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산업재해 2012-02-07   4520

[논평] 벤젠 검출은 반도체 사업장의 유해환경 입증한 것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백혈병 산업재해 인정해야
국회, 업무와 재해사이의 증명책임 전환하는 산재법 개정안 처리해야


어제(2/6)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삼성반도체, 하이닉스, 페어차일드 등 3개사의 사업장의 작업공정에서 백혈병을 유발하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3년간 진행된 연구 결과,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에서 벤젠이 부산물로 발생함을 확인했다. 작업공정에서 백혈병 유발물질인 벤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공공 연구기관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반도체 사업장 전반의 안전성에 대한 점검에 신속히 착수해야 할 것이며, 삼성반도체는 2007년 이래 사업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백혈병 발병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산업재해 신청 이후,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반도체 노동자 18명의 산업재해보상신청을 거부했다.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은 처음으로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하기까지 했다. 비단 삼성반도체뿐만 아니라 2011년 5월 매그나칩 반도체 공장의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하였다.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발병은 특정 사업장의 문제가 아닌 반도체 사업장 전반의 문제라는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아 왔다. 오히려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들은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에게 업무 기인성을 밝혀내기 위해 필요한 정보조차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삼성반도체의 사업장 내 백혈병 발병과 관련된 그간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삼성반도체는 지난해 7월 미국의 산업안전 컨설팅회사인 인바이런(Environ)사에 사업장의 안정성 평가를 의뢰한 결과, 벤젠 등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자신들의 사업장이 안전함을 강조해왔다. 그동안 삼성반도체는 발암물질을 직접 사용하지 않으며, 사용하더라도 미량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안전하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불검출”이란 결론은 삼성반도체가 스스로 만들어낸 면죄부임이 밝혀졌다. 

백혈병의 유발물질이 사업장 내 공정과정의 부산물로 발생함이 확인된 만큼 정부와 삼성반도체는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발병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산하 기관의 연구결과를 수용해 백혈병 문제를 반도체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권과 반도체 사업장 전반의 안전성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협력업체와 중소사업장을 포함해 반도체 관련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성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역시 백혈병을 반도체 사업장의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 삼성반도체는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들과 그 유족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현재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건강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그간의 무책임한 태도를 버리고, 노동자의 건강권과 보상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는 이번 연구결과를 적극 수용하여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병한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3년에 걸친 이번 조사 결과는 노동자 스스로 산업재해의 직무연관성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직무연관성을 부인하는 막강한 기업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하는 싸움에서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부과하는 현재 구조의 불합리성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현재 노동자와 근로복지공단 간 직무연관성 입증책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자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률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국회가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은 물론 법률개정에 반대해온 정부도 전향적인 태도로 개정안 처리에 동참해야 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