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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회위원회    차별없는 노동을 위해 노동정책대안을 제시합니다

  • 칼럼
  • 2012.10.22
  • 2135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관련기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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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의 막다른 골목

 

최근 사회적인 이목을 가장 끌었던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의 두 노동현안을 들여다보면 87년 이후 지속된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동력이 바닥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현안은 모두 자본주의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정리해고 문제다. 그럼에도 이들 현안에서 노동조합의 자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한진중공업에서는 일반시민들이 희망버스를 올라탔고 쌍용자동차에서도 한 소설가의 북콘서트와 국회의원이 주도한 청문회가 있었을 뿐이다. 희망버스도, 국회 청문회도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이것은 당연한 결과다. 어차피 노동문제는 궁극적으로 노동자와 이들이 조직된 노동조합을 통해서만 해결되기 때문이다. 희망버스를 탔던 시민이나 청문회를 개최한 국회는 모두 자신들의 일이 따로 있다. 그래서 이들은 노동현장에 잠시 왔다가 금방 떠날 사람들이다. 이들의 관심과 지원이 고맙긴 하지만 그들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노동현장에 지속적으로 남는 사람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일 뿐이다. 결국 최종적인 문제해결은 이들이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스스로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가 해결될 턱이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처럼 노동현안에 있어 정작 당사자인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현주소다. 물론 민주노조운동이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87년 민주화를 이끈 우리 노동운동의 동력은 97년 노동법 개정 투쟁에서 유감없이 발휘됐고, 그것은 이미 유럽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 노동조합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면 이런 동력이 어떻게 해서 지금과 같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와해되고 말았을까. 그것은 우리 노동운동 내부에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알려 준다. 그것은 무엇일까.

 

노동운동의 구조적인 문제와 산별노조

 

우리 노동운동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와해된 구조적인 문제의 중심에는 일차적으로 산별노조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노동운동은 지역단위에서 전국단위로, 직종단위에서 산업단위로, 노동조합에서 정당으로 발전해 왔다. 노동조합의 이런 조직적 발전은 노동운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연적인 것이었다. 모든 노동문제의 근원에는 자본주의적 관계라는 사회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자본주의적 관계의 개혁 없이는 노동문제는 해결될 수 없고 이 관계의 개혁을 위해서는 노동조직이 사회적·계급적 조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었고 노동조합과 함께 정당조직도 필요로 했던 것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민주화 이후 처음 출발할 때부터 유럽과는 달리 기업별 조직형태를 띠고 있었다.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이 조직형태를 초기업적인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였다. 그러나 이런 조직전환은 90년 전노협과 95년 민주노총이 창립할 때 계속해서 말로 표명되기는 했으나 막상 실행은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98년 보건의료노조, 2001년 금속노조가 출범하긴 했으나 내부의 조직적 분열과 대공장의 미가입으로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가 지속됐다. 나머지 대다수의 노동조합들은 여전히 기업별 조직형태에 머물러 있었다.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일차적인 선결조건인 조직전환이 이처럼 지지부진함으로써 우리 민주노조운동은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전망을 닫아 버린 상태가 되고 말았다. 지금 우리가 보는 무기력한 상태는 바로 그런 상태를 보여 주는 모습일 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전환이 민주노조운동에서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전환은 노동운동 스스로가 결정하는 문제다. 조직전환 자체의 부진은 노동운동의 외부조건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내부의 문제 때문이다. 노동문제 해결의 출발점인 조직전환을 가로막는 어떤 장애요인이 있는 것일까.

 

문제의 원인, 과학의 부재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앞서 예로 든 두 사업장의 공통된 문제가 바로 정리해고인데, 노동운동의 역사적 경험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이미 알려 주고 있다. 그것은 기업 외부의 사회적 수준에서 안전망을 만드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리해고 문제는 두 사업장에서 최근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다. 97년 외환위기 때 이미 대규모로 나타났다. 많은 사업장이 큰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특히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에 가까운 사람들이 해고를 당했다. 

 

따라서 이런 경험에 기초해 그 당시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노동조합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회안전망을 관리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조직형태와 교섭구조를 초기업적인 형태로 바꾸는 노력도 함께 했어야만 했다. 그런데 노동운동은 이런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때로부터 무려 15년이 지난 지금 민주노조운동은 다시 정리해고 문제를 만났고 그때와 꼭 마찬가지로 여전히 빈손으로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의 근원은 분명하다. 노동운동은 미래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전망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노동법 개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15년 전에 법 개정이 이뤄졌고 그것이 언젠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눈에 빤히 보였는데도 그 긴 세월 동안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어느 민주노총 간부가 한 말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동운동’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우리 노동운동은 왜 이렇게 근시안적인 시야에 갇혀 있는 것일까. 그것은 과학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기적인 전망이나 계획과는 거리가 먼 하루살이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을 위하여-마르크스에게로 돌아가라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보면 노동운동의 초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모두 한국 노동운동의 현재 상태처럼 아무런 전망이나 계획도 없는 하루살이 운동이었다. 이 운동이 대중적 운동으로 성장하고 하나의 계급적 세력을 자리를 잡아 가기 시작한 전환점은 제2인터내셔널이었다. 제2인터내셔널의 창립은 노동운동의 상징이 된 메이데이 파업을 제안하는 것으로 시작됐고, 그 파업의 성공을 계기로 사회 내에서 확고한 계급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제2인터내셔널의 공식적인 이론, 마르크스의 과학이었다. 마르크스의 과학은 노동운동에 과학적 목표와 목표를 실현시킬 전술적 수단을 제공했으며 이 목표와 전술을 실천에 옮긴 유럽 노동운동은 오늘날 우리에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교훈적인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 사회안전망과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 노동의 규제, 공동결정제도, 사회 내 양대 세력의 하나로 자리 잡은 노동자정당과 노동조합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마르크스가 지난 1천년 동안 가장 중요한 인물로 손꼽힌 영국 BBC방송의 99년 조사 결과는 단순히 그의 혁명적 사상 때문이 아니다. 그가 제시한 목표와 수단이 노동운동의 실천을 통해 하나의 현실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르크스 없는 노동운동의 발전은 없다는 것을 유럽 노동운동은 우리에게 잘 보여 준다. 비슷한 선진국 대열이면서도 미국과 일본 노동자들이 유럽 노동자들에 비해 훨씬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는 이유를 생각하면 이 점은 금방 확인된다. 마르크스가 있는 노동운동과 마르크스가 없는 노동운동의 차이점인 것이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노동자계급의 성서’라고 부르는 말은 그것이 노동운동의 과학을 위한 첫 번째 초석이라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우리 노동운동의 산별노조 운동이 계속 지지부진해 있는 까닭은 이런 과학부재 현상과 깊이 맞물려 있다. 그래서 지금 전망이 닫힌 채로 하루살이 상태에 처해 있는 민주노조운동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마르크스의 과학적 유산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 유산에 따라 장기적인 전망을 정립하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적인 계획을 수립해 당장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과제부터 이뤄 나가야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복잡하고 거대한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노동문제 가운데 당장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거의 모든 노동문제는 사회구조를 바꾸어야만 비로소 해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오랜 기간 꾸준한 노력과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것들이다. 독일 금속노조의 임금체계 사업이 20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다시 10년 이상의 실행기간을 염두에 둔 계획이었다는 점은 우리 노동운동에 준엄한 교훈이 돼야만 한다. 그것은 마르크스의 과학적 유산에서 깨우친 개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우리 노동운동에게 지금 해 줄 수 있는 얘기는 이것이다. 마르크스에게로 돌아가라, 거기가 유일한 출구다.

 

이 글은 강신준 동아대 교수 의 기고입니다. 원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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