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2-06-11   2995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①] “2012 한국 노사관계 개혁, 첫 출발은 산별운동 재구성과 제도화”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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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양 날개는 강력한 ‘진보정당’ 과 ‘산별노조’ 라고 했던가. 그런데 그 노동운동의 양 날개가 최근 한국에서는 제대로 날갯짓을 못하고 있다. 진보정당이라는 한 날개는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가 보여 주는 것처럼 노동 없는 진보정치, 대중조직이 배제된 정파연합당의 벽에 부딪쳐 꺾이고 있다. 또 다른 날개인 산별노조는 2000년 전후로 힘차게 치고 올라가다가 2006년 자동차 등 대공장노조들의 산별노조 전환으로 기세를 올린 이후 줄곧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노동운동이 날갯짓을 못하고 침체기를 겪는 동안 비정규직 문제와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사회양극화 현상도 악화되고 있다. 노조 조직률은 10% 이하로 추락했고, 노조의 사회적 존재감과 영향력 또한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노동 없는 복지, 노동 없는 정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운동은 과연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가. 현재 제기되고있는 모든 노동의제가 각각 그 원인과 문제점, 해결방안을 갖고 있지만 근본적·총체적인 돌파구는 개별 기업을 뛰어넘는 초기업노조 활동 강화와 초기업교섭,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전면재편에 달려 있다. 노조 활동과 교섭을 기업별로 묶어 두고 거기에서 지금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손발을 묶어 놓고 무거운 짐을 옮기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이런 점에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2012년 한국에서 ‘노동운동의 모든 길은 산별노조로 통한다’ 라고 말하고 싶다.

 

4월 총선 전에 여소야대 국회를 전망하면서 산별노조운동의 제도화로 돌파하려는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제는 87년 노동자대투쟁 같은 ‘기동전’이 아니라 ‘진지전’ 방식의 투쟁, 모범과 모델을 만드는 활동을 준비해야 한다. 산별운동의 내실을 기하면서 산별운동의 동력을 발굴해 내용을 재구성하고, 그 힘으로 법·제도 개선을 이끌어 내야 한다. 오는 12월 정권교체를 하고, 새 정부의 의지로 적극적 노동행정을 통해 산별 노사관계를 다시 추동해야 한다.

 

노동현장이 새롭게 움직이고 있다. 당위에서 현실로, 최근 제2 산별노조운동의 방향과 내용을 둘러싸고 다양한 모색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운동포럼에 이어 산별특위 활동을 시작했고, 더불어 제2 산별노조 발전전략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처럼 활발하지는 않지만 기존의 금속·금융·공공·보건과 함께 건설·사무·교육·민간서비스 등에서도 산별운동이 꾸준히 모색되고 있다. 물론 산별 추진으로 인해 조직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 필자가 참석한 ‘새로운 노사관계 비전 모색 좌담회’에서는 한국 노사관계 시스템을 평가한 후 2012년 전략과제로 △기업과 지역, 업종 단위에서 협의와 조정의 노사관계 구축 △고용-복지 친화적 노사정 사회적 협의모델로 더 많은 고용, 더 나은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일부 한계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제안이다. 필자는 대선시기 주요 의제로 노동의제를 쟁점화하고, 그중에서도 산별노사관계 재편이 첫 번째 화두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실질적인 논의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몇 가지 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창조적 상상력을 발동해 한국형 산별노조의 조직활동과 교섭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꿩 잡는 게 매다. 흑묘백묘(黑猫白猫)라는 말도 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이다. 최근 제2 산별노조운동이 제기된 배경은 기존의 이념적 도그마와 도식적인 논의에 얽매이지 말고 당장 제기되는 비정규직·양극화 등 노동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복지와 진보정치에 잘 조응할 수 있는 산별적 구조와 실천내용을 적극 고민하자는 취지다. 노조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높여 사회민주주의와 경제민주화에 복무하기 위한 새로운 초기업 활동모델을 찾아 나서자는 것이다. 산별이라고 무조건적인 집중과 통일을 강조하기 이전에 그것이 가능하기 위한 토대를 정비하고 제도를 만들고 초기업적 의제 준비와 조정기능부터 높여 나가야 한다.

한국적 산별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산별적 상상력을 더 발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외국 사례가 더 많이 소개돼야 한다. 외국 사례는 기존의 유럽 일변도에서 벗어나 기업별노조에 바탕을 둔 영미식 산별노조, 남반구 노조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검토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와 노동법이 최근 급속도로 영미식으로 가고 있는 만큼 미국식 산별이 대안이 아닐지라도 적극 참고할 필요는 있다. 최근 필자가 몇 차례 미국 방문을 통해 확인한 미국의 노동운동은 총연맹 약화와 달리 산별단위에서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유럽식의 완전한 산별구조는 아니지만 현장의 약화와 노동운동의 영향력 축소를 대규모 재정집중으로 사업을 대규모화하고, 미조직 사업에 대대적으로 돈과 사람을 투여하며, 전문 활동가를 양성하고, 적극적인 현실 정치활동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 나가고 있었다.

둘째, 산별노조 제도화와 관련해 보다 실질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노조가 요구하는 산별교섭 제도화에 대해서는 약간의 오해가 있는 듯하다. 현장 노사관계에서 내용적 진전 없이 법으로만 획일적으로 산별교섭을 강제하자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방식은 필자 역시 옳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법제화’라는 표현보다는 ‘제도화’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산별 노사관계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제도화를 위해 최소한 기업별노조를 전제로 한 현행 노조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노동계도 많은 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필자는 초기업 노사관계 재편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의 몇 가지는 최우선적으로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산별노조의 교섭 쟁의대상 확대 △교원노조법 수준에서 산별노조 요구시 사용자 교섭단 구성을 통한 산별교섭 참가 의무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폐지 전까지 대상에서 산별노조 제외 등이 시급히 개정해야 할 조항들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법 개정 없이 외부에서 노조에게 ‘남의 제사에 감놔라, 배놔라’ 훈수를 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현장 노사관계에서도 산별교섭 제도화를 위해서는 일순간의 집중화된 교섭구조로 가기보다는 초기업적 조정기능을 점차 높이면서 초기업교섭의 연착륙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동안 전국단위에서 산별교섭이 진행된 금속·금융·보건의 사례를 통해 노사정 평가를 기초로 합의가능한 선을 찾아야 한다. 사실 법 개정 이전이라도 노동행정 측면에서 산별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위한 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측의 단체협약 위반과 교섭거부 등 부당노동행위 엄벌, 교섭대상 확대해석, 노동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 강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산별교섭 제도화 논의는 사회적 논란이 되는 정규직 중심의 임금투쟁은 합법이 되고 공공적 공익적 요구를 내건 산별투쟁은 교섭 쟁의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법이 되는 역설을 바로잡는 일이다.

셋째, 산별운동의 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노동법 개정 테이블에서 산별 노사관계 제도화 법안은 주요한 단골메뉴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아직도 산별교섭이 일부에서만 진행되고 있고, 이 문제가 전면적으로 쟁점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법 개정이 가능하냐고 반문하는 데는 말문이 막힌다.

제도화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현장의 실천뿐이다. 현장에서부터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산별운동의 동력을 다시 확보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대공장 정규직은 산별운동에 관심이 없다, 정규직 노동운동은 끝났다, 라고 말한다. 필자는 이런 주장들이 일면 타당하지만 일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가 운동의 주체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정규직 대공장 노동운동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좀 더 구체적인 정치교육과 산별교육과 산별의제 발굴이 필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산별운동이 가능하다. 최근 보건의료노조나 금속노조 소속 일부 대공장의 실험은 그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산별교섭 없는 산별노조 없다”, “산별교섭 성사 없이 현장교섭 없다”는 기치 아래 산별운동의 재구성과 재도약을 위해 전 조직의 힘을 모으고 있다. 영리병원 반대와 무상의료 실현 등 산업적 공공적 의제를 중심으로 산별적 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와 원·하청 문제 해결 등을 내건 금속노조의 투쟁, 산별노조 확대와 유통업 영업시간 제한과 정기휴무제 실시 플래시몹 등을 진행 중인 민간서비스연맹 등 곳곳에서 새로운 운동의 동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요구를 조직하면 현장은 움직인다.

이제 단순히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서 산별노조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넘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는 조직적 대안으로서 산별노조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최근 진보정치의 혼란 속에서 노동중심성과 노동정치가 강조되고 있다. 그 문제 해결의 열쇠는 당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 있고 노동에서도 산별노조에 달려 있다. 우리 사회 변화의 한복판에 산별이 있다. 아니 있어야 한다.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산별만이 희망이다.

이 글은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 의 기고입니다. 원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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