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2-08-06   2543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⑨] 보건의료노조, 제2의 산별노조운동에서 돌파구 찾는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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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산별노조의 첫 닻을 올린 보건의료노조의 활동이 벌써 14년 하고도 6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올해 3년의 임기를 시작한 산별 6기 지도부는 “제2의 산별노조운동”을 선포했다. 이것은 노동운동의 희망이 산별노조운동에 있다는 것과 산별노조운동의 제2기 도약이 필요하다는 평가와 진단에서 출발했다.

 

보건의료노조 산별운동의 성과

 

험난한 노동운동 환경 속에서도 보건의료노조의 산별운동이 거둔 성과는 뚜렷하다. 우선 조합원수가 꾸준히 늘어났다. 98년 외환위기와 세계적인 경제위기,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 신인사·신경영 공세, 인력감축과 비정규직화 흐름, 노조탄압 속에서도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수는 98년 3만5천여명에서 2012년 현재 4만3천여명으로 늘어났다. 2004년 산별총파업 후유증으로 6천명 가까운 조합원이 이탈한 것을 감안하면 14년 동안 1만4천여명이 늘어난 셈이다. 산별노조가 아니었다면 신자유주의의 폭풍 아래서 조직 확대는커녕 유지·보존조차도 어려웠을 것이다.

 

공세적이고 성과적인 조직확대사업이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신규지부 건설사업, 간병인·요양보호사 조직화사업, 보건대·간호대생·실습생과 같은 예비노동자 조직화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지역지부 건설 사례도 생겨났고, 근로조건 사각지대에 있는 미조직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산별활동 사례도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의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꼽는다면 의료공공성 강화투쟁이다.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기치 아래 국민건강권 쟁취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했고 △본인부담 상한제 실시 △MRI 등 고가의료장비에 건강보험 적용 △암환자 병원비 건강보험 적용 확대 △환자식사에 건강보험 적용 확대 △의료민영화정책 추진 저지 △영리병원 도입 저지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추진과 제도화 추진 △의료기관평가제도 개선 등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의료제도를 개선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근로조건 개선을 뛰어넘어 산업정책과 제도를 바꿔 내기 위한 산별노조의 모범적인 활동사례라 할 수 있다.

 

2004년 주 40시간제 실시를 계기로 14일간의 산별총파업을 통해 보건의료산업 주 5일제를 쟁취한 사례나 2007년 산별교섭을 통해 2천384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1천541명의 비정규직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과 단체협약을 적용한 사례, 만성적인 인력부족 문제와 인력수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운동 사례는 노동자 간 격차 해소와 비정규직 없는 병원 만들기,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소중한 산별활동 사례들이다.

 

산별노조의 위력이 가장 잘 발휘된 곳은 민주노조 탄압·공공병원 매각·민간위탁·정규직 업무 외주화 등에 맞선 산별투쟁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대량해고와 공권력 투입에도 굴하지 않고 전개했던 217일간의 가톨릭중앙의료원 파업투쟁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한라병원의 300일간의 파업 △단체협약 해지와 경비용역을 동원한 세종병원의 민주노조 사수투쟁 △보훈병원·인천성모병원의 식당 용역화 저지투쟁 △수원·진주 등 지방의료원 민간위탁 저지투쟁 △전남대병원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승계투쟁에서 조직의 총력을 동원해 산별투쟁을 전개했다. 개별사업장 노조의 힘으로 돌파하기 어려운 정부와 자본의 총공세를 산별노조의 힘으로 돌파해 왔다.

 

이러한 활동은 산별노조를 건설함으로써 예산·인력·투쟁력을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조합비의 50%를 중앙·지역본부로 집중시켰고 특별기금(산별기금·투쟁기금·장기투쟁사업장 생계비기금·정치기금·통일기금·전임자기금·해고자 생계비기금·파업사업장 생계비대여기금·미조직기금·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해 산별투쟁과 산별활동을 전개했다.

 

본조 및 지역본부 사무처 간부도 98년 당시 39명에서 2012년 현재 55명으로 늘어났고 250여명의 지부장·전임간부들이 기업과 직종·지역을 뛰어넘어 산별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산별교섭의 현실, 산별교섭 제도화의 필요성

 

그동안 노동조합활동을 돌아보면 개별 사업장에서의 임금인상·근로조건 개선·인력확충·비정규직 문제 해결·신경영 대응·노조활동 활성화·노사관계 발전 등 어느 하나라도 보건의료정책이나 노동정책과 맞물리지 않는 게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즉 경쟁 위주의 보건의료체계와 돈벌이 중심의 병원경영과 의료영리화 정책을 바꿔 내지 않고서는 사용자측의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고 타임오프·복수노조·필수유지업무 제도와 단체협약 시정명령,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 등 각종 법·제도·정책을 바꿔 내지 않는다면 민주노조 고립과 산별노조 무력화, 현장조직 파괴공세를 돌파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15년 가까운 산별노조운동은 현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유력한 무기였고 노동조합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었다. 그러나 산별노조운동의 현실은 척박하다. 산별노사관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교섭을 보면 산별교섭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도 매우 취약하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98년 산별노조를 건설했지만 정작 산별교섭이 시작된 때는 6년이 지난 2004년이었고 그후 6년간 산별교섭을 진행했지만 2009년 사용자단체가 해산되면서 산별교섭이 중단되고 말았다. 그나마 6년간의 산별교섭도 교섭대표단 구성 거부·노무사에게 교섭권 위임·교섭불참·교섭도중 퇴장·노조요구안 수용 거부 등으로 파행의 연속이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보건의료산업 산별교섭이 보여 준 긍정성은 뚜렷하다. 예를 들어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보건의료산업 내 최소한의 통일적인 기준 제시 △인력·비정규직 등 보건의료산업 노사 공통의 문제를 산별 차원에서 해결 △의료공공성 강화,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 등 기업별교섭에서 다루지 못하는 산업별 의제 논의 △보건의료정책·제도 변화를 위한 노사공동활동 확대 등이 그것이다.

 

보건의료산업 산별교섭에서 노사가 체결한 산별중앙협약서는 △산별기본협약 △보건의료산업협약 △고용협약 △임금협약 △노동과정협약 △부칙 △부속합의서 등 7가지 틀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노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쌓아 올린 소중한 성과물이며 산별 노사관계의 결정판이다.

 

산별교섭에 대한 사용자측의 우려도 사실상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사용자측은 파업 남발, 정치투쟁 빈발, 이중교섭·이중파업으로 인한 교섭비용 증가, 임금·근로조건의 상향식 평준화 등을 우려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진행된 산별교섭에서는 파업이나 기업별 노사갈등이 줄어들었고 산별교섭 타결 후 개별 사업장의 현안요구들이 빠르게 타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임금·근로조건에서도 개별 사업장간의 격차를 고려하기 때문에 사용자측의 부담은 오히려 줄었고, 예측가능한 교섭으로 인해 교섭기간과 교섭비용도 감소했다.

 

문제는 산별교섭이 제도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산별교섭 참가·교섭대표단 구성·교섭권 위임 등 매년 산별교섭의 틀을 만드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고 있고, 교섭방식을 둘러싸고 노사가 너무나 많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

 

산별교섭을 안정적으로 정착·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산별노조가 요청하는 산별교섭에 사용자의 참가를 의무화하고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거나 사용자들이 연합해 산별교섭에 참가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며 △산별교섭의 대상을 산업·정책적 의제로까지 확대하고 △산별협약의 효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것은 산별노조에도 엄연히 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나 기업별노조체계 위주로 구성돼 있는 우리나라 노동법을 산별노조체계에 걸맞게 손질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사관계의 갈등과 파국을 막고 산별 노사관계를 안정화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제2의 산별노조운동이 희망 

 

그런 가운데 수년째 ‘노동운동의 위기’ 논의가 무성하다. 산별노조운동이 정체되고 노동자와 국민들로부터 고립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이것이 산별노조 무용론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다시 한 번 확인하지만 산별노조는 △노동자 간 격차 해소 △근본적인 고용안정대안 마련 △비정규직과 영세 중소사업장 미조직 노동자 근로조건 개선과 조직확대 △중층적이고 다변화된 교섭구조와 합리적인 노사관계 확립 △노동조합의 산업정책 개입력과 영향력 확대, 사회공공성 실현 △폭넓은 사회연대 실현과 우리 사회의 공정성·합리성·민주성 확대라는 순기능을 담당해 왔고 또 앞으로도 담당해 나갈 조직체다.

 

산별노조의 지향점과 목표는 명확하고 옳다. 문제는 산별노조의 실천이 느리고 착실한 준비를 제대로 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산별노조에 대한 사용자측의 태도와 인식, 산별노조시대에 걸맞은 정책·제도 미비 등 발목을 붙잡고 있는 장애물이 많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교섭 정상화·제도화 △산별노조 주체역량 강화 △10만 조직화시대를 개척하기 위한 집중적인 조직화사업 전개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제2의 산별노조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부족한 점을 고치고 각종 장애물을 뚫고 산별노조운동의 본궤도로 진입해야만 지금의 성과 위에 노동운동의 새로운 희망과 전망이 열릴 것이다.

 

이 글은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의 기고입니다. 원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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