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노사관계 2005-09-13   1249

불법파견 문제 해결 없는 임단협, 이대로 끝나서는 안된다

현대자동차 임단협 타결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



현대자동차 2005년 임단협이 지난 9일 노-사간의 잠정 타결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다수 조합원이 찬성함으로써 종료되었다. 이번 임단협이 임금과 근로조건 등 노-사간 이견이 큰 사안이 다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파행없이 노-사간 대화를 통해 타결된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노사관계의 최대 현안인 불법 사내하청 문제 및 비정규직의 처우 문제는 “1개월 이내에 사측과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 3자간의 특별교섭을 실시한다”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적 해결의 전망을 찾지 못했다. 참여연대는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 문제가 단지 한 단위사업장의 문제를 넘어, 당면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참여연대는 우선적으로 정부의 방관자적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01개 협력업체의 고용형태가 노무관리상, 사업경영상 독립성이 없는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임을 판정하고 사측에 개선계획서를 요구했다. 울산 지방노동사무소는 불법 파견 판정과 개선권고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가 이에 관한 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법인과 사내 협력업체 등 모두 101곳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조사 및 사법처리 진행은 매우 미온적이다. 그 뒤로 정부는 어떤 조정이나 개입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문제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책임있는 법집행자로서의 기본적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시간을 끌며 이 사안을 유야무야 하려는 사측의 입장에 힘을 보태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부는 울산 현대자동차 문제가 비단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법파견의 표본임을 인식하고 이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노동부는 2004년 금호타이어의 경우처럼 적극적인 시정명령을 내리고 파견법에 따라 불법파견업체나 무허가 파견업체들에 업체폐쇄조치를 내리는 등 불법파견을 근절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무엇보다 불법파견을 고수하며 갈때까지 가보자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현대자동차 사측의 태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년여 가까운 시간동안 문제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외면해 왔다. 노동부의 불법 판정이후 사내 하청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정규직화’라는 요구를 제시하며 파업을 진행하자 현대자동차 측은 한시 일용직, 아르바이트생으로 대체근로를 투입하여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시키면서 문제 해결을 외면했으며, 현대자동차 사내협력업체들은 조합원 가족들까지 찾아다니며, ‘작업장 복귀’와 ‘노조탈퇴’를 강압했다. 또한 파업에 참여했던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함으로써 급기야는 고(故) 류기혁씨와 같은 비극을 초래했다. 노동부의 개선계획 요구에 대해서도 현재의 생산시스템하에서 비현실적이며, 사내하청 노동자의 비정규직 고착화를 불러올 수 있는 ‘완전도급’ 형태로의 전환방안을 무책임하게 던졌을뿐, 가장 최근까지도 원하청 연대회의에서 수차례 제안한 특별교섭을 일관된 태도로 거부해 왔다. 현대자동차는 늦었지만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번 단협사항에 1개월내 사측과 원하청 노조대표간 3자 협의 개최가 명문화 되었지만, 여전히 사측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일체의 유보없는 성실한 자세로 특별교섭에 임함으로써 사태 악화를 막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외면은 노동자들의 불신만이 아닌 국민적 불신과 비판을 초래할 뿐이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더 큰 연대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번 불법 사내하청의 해결은 사측에 대해 확고한 교섭권을 갖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굳건한 연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런점에서 현대자동차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원하청 연대회의를 구성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한편으로 지난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확고하게 끌어안지 않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지난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시 사측의 일방적인 대체인력투입과 같은 상황에 직면해 정규직 노동조합이 보다 더 적극적인 태도로 비정규직의 투쟁을 엄호․지지하지 못한 점, 아울러 이번 임단협 교섭안에 불법파견 문제의 해결 등 비정규직 요구사안이 직접 포함되지 않은 점은 노동자 연대의 정신에 비추어 책임있는 태도라 보기 어렵다. 생산라인의 국외이전과 제조업 공동화 등 우리사회의 고용기반을 흔들고 있는 경제상황으로부터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며, 어느때보다 고용안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상황때문에도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의 문제는 어떤 지위에 있는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운동에게도 ‘남의 일’이 될 수 없는 사안이다. 또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핵심고리인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지위보장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인력배치 등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연대의 정신’에 입각해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이다. 우리는 민주노동운동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노동운동이 당면한 연대성 위기를 극복하는 모범적인 실천에 나서기를 바라며, 이번 임단협 타결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자세로 ‘사내하청 문제해결의 3자 협의체’의 실질적 가동과 이를 통한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책임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 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는 스스로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의 일단을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도 지게 될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아울러 비정규직 노조 또한 지나친 원칙론과 조급함을 벗어나 긴 안목을 갖고 단결과 연대의 원칙에 기반해 정규직 노조와 문제해결을 위한 상호이해를 높일 것을 주문한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의 해법은 이미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도 제기된 바처럼 상시업무의 정규직화를 원칙으로 직무 전환배치 등 일부 기능적 유연화,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직접고용, 차별해소 차원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보장 등이다. 관건은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을 포함해 현대자동차 노-사간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올바른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정부, 현대자동차 그리고 노동조합에 다음 사항을 촉구한다.

첫째,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적극적 시정명령 등을 포함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 현 시점에서 정부는 노-노-사의 3자 협상이 실질화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적극적인 조정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 출발점은 명백한 불법행위를 시정하도록 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둘째, 현대자동차측은 임단협에서 합의한 1개월내 3자 특별교섭을 어떤 유보도 없이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한다. 이를 통해 고질적인 과다 하청인력 사용 및 이로인한 위법, 차별, 노-사 관행의 문제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특별히 사측의 태도를 면밀히 주시할 것임을 밝힌다.



셋째, 정규직 노동조합은 임단협 타결에 안주하지 말고, 3자 특별교섭을 실질화 시킬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연말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자칫 정규직의 고용 및 처우개선 공약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던 폐단이 재현 될 것에 일말의 노파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넷째,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문제는 비단 한 단위사업장의 문제를 넘어 전국적 노-사관계의 문제인만큼 노-사 각 주체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경총 또한 이 문제 해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체이다. 민주노총과 경총은 상급단체 차원에서 가능한 조정 및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 끝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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