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산업재해 2004-07-13   2888

사망자 휴대폰이 SDI 직원 등 6명 위치추적

피해자측, “삼성의 노동자 감시ㆍ탄압” 주장

삼성SDI 직원 등 6인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사망자의 휴대폰을 통해 위치추적을 당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 6인은 삼성SDI의 수원과 울산공장 직원 4명,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그리고 삼성에서 근무 중 사망한 노동자의 배우자로 모두 삼성과 연관되어 있으며 노조건설에 긍정적인 입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17개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이 사건이 개인적인 동기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삼성 측이 노동자를 감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13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실체적 진상 규명과 책임단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노영란 씨(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가 밝힌 경과에 따르면 사건은 삼성SDI 수원공장의 한 직원이 누군가 당신위치를 추적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직원은 자신이 이용하는 휴대폰 통신사인 SKT에 확인요청을 한 결과 본인은 신청한 적도 없는 ‘NATE 친구찾기’ 등의 위치찾기서비스에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위치찾기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을 추적하던 휴대폰은 이미 지난해 사망한 이의 소유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령휴대폰’이 자신을 추적해 온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유령휴대폰’이 위치추적하던 이들이 5명 더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삼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SDI 수원공장 직원이 3명, 울산공장 직원이 1명, 삼성일반노동조합 위원장 그리고 울산공장에서 근무중 과로로 사망한 직원의 미망인 등이다. 이 미망인은 남편의 산재여부를 놓고 삼성 측과 분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치추적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시기도 미묘하다. 피해자들의 위치추적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져 왔다. 노 씨는 “삼성SDI의 수원공장의 이전문제를 둘러싸고 구조조정 논의가 진행되면서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셌던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수원공장 직원 3명은 최근 3개월간 약 650여 차례에 걸쳐 위치추적을 받았고 지난 3월 18일에는 단 하루동안 49회나 추적을 받았다. 특히 퇴근시간 직후 회합을 가진 시각에 집중적으로 추적을 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17개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위치추적 대상자와 추적 시기 등 확인된 정황을 종합해 볼때 “삼성이 첨단기술을 동원해 노동자를 감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담당 변호사인 김칠준 다산인권센터 소장은 “이번 사건은 첨단 기술을 이용한 치밀하게 계획하고 조직된 범죄행위로 일반인들에게 사건 경위를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라고 밝혔다.

노 씨는 “피해자들의 핸드폰을 불법복제한 핸드폰으로 위치찾기 서비스에 가입했고, 사망한 사람의 핸드폰번호를 이용했으며, 불법복제핸드폰의 소지자와 위치추적에 사용된 핸드폰의 소지자가 동일인이 아니라는 사실” 등 과정상의 치밀함을 볼 때도 이는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졌고, 2인이상의 사람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노 씨는 또 ▲피해자 대부분이 삼성의 노조결성에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는 점 ▲불법복제폰을 이용해서 발신을 할 때의 기지국이 대부분 삼성 SDI 수원공장이 있는 수원시 영통구 신동이라는 점 ▲위치추적을 한 핸드폰의 발신기지국이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으로 집중되어 있다는 점 ▲삼성 SDI 울산공장과 수원공장에서 동시에 위치추적이 이루어졌다는 점 등도 “삼성이 근로자들의 노조결성과 관련된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서 조직적, 계획적으로 위치를 추적해 왔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이 사건의 본질은 삼성의 노동자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별도의 성명서를 통해 그간 삼성 측이 노동자와 노조설립에 대해 탄압해온 과정을 낱낱이 폭로한 뒤 이번 ‘유령휴대폰을 통한 위치추적’ 사실이 드러나자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회유와 협박을 해왔다고 밝혔다.

방송사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이 사건을 방영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삼성 측이 피해자들을 면담하여 “수원공장의 존폐가 걸려있다. 제발 방송은 말아달라. 여기 노동자들을 다 실업자로 만들 셈이냐. 3년치 월급을 주겠다”는 등의 협박과 회유를 했다는 것이다.

이 날 기자회견을 가진 17개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이번 사건의 진실과 배후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검찰의 조속하고도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이번 위치추적 사건이 개인의 사생활을 의도적으로 감시하기 위하여 치밀하게 계획하고 조직한 중대 범죄행위”라고 지적하면서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 핸드폰을 불법복제 하여 개인생활을 감시하였는지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철저하게 조사하여 그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어 “만약 이번 사건이 삼성기업과 연관돼 있다면, 이는 기업이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을 감시,통제하고 있으며, 삼성의 무노조신화의 실체는 결국 이같이 치밀한 방법을 통해 노조 결성 등 노동자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근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 후 피해자 6인은 사망자의 휴대폰의 실질적 소유자 및 소지자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와 별도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삼성 측이 연루되었음을 주장하는 논거를 첨부해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7명에 대해 추가로 고소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유령 휴대폰’ 노동자 위치추적, 그 진실과 배후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삼성이란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노동자들, 또 삼성과 관련이 있는 이들의 핸드폰이 본인도 모르게 누군가에 의해 불법 복제돼 위치를 추적당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해왔다는 사실에 우리는 충격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위치정보는 프라이버시 중에서도 가장 은밀한 사생활에 관한 정보로서, 고도로 보호되어야 할 중요한 인권의 영역인데,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의 위치정보를 24시간 추적해 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인권침해인 것이다. 이번 사건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첨단기술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누군가가 당신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있을지 모르니 지금 당장 위치추적확인 서비스에 가입돼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말할 정도로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더욱이 사망한 사람의 핸드폰번호까지 이용하였고, 불법복제 핸드폰 소지자와 위치추적핸드폰 소지자가 동일인이 아니라는 점은 이번 사건이 일반인 아닌 전문가에 의해, 적어도 2명 이상에 의해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개인정보에 관한 보호는 중요한 인권문제이며, 개인 정보에 관한 수집, 유출은 오직 본인의 동의 하에서, 본인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개인정보에 관한 자기통제권’은 중요한 인권의 원칙이다.

우리는 이번 위치추적 사건이 개인의 사생활을 의도적으로 감시하기 위하여 치밀하게 계획하고 조직한 중대 범죄행위임을 분명히 지적하면서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 핸드폰을 불법복제 하여 개인생활을 감시하였는지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철저하게 조사하여 그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또한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삼성SDI 직원들이며, 해고자, 산재사고로 사망한 직원의 부인 등 삼성기업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피해자들 중 적어도 삼성SDI수원공장 노동자 3명은 동일한 핸드폰으로 위치추적을 당해왔으며, 이들이 퇴근이후 화합을 가진 날에 위치추적이 집중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삼성 노조결성에 적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이며, 삼성SDI울산공장과 수원공장에서 동시에 위치추적이 이루어졌진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는 또한 불법 복제폰을 이용해서 발신을 할 때의 기지국이 대부분 삼성 SDI 수원공장이 있는 지역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우리는 삼성이 노동자들의 노조결성과 관련된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하여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 계획적으로 위치를 추적해왔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 수원공장이 광주 등 다른 지역과 해외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면서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최근 2~3개월에 걸쳐 집중 감시됐다는 사실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삼성기업 내에서 노조를 만들려는 시도가 수차례 있었고, 사측에서 온갖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노조결성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제기를 받아왔다.

만약 이번 사건이 삼성기업과 연관돼 있다면, 이는 기업이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을 감시, 통제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삼성의 무노조신화의 실체가 이같은 치밀한 방법을 통하여 노동조합의 결성 등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탄압하는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근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 한점의 의혹이 없도록 밝힐 것과 삼성측도 손가락으로 해를 가리려는 노력을 벌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모든 사실을 드러낼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또한 만약 삼성이 위치추적에 개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에 대한 철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이를 위해 사회시민, 정보통신, 인권, 법률 단체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더 나아가 공동대책기구를 구성하여 정보인권 사수와 노동자 감시, 노동통제 분쇄를 위한 적극적인 실천을 전개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진실이 조속히 밝혀지고 그 책임단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2004년 7월 13일

참여연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진보네트워크센터·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노동조합기업연구소·지문날인반대연대·민죽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다산인권센터·안산노동인권센터·울산인권운동연대·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인권운동사랑방·전북평화와인권연대·전태일기념사업회·평화인권연대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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