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1-06-28   3181

최저임금 현실화 시급하다

28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12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결정될 예정이다. 매년 반복되어 왔듯 올해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는 현저하다. 노동계는 물가상승률과 생산성 증가율을 감안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즉 최저임금 현실화를, 경영계는 올해 수준의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양쪽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으나, 고용과 임금의 측면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경영계의 입장이 중요하므로 우선 그 진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사용자의 고용의지를 꺾어 일자리 감소를 유발하며, 자체 통계에 근거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주 40시간 기준45.5%)이 낮지 않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현재 수준에서 동결할 것을 주장한다. 과연 경영계의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먼저 최저임금 수준의 적실성 여부를 살펴보자. 경영계가 제시하는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아니라, 고소득자를 제외한 중위값을 비교해서 산출한 결과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보고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측정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이러한 접근에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사용자의 고용의지를 약화시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명확한 상관관계를 제시하는 국내외의 실증연구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국제노동기구(ILO)는 적절한 최저임금이 경기침체 시기에 총수요를 유발하고 디플레이션을 예방하는 데 기여하며,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소득분배구조의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이제 최저임금의 적나라한 현실을 살펴보자.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임금수준의 비현실성에 있다. 1988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고는 하나, 2008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비율은 32%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중 16위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2010년 최저임금 인상률(2.75%)은 물가 인상률(2.9%)과 노동자 평균시급 인상률(정규직 4.9%, 비정규직 4.5%)에도 못 미쳐 실질적인 임금 삭감 효과를 낳았다.

 

따라서 2011년 최저임금인 시급 4320원으로는 밥 한끼 제대로 사먹기가 힘들므로, 최소한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인 시급 5410원으로 인상하자는 노동계의 목소리는 매우 절제된 주장으로 보인다.

 

해외 사례를 비교해보더라도 이러한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독일 경제사회연구소(WSI)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법정 최저임금은 최근 경제위기를 겪은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에도 현저히 못 미치고 있으며, 심지어 OECD 국가도 아닌 슬로베니아, 몰타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를 구매력평가(PPP) 수준에서 비교해보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8년 경제위기 여파로 2010년에 임금을 대폭 삭감한 아일랜드의 최저임금 수준이 여전히 우리의 두 배를 넘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최저임금법 1조에 의하면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최저임금의 현실화는 노동시장이 양극화하고 청년실업률이 매우 높아 격차사회로까지 비유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의지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국민 모두 6월28일의 결정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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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으로 참여하고 계시는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가
2011년 6월 27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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