고 이를 정당화해온 언론에 대한 고무줄같은 법적용에 어울리는 말이다. 노동조합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용을 넘어서, 부당노동행위와 가압류, 이면계약과 같은 불법·편법적인 탄압통제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4.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사회안전망의 위기이자 노동의 위기이며, 사회통합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그런데 이 판국에 영등포 경찰서장은 노동운동 지도부들이 조직적으로 분신을 ‘기획’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몰지각한 망언을 하여 물의를 빚고있다. 그는 “지금 상황이 그토록 극한상황도 아니고 시기적으로도 자살이 잇따를 때가 아닌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걸로 보아 다른 게 있는 것 같다”고 배후설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비단 영등포 경찰서장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가 노동문제를 보는 시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편견에 가득 찬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IMF 이후 골이 깊어 가는 사회적 양극화와 노동조건의 악화를 외면하고 ‘노동시장유연화’를 금과옥조로 여겨온 정책당국의 편견의 일단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심지어 대통령조차 노동조합 지도부가 파업을 위한 파업을 일삼는다고 힐난하지 않았던가?

5. 오늘 정부가 법무부장관, 행자부 장관, 노동부 장관 명의로 긴급담화문을 발표하여 일부 제도개선을 약속하긴 하였으나, 출범 초기부터 해왔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의 재탕이다. 게다가 정부가 준비하고 있다는 개선안 중 일부는 개악적 요소가 있음이 확인되어 온 바다. 더욱이 담화문은 ‘정부의 성실한 대화노력’에도 불구하고 ‘극한적인 방법으로 정부를 굴복시키려해서는 안된다’는 고압적 경고로 일관하고 있으며, 시국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위기의 근원에 대한 정부의 반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제가 된 기업주들의 만성화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경고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현재의 억압적 노동현실을 타개할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시민사회가 제시하는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우선 영등포 경찰서장부터 당장 경질해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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