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산업재해 2008-04-14   1878

사회적 책임 회피하는 경제5단체


노동규제 완화요구,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위협할 것
재계의 무리한 요구가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이어져서는 안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달 말 지식경제부에 267개의 규제개혁 과제를 제출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범정부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 작업의 일환으로, 지식경제부의 의견제출 요청에 따른 것이다. 경제5단체가 제출한 267개의 규제완화 요구안 중 노동관련 사안은 65개로 우리사회 대표적 취약계층인 장애인, 여성, 비정규직 보호제도를 뒤흔들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촉진할 요구들이 다수 들어가 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위원장: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기조에 편승해 기업 활동 촉진이라는 명분으로 사회 약자의 보호를 위한 제도적 규범을 훼손하려는 기업들의 자기중심적 발상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5단체가 제출한 65개의 노동부문 규제완화 요구는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 제한 완화 △30일 해고 예고기간 단축 △비정규직 활용범위 확대 및 사용기간 연장 △산업안전 규제 완화 등으로 모두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들이다. 이미 기업들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비정규직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기업규제 완화’라는 명분으로 각종 산업안전관련 규정들을 완화시켜 왔고, 그 결과 1990년 1.76%에서 1998년 0.68%까지 떨어졌던 산업재해율은 2007년 0.72%로 다시 증가했다. 이와 같은 노동현실을 감안한다면 경제단체들의 이러한 요구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심화시키고, 근로조건을 보다 악화시키고 근로자의 생명을 더욱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


경제단체들은 기간제근로 사용기간에 대한 예외범위와 파견대상 업종을 제조업 생산업무까지 확대하고,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차별처우의 범위를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 한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경제단체들의 요구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근로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사회적 요구에 의해 마련된 비정규직법 제정의 취지를 무시하고, 법의 실효성을 무력화 하여 비정규직의 남용을 초래할 것이다. 기업들은 퇴직금제도와 관련해서도 △퇴직금제도 폐지 또는 임의규정으로 변경 △벌칙규정 완화 △ 4인 이하 사업장 확대적용시기(2010년) 연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퇴직금제도의 개편은 전체 사회보장시스템 속에서 퇴직금제도의 성격과 기능에 대한 진단과 함께 고려되어야 할 문제이다. 단순히 기업의 비용부담을 이유로 퇴직자의 생계보장이라는 공적기능이 담당하고 있는 퇴직금제도의 폐지, 완화, 적용기시 유예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일정부분 기업에게 부여하고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경제단체들은 △육아휴직 중 해고 관련 벌칙 규정 완화 △육아휴직 신청에 대한 사업주 거부권 신설 △직장 보육시설 설치 의무 완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벌칙 규정 완화 △장애인·고령자 채용의무 완화 등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내 보육시설 설치 의무, 장애인․노령자 채용의무 등과 같은 규제들은 인권, 모성보호, 저출산 방지, 고령자 생계유지 등 시대적 정신과 합의에 의해 마련된 것으로 단순히 경제적 득실로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경제적 이윤만을 앞세워 규제완화를 요구한다면 사회적 합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 사회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의 통합을 중시하는 새로운 기업윤리가 요구되고 있음을 기업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제5단체가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65건의 노동부문 규제완화 건의안은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확대하는 반면 사회안전망은 좁혀 노동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사회적 통합의 가치와 규범을 훼손하는 내용들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규제 장치들이 이윤창출을 위한 기업경영에 걸림돌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에 편승해 당연히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과 부담을 회피하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인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증가하고 근로조건이 악화된다면 그 후과는 부메랑이 되어 기업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각 부처마다 규제완화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이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는 아니며 더욱이 기업의 경제적 이득만을 고려한 규제완화 조치는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정부 또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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