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일반(lb) 2019-03-06   1328

[논평] 경사노위, 성과내기에서 벗어나 신뢰·협조에 기반한 사회적 대화 기구로 정착해야

경사노위, 성과내기에서 벗어나 신뢰·협조에 기반한 사회적 대화 기구로 정착해야

편협하고 조급한 법 제도 개정 논의는 사회적 대화 실패 경험을 되풀이 할 뿐

경총은 노동권 보장·국제노동기준에 맞는 의제 제시해야

노동권 신장 위해 민주노총도 여성·청년·비정규직 대표와 함께 적극적 역할해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2차 본위원회(3/7)를 앞두고 여성·청년·비정규직을 대표하는 계층별 노동자위원 3인이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의 절차적·내용적 문제’를 지적하며 본위원회 불참도 고려한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노동법률 5단체는 2/27부터 경사노위 앞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합의에 대한 절차상 문제와 노동기본권 보장을 주장하며 단식농성 중에 있다. 계층별 노동자위원과 노동법률전문가 단체의 집단적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경사노위가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경사노위가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것은, 정부여당이 경사노위를 노사정 주체 간의 충분한 대화를 전제로 하는 사회적 대화기구가 아니라 정부정책에 대한 성과를 내는 기구로 여기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고, 이에 편승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행태에서 기인한다. ‘사회 양극화 해소’, ‘사회통합 도모’,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한다는 설립 목적에 부합하려면, 경사노위는 지금과 같이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2018년 6월에 통과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은 이전 법과는 달리,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여 이해를 대변할 수 있도록 노사 대표 외에 노사 각각이 추천하는 사람도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게 했다. 특히 노동계는 계층별 대표를 두고 취약계층 노동자의 대표성을 보완하였다. 하지만 현재 계층별 노동자위원 3인은 탄력근로 확대가 여성·청년·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탄력근로제 논의과정에서 배제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노동법률단체 소속 법률가들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대한 합의뿐만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삭제와 대체근로 허용 등 노동권을 형해화하는 경총의 요구안이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다뤄지고 탄력근로제와 같은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질 것을 우려하며 경사노위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하였다. 현 상황은 ‘다양한 사회 주체들 간의 사회적 대화’라는 경사노위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이 탄력근로제 개편 시기를 특정하여 서둘러 처리하려던 시도는 경총의 협상력을 높이는 구실이 되었고, 이에 따라 노동권 침해 내용이 포함된 경총 요구안이 경사노위에서 통과되거나 현재 의제별 위원회에 올라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노사정위원회 활동이나 경사노위에 제안한 안건을 보더라도 경총이 과연 참여 주체 간의 협력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검찰 수사에서 경총 전현직 임직원들이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아 교섭하면서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것이 드러난 바도 있다(‘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사건 중간 수사결과’, 2018.09.27.). 이 같은 상황에도 경총은 노동조합법 개악안을 경사노위라는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올리며 노동자의 권리를 형해화하는 한편, 단체의 실리만 챙기고자 하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는 경총의 행태도 문제지만, 경총의 낮은 사용자 대표성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참여연대가 주최한 토론회(http://bit.ly/2EMR9NI)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회사법인 수 대비 경총의 조직률은 0.79%에 불과하다. 노사정 기구가 등장하면서부터 경총은 경영계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성장하였지만 경총의 경영계 전체에 대한 대표성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사용자의 이익만을 챙기기보다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사회적 대화에 임하고, 실질적 대표성을 가진 사용자 단체가 필요하다.

 

경사노위는 노사관계·노동시간·사회안전망·산업안전·국민연금개혁 등 다양한 의제에서 노동자 권리 보장에 관한 제반입법을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의 장이기도 하다. 노동권 신장을 위한 논의가 충실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노동자위원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경사노위법은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 및 정부를 대표하는 위원 각 2분의 1 이상이 출석”해야 의결이 가능하도록 하여 소위 ‘날치기’ 처리가 불가능한데, 이에 따라 현재 노동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여성·청년·비정규직 대표들은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는 왜곡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노동계의 중요한 한 축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그동안 우리 사회 노동권 발전에 기여해 온 바와 같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여 노사관계, 노동시간, 산업안전, 사회안전망 논의에서 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경사노위에 시급한 운영 개선을 촉구한다. 경사노위가 설립 취지대로 ‘신뢰’와 ‘협조’에 기반한 사회적 대화기구로 운영되려면 논의되는 의제들의 결론을 열어놓고 노사 주체들이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를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취약계층 대표가 경사노위의 중요한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사노위 운영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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