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일반(lb) 2010-05-20   2274

누구를 위한 ‘세계인의 날’인가?

사진출처 : 참세상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가 이주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여 ‘외국인 범죄 특별단속’과 ‘미등록 이주민 집중단속’ 방침을 지난 5월 초에 발표하였습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범죄를 단속한답시고 경찰이 불심검문을 통해 미등록 이주민을 강제단속 할 수 있도록 해놓았고, 또한 6월부터 8월까지 법무부, 노동부, 경찰 등의 정부 합동단속을 실시하겠다고 합니다.

불심검문을 통해 외국인만 검문하는 것은 인종차별일뿐더러, 그동안 무수하게 인권침해 비판을 받아온 강제단속을 또 다시 집중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것은 G-20 안전개최라는 미명 하에 이주민의 인권을 희생시키는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정부는 정부가 정한 ‘세계인의 날’인 5월 20일에 시청광장에서 보여주기식 관변 행사를 개최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미지 메이킹에만 몰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주민 권리를 탄압하는 정부의 행태는 스스로가 얘기하는 다문화사회에도 한참 역행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이주공동행동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에서는 5월 20일 세계인의 날을 맞이하여 이러한 억압적 조치를 비판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많은 시민사회 단체들의 연명으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공동성명서]

누구를 위한  ‘세계인의 날’ 인가?
 

지난 2007년 5월 17일 제정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에 따라 5월 20일을 ‘세계인의 날’로 정하여 이 날 각종 기념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이주민 100만 시대를 넘어 다문화사회를 맞이한 한국 사회에서 이 날이 과연 누구를 위한 ‘세계인의 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이명박 정부는 철저한 ‘통제와 배제’를 기반으로 일방적인 동화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이주민 정책을 펴며 시대적 요청을 거부하고 다문화를 역행하고 있다. 다문화사회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에서는 결혼이민자, 전문 인력, 유학생 등 20 퍼센트  의 합법체류자들만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70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은 철저하게 배제된다. 이처럼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은 본질적으로 이주민의 인권과 권리를 외면한 차별적 논리를 기반으로 마련되었으며, ‘세계인의  날’ 역시 주인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세계인의 날’을 맞아 117만 이주민을 들러리 세워 가식적인 행사를 하려는 정부는 즉각 이를 중단하라. 그리고 이주민의 인권과 권리가 보장되고 이주민이 주인 되는 ‘세계인의 날’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공인된 ‘UN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을 비준하고 UN이 정한 12월 18일을 참다운 ‘세계인의 날’로 준수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에게 모든 권리가 종속당하는 처지에 있다. 외국인력 제도인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이 원칙적적으로 봉쇄된 제도이다. 사업장 이동의 제한 등과 같은 독소조항이 엄연하게 존속하는 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더 크게는 단순 기능 인력만을 활용하려는 측면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정주화를 금지시켜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인 가족의 결합권마저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인 바탕에서 외국인력 정책이 마련되어 있다.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에 대해 차별적일뿐 아니라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G-20 정사회의 개최를 빌미삼아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적인이고 위법적인 단속을 자행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벌여 온 단속추방 정책은 이미 인권침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고, 국제사회에서도 지탄을 받아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단속 과정에 있어서의 과잉 단속과 단속 절차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시정 권고를 했지만 정부 당국은 전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5월에는 법무부 스스로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을 마련하였지만, 단속 현장에서는 적법절차와 인권보호가 무색할 정도로 위법적인 절차가 관행처럼 지속되고 있다. 단속 과정에서 계구장구인 수갑에 의해 가격을 당해 부상을 당하고, 보호시설 내에서 긴급의료 지원을 받지 못해 사망을 하고, 하물며 이주여성을 백주대낮에 대로변에서 용변을 보게 하는 등 야만적이고 비인권적인 단속이 그 동안 자행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위법적인 단속의 관행을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해 강화시키고, 명문화해 놓았다.

이처럼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강력 단속을 실시하겠다는 것은 G-20을 빌미로 하여 국내 이주민들을 탄압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G-20 자체가 선진국과 부자들만의 잔치라고 지속적으로 비판받아온 마당에, 힘없고 돈 없는 제3세계 이주민들의 인권을 더 개선시키기는커녕 이렇듯 탄압만 일삼는다면 이는 국제적으로도 커다란 비판거리가 될 것이다. G-20 정상

회의 안전 개최를 명분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의 단속을 천명한 것은 이를 빌미로 사회의 가장 취약 계층인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내국인 일자리 잠식의 주범으로 낙인찍고, 또 사회를 혼란하게
하는 불순 세력,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역시 이주노동자를 우리 사회의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며 우리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넘어서서 이제는 사회적 격리 내지 혐오스런 존재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결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사회적 분리는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킬 뿐이다. 오랜 이민의 역사를 지닌 서구사회에서도 이미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민정책을 정착시켜 왔다. 정부는 국가경쟁력과 사회통합을 통해 선진화 이민정책을 실현하고자 한다면서 이와는 상반되게 다문화를 거부하고 역행하고 있다. 과연 강력 단속에 의존하는 정책이 바람직한 것인가! 최소한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되고자 한다면 즉각 비인권적이고 위법적인 강력 단속을 중단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를 거부할 수 없다면 현재와 같은 강력 단속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고용허가제가 마련된 지난 2004년부터 일상화된 강력 단속에도 불구하고 미등록이주노동자는 현재까지 약 18만 명으로 유지되어 왔다. 강력 단속으로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의 문제가 단 한 차례도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누구보다도 정부가 잘 알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무책임한 제도 운영으로 말미암아 파생된 숱한 과오를 한 순간 모면하기 위해 술책과 강력 단속에 의존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그 결과는 무고한 이주노동자의 고통과 죽음으로 이어져 왔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이 사슬을 끊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나아가 통제적 관념의 다문화 정책이 아니라, 인권지향적인 삶을 지향하는 바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세계인의 날을 맞아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라도 차별받지 않으며, 이 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세계 인권선언 제2조처럼 한국사회도 진정한 평등사회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인 ‘세계인의 날’을 맞아 한국사회의 모든 이주운동진영과 시민사회운동은 이주민들의 인권수호와 권리를 찾기까지 의연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다.

<우리의 요구>
–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억압하는 사업장이동 제한을 철폐하라!
– 이주노동자에게도 행복추구권인 가족의 결합권을 보장하라!
–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위법적이고 불법적인 강제단속을 즉각 중단하라!
– 위법적 단속, 불법적 단속관행 법문화한 출입국관리법 개악 즉각 철회하라!
–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인 ‘세계인의 날’을 철폐하고 ‘UN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을 비준하라!
– 117만 이주민의 정당한 권리와 인권을 보장하라!

2010년 5월 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이주민인권을위한부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 경기이주공대위,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 연대회의, 민주노총 경북본부, 경북일반노조,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인천지역이주운동연대, 참여연대, 대전충청이주인권운동연대,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 인권운동사랑방, 노동건강연대, 한국진보연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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