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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4.05.26
  • 1675

2014 지방선거, 왜 생활임금인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선거 이슈가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 와중에 노동친화정책 공약으로 떠오른 생활임금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노동자가 4인 가족과 최소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임금'의 필요성과 의미를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가 함께 짚어 봅니다.

 

 


"이직률 높았던 청소일, 지금은 서로 하려고 난리"

[공동기획 2014 지방선거, 왜 생활임금인가③] 생활임금 시행 지자체에 가다

 

처음에는 청소원을 가장한 구청 홍보과 직원이 아닐까 의심했다. 지난 16일 성북구청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박용범(60)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박씨는 최근 6·4지방선거 공약으로 주목받는 생활임금을 지난 2013년부터 경험했다.


박씨에게 생활임금에 따른 변화를 물었다. 생활임금 시행 이후 가계 경제의 변화뿐만 아니라 구청 청소 노동자들의 이직율 감소 그리고 소속감 상승에 따른 대시민 서비스의 질 향상 등 부수적 효과까지. 박씨는 검게 그을린 손으로 펜을 쥐고 종이에 써가며 너무도 박식하게 설명해 나갔다. 생활임금 시행으로 내 집 살림이 좋아져 인터넷을 찾아가며 생활임금 제도를 공부했단다. 생활임금 효과를 알리는 언론 인터뷰도 여러 번 했다는 박씨는 이미 '생활임금 박사'였다.


생활임금 박사가 된 구청 청소노동자

성북구는 이웃 노원구와 함께 2013년부터 구청 산하 도시관리공단 직접 고용 노동자들에게 적정한 생활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생활임금 제도를 시행했다. 2014년 법이 정한 최저임금은 시간당 5210원이다 1일 8시간씩 주 5일을 근무했다면 한 달에 약 109만 원이다. 성북과 노원구의 생활임금 액은 2014년 기준으로 약 143만 원.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금액보다 약 34만 원이 더 많다.


청소일은 대표적인 저임금 업종이다. 박씨도 처음에는 최저임금을 받았다. 30년 가까이 다니던 병원 청소 일을 그만두고 2009년 성북구청의 청소 관리를 담당하는 민간용역 업체에 들어가서 받은 월급은 90만 원 남짓이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영배 구청장은 박씨와 같은 용역업체 청소노동자를 성북구 도시관리공단으로 직접 고용했다. 그리고 2013년부터는 행정명령으로 생활임금을 적용했다.


최저임금보다 34만 원이나 높은 임금인상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박씨의 설명으로 의문은 간단히 풀렸다. 가령, 성북구로부터 청소일을 위탁받은 민간업체는 구청으로부터 받은 용역비 중 일부를 업체 몫의 이윤으로 가져간다. 그러나 성북구가 직접 고용하게 되면, 용역비 자체가 생기지 않으므로, 기존에 업체가 가져간 이윤만큼 노동자들의 급여를 인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성북구는 여기에 예산만 조금 보탰을 뿐이다. 성북구가 구청 산하 직접고용 노동자 약 110명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잡은 예산은 지난해 약 1억5000만 원, 올해는 1억2500만 원이었다. 박씨는 "예산핑계를 대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생활임금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사님들(여성 청소노동자)의 경우, 여기 성북만이 아니라 생활임금 적용 전에는 이직율이 높았어요. 공단으로 직고용되고 생활임금 적용되면서 이제는 서로 들어오려고 난리입니다."


박씨는 생활임금으로 인한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개인적으로는 "생활임금으로 공과금 부담을 덜었다"고 좋아했다. 박씨의 부인도 백화점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40여만 원을 번다. 그래도 부인과 두 딸, 장모님과 함께 사는 박씨 가계에 가스요금 등 20만 원 가까운 공과금은 적잖은 부담이었다.


월급만 오른 게 아니에요, 일에 대한 책임감도 '쑥쑥'

이웃 노원구도 성북구와 같은 시기에 김성환 구청장의 행정명령으로 생활임금을 시행했다. 노원구 산하 도시서비스공단 청소 노동자 박영심(62)씨는 용역업체에서 일하던 2009년에는 월급이 95만 원을 간신히 넘었다. 그러다 2011년 도시서비스공단으로 직고용되고 2013년 1월에 생활임금이 시행됐다.


박씨와 같은 노원구 도시서비스 공단 청소·주차 노동자 68명은 지금 한 달에 약 139만 원 정도를 받는다. 박씨는 전화인터뷰에서 "생활임금으로 인상된 급여를 모아 동료들과 다음 주에 제주도로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기뻐했다.


생활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생활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생활임금 시행으로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노동자의 의욕과 책임감이 높아지면서 대시민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였다.


최세현(53)씨의 직장은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노원정보도서관이다. 일터는 새로 지은 건물이라 깔끔하다. 인근에는 온수공원이 있어 도심 속에서 작은 여유도 느낄 수 있다. 최씨는 이곳 어린이관에서 일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뛰노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책을 찾아주거나 장난감 등을 정리한다. 2010년 이곳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이들을 보살피며 지역에 봉사한다는 마음이었다.


지식을 얻어가는 교양의 공간이라지만 도서관 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책을 정리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갔다. 최선을 다해 응대해도 민원을 제기하는 어머니들 때문에 마음을 다치기도 했다. 결막염에 걸리거나, 피곤해서 입술에 물집이 잡히는 날도 많았다. 30대 젊은 사람들은 잠깐 일하다 곧 떠났다. 월급을 생각하면 여기서 오래 일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처음 일을 시작하던 2010년에는 오후 4시간 파트타임으로 일했어요. 그렇게 한 달 월급을 받으니 32만 원이더라고요. 내 가치가 이것 밖에 안 되나 자존심이 상했죠.


그래도 최씨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계속 일했다. 아직 대학생인 둘째의 뒷바라지를 위해서라도 일은 필요했다. 노원구는 올해부터 최씨와 같은 구립도서관 사무보조 노동자 33명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했다. 최씨의 지난 4월 월급은 약 137만 원이었다. 생활임금이 적용되기 전인 지난해 같은 달 월급 97만 원보다 약 40만 원이 많았다. 최씨는 "액수를 떠나 일에 의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노동자에게 참 좋은 법이자 권리, 생활임금 조례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에 위치한 장미공원에서 일하는 문종식(68)씨와 주문규(62)씨도 마찬가지다. 둘은 모두 부천시청의 계약직 노동자다. 올해 4월 1일부터 시행된 부천시 생활임금 조례로 이들은 당초 115만 원이던 월급이 약 8만 원 정도 오르게 된다.


"생활임금이 나이 먹고 불쌍하니까 한푼이라도 더 주자는 거라면 기분이 나빴을 겁니다. 조례라는 법제도가 있다는 자체가 고마운 일이죠. 나의 당연한 권리가 되니까요."


생활임금 조례시행에 대한 주씨의 생각이다. 퇴직 후 우울증을 극복하고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을 시작한 문종식씨 역시 생활임금의 시행은 액수의 크고 작음을 떠나 '기분' 문제였다. 그는 "시청이 우리를 이렇게 배려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부천시청에 대한 소속감이 높아지고 시민을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성북구와 노원구가 구청장의 뚝심으로 생활임금을 추진했다면 부천시는 조례를 통해 안정화를 꾀했다. 지난 16일 만난 고현주 부천지역 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은 부천시 생활임금 조례 제정의 숨은 공로자다. 고 사무국장은 취재차 방문한 기자에게 성북구 생활임금 조례 통과여부를 물었다.


"성북구의 생활임금 조례안은 어떻게 됐어요? 그 조례가 있어야 생활임금이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을텐데…."


사실 일반 유권자가 생활임금의 효용성을 느끼기는 어렵다. 생활임금이 지방자치단체에 고용된 노동자나 산하 기관 노동자들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활임금이 민간에도 적용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방정부가 민간기업에 사업을 위탁하거나 세금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를 담은 것이 바로 생활임금 조례(지자체에서 정하는 법규)다


부천시는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가 제안한 생활임금안을 노사민정 협의회를 통해 확산시켰다. 고 사무국장은 외국의 생활임금 사례를 소개하고 시정부와 시의회를 넘나들며 타협을 끌어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강동구(새정치민주연합), 안효식(새누리당) 두 시의원의 공동발의로 지난해 12월, 부천시는 전국에서 최초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했다.


6·4 지방선거 생활임금의 운명은?

성북구와 노원구의 생활임금제는 구청장의 행정명령으로 시행됐다. 바꿔 말하면, 생활임금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는 구청장이 들어서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고 사무국장은 이를 우려했다.


실제 성북구에서는 고 사무국장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성북구 의회는 지난 7일 본회의에서 김영배 구청장이 발의한 '성북구 생활임금 조례'를 보류시켰다. 일부 새누리당 구의원들이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청장이 선거를 앞두고 생활임금 조례를 발의한 것이 정치적이다"라며 조례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부천시 생활임금 조례에 대해 "상위법의 근거가 없고 지자체장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반대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고 사무국장은 "생활임금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아직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지역사회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생활임금에 대한 시민공청회를 여는 등 지속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만난 박용범씨와 최세현씨는 어느 정당에서 구청장이 나오더라도 생활임금이 뒤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서 생활임금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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