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08-12-24   1252

[통인동窓] 엇박자 노동정책

글쓴이: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MB표 개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의 개혁정책을 뒷받침하려는 여당의 무차별적인 입법공세에 맞서 야당이 강력한 저지투쟁에 나서면서 요즘 국회는 ‘전쟁 중’이다. 서민들의 삶은 고달프기 그지없는데, 정치권은 싸움에만 열중하니 세밑 분위기가 영 어수선하다. 이미 실물경제의 침체로 상당수의 사업장에서 조업단축과 인력감축이 진행되고 있어, 새해에는 1998년의 실업대란이 재연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공식통계상으로 올 11월 실업률은 3.1%로 준수하다. 그러나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그냥 쉬고 있는 사람’, ‘주 36시간 미만의 불완전취업자’를 포함한 유사실업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수가 총 317만명에 달해 체감실업률은 이미 11.9%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내년 고용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요즘 대졸예정 청년이나 사오정세대, 그리고 가계를 책임지는 여성 비정규직 등 많은 서민들의 속내는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이 와중에 MB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은 실로 ‘엇박자 투성이’다. 정부는 감세와 종부세 완화로 부자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면서도,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줄 일자리 대책을 내놓기보다 오히려 노동자·서민에게 돌아갈 일자리와 소득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 다름 아니라, 정부가 최근 노동부문의 우선 개혁과제로서 비정규직 보호법과 최저임금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기 위해 만든 비정규직법의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시키려 한다. 실업을 핑계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제도 개악에 나서겠다는 노동부 수장의 발언은 참으로 억지스럽다.

또한 노동부는 기업들의 인건비 절감을 명분으로 취약 노동계층의 생계비를 받쳐주었던 최저임금제마저 완화하려고 하고 있다. 사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은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 놓여 있는 취약노동계층에 해당되는 만큼, 정부가 부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좀 덜 해주더라도 이들의 몫을 챙겨주는 것이 경제위기 국면에서 사회양극화의 억제나 내수활성화를 위해 도움이 될 텐데 거꾸로 최저임금을 낮추려 하고 있으니 엉뚱하기 그지없다. 최저임금의 현행 수준으로부터 고령자들, 신규취업의 수습생들, 그리고 재직근로자의 숙식비를 일정하게 낮추려는 노동부의 개정 시도는 기업들에는 자상한 배려를 해주면서 노동자들에게는 매우 인색한 MB정부의 편파적인 입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실업대란을 우려하는 현시점에 정부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으로 좋은 일자리 10∼15%를 축소하는 한편 청년실업대책의 일환으로 ‘알바’ 형태의 실속 없는 인턴제 시행을 떠들고 있으니 정부의 또다른 엇박자 노동정책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정부·여당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밀어붙이고 있는 4대 강 정비사업 역시 대졸 고학력 청년들에게 변변한 일자리 기회를 줄 것 같지 않다. 아울러 지난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어느 때보다도 사회적 결집이 요망되는 시기에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모색하기보다 노동조합을 개혁 대상으로 지탄하며 노·정 대립구도를 부추기고 있는 것도 국정지도자의 엇박자 노사관계 인식을 보여준다. 이렇듯 엇박자 노동정책을 강행하는 MB정부를 보면 추락하는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보다 노동양극화와 사회해체가 아예 고착되는 L자형 사회의 부서진 미래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 이 글은 경향신문 2008년 12월 24일자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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