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노사관계 2011-12-16   4683

정리해고법 고치고, 전국적 실업안전망 구축해야

경향신문·참여연대·홍영표 의원실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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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리해고 대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사회로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부위원장), 민주당 홍영표 의원, 이시욱 금속노조 부위원장, 이창근 쌍용자동차 해고자, 박성호 한진중공업 해고자, 이병훈 중앙대 교수 등이 정리해고 제도 개선과 고용안정 시스템 구축 문제를 논의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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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법 고치고, 전국적 실업안전망 구축해야 

 

10개월 넘게 끌어온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지난달 노사합의로 극적으로 타결됐다. ‘희망의 버스’로 상징되는 시민사회의 연대, 기업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사상 초유의 국회 청문회 개최 등을 거친 한진중공업 사태 타결은 그동안 기업들이 ‘경영상 필요’를 들어 남발해온 정리해고에 사회적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를 남겼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정리해고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가족들은 최근 19번째 사망자가 나왔을 만큼 정리해고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시적 해고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경향신문과 참여연대, 홍영표 민주당 의원실은 한진중공업 사태 이후 정리해고 제도 개선과 고용안정 시스템 구축을 위한 대안 마련을 위해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의 사회로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부위원장), 홍영표 의원, 이시욱 금속노조 부위원장, 이창근 쌍용자동차 해고자, 박성호 한진중공업 해고자, 이병훈 중앙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해 2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다.

 
김남근 변호사 = 우리나라의 정리해고 관련 법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정리해고를 회피하고 예방하는 노동행정이 이뤄지지만 우리나라는 ‘공안행정’이 등장해서 정리해고로 갈등이 불거지면 공권력을 도입해서 정리하겠다는 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리해고 관련 법 자체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졸속이어서 1996년 경제위기가 시작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날치기로 급조해 정리해고 입법을 했다. 그러다보니 독일이나 프랑스 등 외국의 입법례를 참조하지 않고 일본의 판례를 본떠서 법을 만들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정리해고 요건뿐 아니라 해고 회피 노력, 노조와의 협의, 정리해고 수당 지급이나 전직 지원 등 사회적 구제조치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정해져 있고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정리해고가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긴박한 경영상 이유’에 대한 판단이 경영자의 광범위한 재량에 맡겨져 법원이 제대로 된 심사를 하지 않고 있다.

 

홍영표 의원 = 2001년 대우자동차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하면서 정리해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그 시점에서 제도적으로 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논의들이 있어야 했는데 굉장히 늦었다. 한진중공업 투쟁을 계기로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계속 커질 것이다. 이번에 정리해고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사유를 강화하고, 그 요건 등을 노사 간의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규모 이상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해고 회피 계획을 세우고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했으며 또 정리해고 이유와 해고자 선정 방법을 노동조합과 합의하는 내용과 재고용 절차와 해고자 구제 요건을 강화한 내용을 담았다.

 

이시욱 금속노조 부위원장 = 노동계의 기본적 입장은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곳에서 정리해고가 소리 소문 없이 이뤄지고 있다. 정리해고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기업 경영이 투명해져야 한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이 외국으로 물량을 빼돌리고 정리해고 다음날 주식배당을 하는 등 경영상 위기를 조작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노동자들의 경영권 참여는 봉쇄된 가운데 외국과 같은 사회감시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기업의 경영 상태에 대한 주장을 믿을 수 없다. 기업의 투명한 경영이 전제되지 않으면 법제도 개선이 현장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창근 쌍용자동차 해고자 = 우리나라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사업장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다. 한진의 경우 2009년 이후 계속 구조조정을 시도해왔고, 2010년 말까지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물량을 빼돌리며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만들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사회적 통제나 감시가 전무한 상황에서 사전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병훈 교수 = 한진중공업 투쟁에서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다. 이는 정리해고 문제가 특정 대기업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 ‘희망의 버스’를 힘있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기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문제로 국한돼서는 안되고 고용불안 사회를 어떻게 치유하고 극복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정리해고 제도 개선도 이를 위한 한 부분이지만 나아가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포함하는 전국적 실업안전망을 구축하고 사회적으로 고용안정 시스템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김남근 변호사 = 정리해고 법제도 개선이 대기업 노동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해고를 회피하려는 노력이 사업장 내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정리해고 법제는 해고돼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도 포함해야 한다. 그게 있어야만 국가의 입장에서는 해고자에 대한 고용복지적 지원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위한 사용자 책임 부분이 없고 정부도 노동행정적으로 이들에 대한 고용안정 시스템이 없다. 우리나라만큼 고용유지지원금을 안 쓰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사회자 = 쌍용자동차의 경우 무급휴직자에 대해 1년 뒤 재고용한다고 합의를 했지만 이행이 안되면서 19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현재 상태는 어떤가.

이창근 쌍용자동차 해고자 =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운데 19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자료를 내고 있지만 사실 죽은 통계다. 희망퇴직자가 2405명, 정리해고자 159명, 징계해고자가 43명, 무급휴직 462명, 정직 후 복직이 되지 않은 유급휴직자 72명 등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다. 19명도 우리가 알게 되는 사람들의 숫자이지 희생자가 더 있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진중공업 노사합의가 쌍용자동차처럼 이행되지 않을까 우려를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여야가 국회 차원에서 권고안을 만들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노동부 평택지청장이 합의를 함께했다. 주체의 무게감이 다르다.

 

박성호 한진중공업 해고자 = 정리해고 제도 개선에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해고 회피 노력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자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될 수 있다.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가면 기업이 이런 부분에 대해 근거자료를 절차에 맞춰서 준비하고 이것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구조다. 해고 회피 노력이 거꾸로 자본가들한테 면죄부를 주고 정리해고를 정당화하는 조항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 이 부분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

 

이병훈 교수 = 제도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업가들이 정리해고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끔 사회적 억지력을 마련하는 것이다. 독일이 정리해고를 법이 없어서 못했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이뤄지고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이를 의식해 정리해고를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이후 가장 시급한 것은 쌍용자동차 문제다. 정리해고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억지력을 마련하려면 쌍용자동차 해고 문제 해결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보편적 복지의 가장 기본은 고용이다. 생계를 해결하는 게 일터다.

 

김남근 변호사 = 내년 총선과 대선을 맞아 정리해고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15년 전의 잘못된 입법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는 고용복지 행정과 연결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독일은 고용을 중시하는 경제운용정책을 썼는데 4%대의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다.

 

박성호 한진중공업 해고자 = 대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는 이미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진행되던 것이 대기업까지 침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막지 못하면 비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는 아예 막기 힘들다.

 

이시욱 금속노조 부위원장 = 노동부를 중심으로 한 국가기관이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매번 정리해고로 인한 갈등이 국회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회에서 권고안이 만들어졌지만 청문회의 조남호 회장 증언 과정에서 정리해고를 위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 낱낱이 밝혀졌다. 하지만 노동부에서는 사전적 조치나 지도가 전혀 없었다. 정리해고 요건이 강화된다면 노동계에서는 굉장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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