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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4.06.02
  • 1448

2014 지방선거, 왜 생활임금인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선거 이슈가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 와중에 노동친화정책 공약으로 떠오른 생활임금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노동자가 4인 가족과 최소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임금'의 필요성과 의미를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가 함께 짚어 봅니다.

 

 

시장 바뀌고, 당 바뀌어도 유지되는데... 우리는?

[공동기획 2014 지방선거, 왜 생활임금인가⑥] 미국과 일본에서의 생활임금

 


1994년 미국에서 시작된 생활임금은 현재 영국, 일본에서도 시행 중이다. 영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올림픽과 관련된 일을 하는 노동자 임금의 최저선을 런던시가 정한 생활임금으로 보장했다. 이는 런던올림픽 개최를 추진하던 2000년대 초반에 결정된 일이었다. 우리 사회의 생활임금은 이제 시작이다. 일단 시작하고, 다듬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현재를 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유럽 금융의 중심이면 뭐하나, 서민 삶은 그대로인데...

영국은 최저임금 제도와 생활임금 제도를 비슷한 시기에 도입했다. 1999년에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했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다시' 도입된 것이다. 1979년 마가렛 대처가 국가 수준의 최저임금 제도를 폐지했는데, 노동당 정부가 1999년에 이를 부활시켰다.


2014년 현재 영국 보수당 정권의 재무장관이 직접 나서 최저임금을 10%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영국의 경제 상황이면 6파운드(한화 1만 2400원) 대에 머물러 있는 최저임금을 7파운드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영국의 보수당은 최저임금 제도를 폐지하고 재도입에도 반대했지만, 지금은 입장이 다른 것 같다.


영국의 생활임금은 이듬해인 2000년 런던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역 사회의 저임금 노동 문제에 주목한 40여개의 풀뿌리 시민단체, 종교, 노동조합 등은 2000년에 텔코(TELCO, The East London Communities Organization)라는 연대체를 조직하고, 생활임금을 요구한다. 이들은 해당 지역에서 각종 업종의 임금 실태를 조사하여, '매핑 로우 페이 인 이스트 런던(Mapping Low Pay in East London)'이란 보고서를 발표하며 런던 동부지역의 저임금 노동 실태를 고발했다.  


10년 전 이 지역은 매우 낙후된 지역 중 하나였고, 빈부격차, 저임금노동 문제보다는 오히려 저개발 지역으로서 슬럼화 문제가 심각했다고 한다. 1980년대엔 지역활성화 대책으로 아일 오브 독스(Isle of Dogs) 지역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그 결과 현재 런던 동부 지역은 버클레이(Barclays), 시티그룹(Citigroup), HSBC, 메트라이프(MetLife) 등 소위 글로벌한 금융사가 대거 입주해 유럽 금융의 중심이라고 불린다.


문제는 지역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주민, 노동자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역의 개발은 오히려 저임금노동, 노동유연화, 소득양극화 등을 야기하며 지역 주민의 삶을 파괴했다. 시민들은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했다.


지역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은 지속적으로 생활임금을 요구했고,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곳에서는 일정한 노동조건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 학교 등으로 생활임금을 적용해야 할 업종과 직종의 확대를 요구했다. 그후 2004년 런던시장 후보 켄 리빙스턴(Ken Livingstone)이 생활임금 제도 도입을 공약했고, 당선되었다.


영국 총리 데이비드 카메론(David Cameron)은 공공부문의 조달 등 입찰에서 특정한 임금 수준을 강제하는 것은 조달과 관련한 EU 규정(EU procurement rules)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규정상 사용자에게 임금을 강제하는 것이 필수가 아니라(wouldn't necessarily)는 논리다. 필수가 아니라는 말의 의미가 곧 금지는 아닐 텐데, 총리까지 나서서 내놓은 생활임금 반대 논리는 궁색하다. 총리의 반대 속에서도 현재 런던 생활임금은 민간, 공공부문, 영리, 비영리단체 가리지 않고, 총 214개의 사용자가 시행하고 있다.


2004년 런던에 생활임금을 제도로 도입한 시장인 켄 리빙스턴(Ken Livingstone)은 노동당 소속이고, 현 런던 시장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은 보수당 소속이다. 시민이 스스로 제기한 지역의 문제가 노동조합, 종교, 학생 등 지역 사회의 여러 구성원들과 공유되고 결국 정치권이 수용해서 이윽고 제도화되었다.


시장이 바뀌고, 당이 바뀌어도 그 제도는 유지되고 있다. 심지어 같은 당 총리가 반대하고 있지만 런던시장은 생활임금 제도에 대해서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열심히 일한 런던시민들의 필요를 충족한다, 개인적인 삶의 질을 충족시킬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반박할 수 없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인을 길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이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떤 제도를 도입하고 유지하며 발전시키는가 하는 문제는 오로지 납세자들이 갖고 있는 '의지'의 문제라 하겠다.


생활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시민 몫

다음은 일본이다. 일본에서의 생활임금조례 제정 운동은 '공계약조례'라고 불린다. 공계약은 공공조달로 이해하면 쉽다. 일본의 공계약조례 제정 운동은 1990년대 초반부터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일본도 역시 저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차원에서의 대응이었다. 일본에서는 노다시에서 최초로 공계약조례를 제정했다. 당시 이 조례의 제정은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일본의 수많은 지방의회가 공계약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많은 지방의회 중 노다시가 가장 먼저 도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노동조합의 노력과 노다시 시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도 공계약조례 제정과 관련해 법리 논쟁이 있었다. 최초 노다시 시장의 입장은 법리 논쟁으로 인해 중앙정부가 공계약조례와 관련한 법령을 정비하면, 그 이행 단계에 맞추어 조례를 제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 중앙정부가 노력을 하지 않자, 노다시 시장은 공계약조례를 시 의회에 제출했다. 노다시의 공계약조례는 민간업체로 하여금 소속 노동자들에게 시장이 결정한 최저선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또 관련한 보고 의무 불이행, 허위 보고, 시정명령에 대한 불이행 등의 경우에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경기도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계획(2013~2017)'을 발표했는데, '공계약(공공조달)을 통한 비정규직 고용개선 유도'라는 이행 방향을 제시했다. 경기도는 공공조달 조례를 제정해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및 고용형태 개선 우수기업으로 인증된 기업이 우선 낙찰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기도는 2009년 9월 29일 노다시에서 일본 최초로 제정된 어떤 조례를 사례로 소개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경기도는 현재 경기도의회가 통과시킨 생활임금 조례안을 두 차례나 거부했다. 저임금 노동 문제의 해결은 국가 차원의 대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생활임금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를 도입하고자 했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노다시의 태도와 경기도의 수동적인 모습은 매우 비교된다.


물론 일본에서도 조례 제정과 관련해 법률적 찬반 논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당시 총리였던 아소 다로가 "지방자치단체의 계약 상대방인 기업 등 사용자는 최저임금법에서 다루는 지역별 최저임금에서 정하는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함은 최저임금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답변하면서 논쟁이 일단락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용노동부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는 '생활임금 조례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본다'는 언론보도를 반박하며 생활임금에 대해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지 않으며, 심도 있는 검토 및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토대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상 얼핏 보면, 정치권의 결단이 생활임금 제도 도입에 가장 결정적인 열쇠인 것 같지만 아니다. 노동조합과 시민들이 자치에 대한 관점과 고민 그리고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하게끔 했다. 격한 논쟁 속에서 정치적 결단을,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목소리다.


생활임금은 이미 세계적 흐름, 망설일 이유가 없다

미국이 1994년 볼티모어에서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한 이래, 20년이 흘렀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생활임금 제도의 적용대상 확대 과정이다. 2000년,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Santa Monica) 시는 생활임금 조례를 호텔, 식당 및 소매업 등 민간업체에 적용하고자 했다.


당시 미국에서의 생활임금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였다. 산타모니카 시는 민간업체로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할 수 있는 생활임금 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지역 사용자 단체의 반대로 실패했다. 반면 2003년 뉴멕시코의 산타페(Santa Fe) 시는 생활임금 조례의 '보편적 적용'을 내세우며, 시 내 25인 이상 사업장에 생활임금을 적용했다.


미국의 생활임금 제도는 꾸준히 그 적용 대상을 확대해갔다. 한 축에선 민간 영역으로의 확대를 추진했고, 다른 한 축에선 공공 부분 내에서의 적용 대상을 확대해 나갔다. 당초 조달, 위탁, 하청계약 관계에 있는 민간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장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시의 재정적 지원, 면세 혜택을 받는 민간업체는 시가 정한 생활임금을 소속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하고, 시 소유의 택지, 건물에 입주하려는 민간업체에 시가 정한 생활임금의 지급을 강제하는 수준까지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LA의 경우, 시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지원을 받은 민간업체는 생활임금 조례를 준수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적 지원이란 채권 발행, 세액공제 등 다양하다. 샌디에이고의 경우, 공원, 스포츠센터 등 시의 여러 시설에서 영업하면서 일정한 수익을 얻는 민간업체들은 생활임금 조례를 따라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이름만 다른 생활임금 제도가 공공부문 근로자의 빈곤을 해소하고, 민간의 임금 수준을 일정하게 강제하고 있다. 반대도 있고, 논란도 있지만, 우리도 일단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해보다가 고치고, 보완할 것이 있으면 보충하면서 생활임금을 보다 포괄적인 비정규직 대책으로 다듬어 갈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누가 하느냐 일 것이다.


중앙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관철시키는 힘은 결국 유권자의 표심이고, 시가 더 넓은 적용 범위의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시민의 요구에 근거한다. 생활임금은 내가 이용하는 시청과 구청의 노동자에게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다. 관이 만든 워킹푸어를 없애는 일은 역시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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