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노동행정 2002-01-31   1039

[성명]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성명 발표

정부는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주5일 근무제를 조속히 시행하라

1. 노동시간 단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정부는 삶의 질 향상, 생산성 향상을 위해 주 5일 근무제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지난 2001년 12월 18일 정부는 주 5일 근무제 도입방안을 둘러싼 노사정위원회 합의가 사실상 무산되자 민간부문의 주 5일 근무제 시행 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공무원 주 5일 근무제’, ‘학교 주 5일 수업제’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 할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에 기대지 않고 주도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정부의 구체적인 입법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어 정부가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머뭇거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2002년 2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사실상 올해 도입이 무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또다시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불투명지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한국사회 발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주 5일 근무제의 대의를 숙고하고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2월 임시 국회에서 주 5일 근무제가 반드시 통과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이미 주 5일 근무제는 오랜 논의를 통해 국민적 합의에 도달한 사안으로 재론의 필요조차 없는 사안이다. 장시간 노동의 폐해는 이미 국민들이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문제이다.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노동시간 평균 2474시간으로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산재사망자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1997년 기준으로 한국의 중대재해율은 3.33으로서 미국의 67배, 영국, 일본의 33배, 스웨덴의 14배, 프랑스의 6배, 독일의 4배에 이른다. 우리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멕시코와 홍콩에는 3배에 이르고, 싱가포르와 태국보다도 2배 많다)이며,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가족 간의 유대감이 약화되는 등 장시간 노동이 국민 생활 전반에 미치는 해악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장시간의 노동에서 벗어나고 인간적인 노동과 삶의 질 향상을 원하는 국민의 강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 5일 근무제는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폐해를 치유하고 고용창출을 통한 실업문제 해결, 여가 확대를 통한 삶의 질 향상, 생산성 향상을 통한 국가 경쟁력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 5일 근무제는 노동자들의 능력개발 및 자아실현의 기회를 확대하고, 남녀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조건을 성숙시켜 가족관계를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로 전환시키는 등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여 주 5일 근무제가 2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2. 정부안은 실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주 5일 근무제의 도입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정부가 주 5일 근무제안을 마련하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부 안이 노사정위의 공익안보다 오히려 후퇴되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 5일 근무제의 목적은 우리사회의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시키는데 있다. 그러나 정부안은 부문별 노동시간 단축 일정에 차등을 두어 2010년에야 모든 사업장 도입하겠다는 것이며 초과근로 상한선을 12시간에서 16시간으로 늘리고 가산임금을 삭감하고 생리휴가를 무급화하는가 하면 탄력적 근로시간의 단위기간까지 1년으로 확대하고 있어 실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주 5일 근무제의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법정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정부안대로 한다면 장시간 노동의 고통 속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영세 노동자들과 비정규노동자들은 주 5일 근무제의 혜택을 받으려면 2010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반면, 초과근로 상한선 연장과 가산임금 삭감, 탄력적 근로시간의 확대로 인해 장시간 노동과 임금삭감이라는 더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결국 노동자 집단 내 임금 및 노동조건 격차를 더욱 넓히고 노동자 집단 내의 위화감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와 같이 주 5일 근무제의 도입이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면 주 5일 근무제의 도입취지 자체가 무색해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주 5일 근무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하면서 생리휴가를 무급화 하는 것은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크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노동자의 71%가 4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근무하고 있고 여성노동자의 73.3%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중소영세사업장을 주 5일 근무제 대상에서는 제외시키고 임금보전적 성격을 띠고 있는 생리휴가를 무급화해 버린다면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은 임금삭감은 물론 노동조건의 심각한 저하를 겪게 될 것이다.

3. 2-3년 내 주5일 근무제 전면 실시, 초과근로 대폭 축소, 탄력적 근로시간제 및 유급생리휴가 현행유지를 통해 주 5일 근무제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

그러므로 현실적인 여건상 전면적인 실시가 어렵다면, 1989-91년 근로시간 단축 경험에 비추어 주 5일 근무제가 2-3년 이내에 모든 사업장에서 실시되도록 일정을 단축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세제 ·보조금 지급 등 각종 지원 정책안을 마련하여 중소기업의 주 5일 근무제 실시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실제 노동시간단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초과근로상한선을 현재보다 대폭 축소하고 가산임금을 적어도 현행 수준을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와 유급 생리휴가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된다고 판단될 때 재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정부는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2월 임시국회 내에 주 5일 근무제를 입법화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주 5일 근무제의 실시를 고대하고 있다. 주 5일 근무제 실시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우리사회의 양성평등을 앞당길 수 있는 사회적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현 정부가 역사적 의무를 방기하지 말고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주5일 근무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하여 2월 임시국회 내에 주 5일 근무제를 입법화하기를 촉구한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02년 1월 31일

녹색연합/문화개혁시민연대/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참여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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