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산업재해 2012-06-04   1811

[논평]13년의 투병,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노동자의 사망


13년의 투병,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노동자의 사망


반도체, LCD 등 관련 사업장에 대한 안전성 확보되어야

19대 국회,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산업재해 입증 체계 개선해야


삼성전자 LCD 패널 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 빈혈로 쓰러져 투병해오던 윤슬기씨가 지난 토요일(6/2) 저녁 사망했다. 1999년 6월, 삼성전자 LCD 공장에 취업해 LCD 패널을 자르는 업무를 수행했던 故 윤슬기씨는 입사 5개월 만에 쓰러진 후, “재생불량성빈혈” 판정을 받아 13년간 투병생활을 하였으나 끝내 사망하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반도체와 LCD 등 전자 관련 사업장에서 유사한 계통의 질환이 반복되어 발생하여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故 윤슬기씨의 사망은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중 56번째 비극으로, 올해만 해도 삼성전자 피해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현재 삼성전자를 포함해 반도체 사업장에서는 수 백 개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으나,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어떤 성분의 화학물질이 얼마나, 어떻게 쓰이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로 인해 반도체 산업 세계 3위라는 한국에서 종사자만 해도 20만 명에 이르는 많은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얼마나 유해한 것인지도 모른 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 사업장에 대해 전면적인 안전성 조사를 실시하고, 삼성전자 등 기업에 대한 철저한 감독을 통해 노동자에게 안전한 작업장 환경을 제공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고용노동부는 대법원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입증하지 않아도 정황상 추정해 판단할 수 있다면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산하 근로복지공단으로 하여금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도록 지도하여야 할 것이다.

 

국회 역시 시급히 산업재해 인정 관련 법제도를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현행법 상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재해와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노동자 개인이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정보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숨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지식이 없는 노동자가 업무관련성을 의학적으로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불합리성을 인식해, 지난해 여·야 국회의원들은 재해와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근로복지공단이 입증하도록 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반대로 이 개정안은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되었다. 새로운 회기를 시작한 19대 국회와 정치권은 산재로 인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묵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하다 죽거나 다친 노동자에게 마땅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인 만큼 국회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관련 법 개정을 시급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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