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2-11-05   2892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21] 일본, 기업별노조 한계 뛰어넘는 산별노조 가능성을 구하며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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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는 기업별 노동조합이다. 일본은 기업별노조의 원조 격이다. 일본의 기업별노조는 세계 제2차대전 패전 후 산별노조운동의 패배와 더불어 형성되고 강화됐다. 패전 후 일본에서는 미국의 노동운동 촉진정책으로 우후죽순 노조가 결성됐다. 1949년 노조조직률이 55.8%에 이르렀다. 이때 노동운동을 주도한 전국 조직은 산별회의였다. 산별회의는 일본 공산당의 영향하에 산별조직을 기본으로 노동운동을 전개했다. 산별회의는 47년 2월1일 총파업을 계획했지만 미 연합군의 지령에 따라 중지됐다. 그 후 미 연합군은 산별회의의 노동운동이 공산당 운동의 일환으로 점령정책에 걸림돌이 된다고 인식했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공산주의자 숙청(Red purge)이 전개되자 산별회의 운동은 그 영향력을 급속히 잃었다. 

 

그 결과 산별노조운동도 제동이 걸렸다. 일본 노동운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는 노동조합주의를 표방하며 50년 결성됐다. 처음엔 반공색채를 강하게 띠었지만 그 후 노선대립을 통해 계급투쟁을 기본이념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변혁 노선과 대산별단일 조직의 확립을 지향했다. 55년 산별노조운동의 일환으로 춘투가 시작됐다.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같은 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별노조가 산별연맹을 조직했다. 같은 요구와 일정으로 기업과 임금을 둘러싸고 통일교섭을 전개한 춘투에서 대폭적인 임금인상을 쟁취할 수 있었다. 그 배경에는 고도 경제성장이 있었다. 하지만 산별노조를 결성하는지는 못했다. 기업측의 반대가 강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산별운동을 계급투쟁운동으로 보고 산별운동이 기업 내에 전개되는 것을 경계했는데, 산별운동을 막기 위해 기업 간 협조도 적극적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철강산업이다. 그 결과 산별로 통일투쟁을 전개하지만 교섭은 기본적으로 일부를 제외하고 기업별로 전개됐다. 계급투쟁을 지양하고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노동조합주의가 노동운동의 주류가 되면서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이념적 지향도 점점 약화됐다.

 

그런 가운데 기업별노조가 본격적인 시민권을 얻고 긍정적으로 인식되게 된 계기는 73년 석유위기였다. 일본이 석유위기를 성공리에 극복한 요인 중 하나가 기업별 노사관계라는 인식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확산되면서 기업별노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일본 노동조합은 산별노조 건설을 지향하는 운동을 전개하지 않았고 발족 당시 기본이념에 산별노조를 지향했던 총평도 89년 해산하고 렌고를 결성했다.

 

현재 일본에도 산업별 노조가 있지만 기업별노조의 협의체에 불과하다. 노동3권은 기업별노조가 행사하고 산별노조는 기본적으로 기업별노조의 노동3권을 제약하지 못한다. 산별노조는 기업별노조 간 정보교류나 산업정책 대응 등의 역할만 한다. 산별노조 중 기업별노조의 노동3권을 상대적으로 제한해 산별노조의 역할을 일정하게 행사하고 있는 곳은 UI젠센동맹과 전기연합에 불과하다.

 

일본의 기업별노조는 91년 버블경제 붕괴 후 큰 한계를 겪고 있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무엇보다 노조가 고용·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 20년간 일본의 비정규직 비율은 20%에서 35%로 증가했고, 근로자 1인당 평균임금도 97년 정점에 도달한 후 현재 15% 가량 감소했다.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도 5% 줄어들었다. 이러한 고용·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는 노조 조직률이 저하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일본의 기업별노조는 일반적으로 기업과 유니언숍(union shop)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종업원은 입사와 동시에 조합원이 된다. 이때 종업원은 정규직에 한정되는데 기업은 인건비 절약과 고용조정의 용이함을 추구해 정규직 채용을 억제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도 감소해 결국 조직률 저하를 초래한 것이다. 일본의 노조조직률은 2010년 현재 18.5%다. 저성장하에 비조합원의 고용과 임금이 더욱 악화됨에 따라 결국 정규직 조합원의 처우도 낮아지고 있다. 노조가 고용·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막지 못하는 가운데 유일한 방패막은 최저임금밖에 없지만 이 또한 절대적으로 낮다. 

 

산별노조 건설의 좌절과 고용·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 속에서도 노조의 존재의의를 높이는 노조도 있다. 비정규직이 많은 대형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조직해 비정규직의 노동조건 향상을 꾀하고 있는 노조, 모기업 노조가 법인을 달리하는 자회사의 종업원을 조직해 경영개혁활동을 전개하고 출산·육아로 퇴직하는 자를 최소화해 저출산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노조, 모기업과 자회사의 노조를 통합해 기업그룹별 노조를 결성하고 자회사 조합원의 노동조건 안정과 모기업과의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노조도 있다. 이러한 노조의 공통점은 순수한 기업별노조(정규직 노조)의 한계를 뛰어넘어 조직확대를 전개하고, 조합원은 일과 삶의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직장환경을 만들고, 비효율적인 측면을 개선해 기업의 수익체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노조는 순수 기업별노조의 극복, 즉 초기업노조라 명명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노조가 더 많이 나타나면서 그 지평을 확대해 산별노조로 승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조의 조직형태 그 자체가 능사는 아니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노조가 보다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를 조직하고,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그들의 일할 의욕을 향상시키며, 기업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개선해 기업의 수익체질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노조활동이 사회전체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조직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조활동이 가능한 곳은 순수 기업별노조를 극복하는 노조다. 기업그룹의 경영과 인사노무관리의 모순이 모이는 곳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모기업보다 자회사의 종업원이다. 기업과 기업그룹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 기업·기업그룹의 경영체질 개선과 노동자의 고용·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 있는 노동자를 조직화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사측에 전달해 개선압력을 넣어야 한다. 현재 일본의 노조 조합원의 68%는 1천명 이상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그들은 ‘혜택 받은 자들’이다. 그들을 위한 조합활동에는 동력이 따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조합원만을 위한 노동운동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사회적 가치를 표출하지 못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고용·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극복하기 위해 순수 기업별노조를 넘어 기업그룹이나 산업, 더 나아가 사회 전체와 그 구성원에게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는 노조의 활동이 요구된다. 노조의 사회적 연대의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요구되는 활동의 바람직한 모습의 하나가 산별노조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산별노조는 아직 멀고도 먼 지향점이다. 기업별노조의 주체들은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본격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별노조 극복운동이 기존 기업별노조의 한계성을 인식하게 할 수 있을지가 산별노조를 향한 첫 발걸음의 동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노사관계의 프런티어-노동조합의 나침판>에서는 초기업노조의 다양한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상기한 비정규직의 조직화, 자회사 종업원의 조직화, 기업그룹의 단일노조화 외에도 지역 일반노조의 조직화와 개별 노사분쟁 해결, NPO조직 결성 등을 통한 지역활성화 노력이 있다. 이러한 초기업노조 활동은 기업별노조의 어용화를 견제하면서 순수 기업별노조의 변화를 자극하고 있다. 순수 기업별노조가 이러한 자극을 자신의 운동에 살릴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가 앞으로 일본 노동운동을 좌우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릴 경우 산별노조운동의 강화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초기업노조 활동이 한국의 산별노조운동에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의 산별노조운동이 일본의 순수 기업별노조의 극복이나 지역 일반노조의 내실을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는지 점검하면서 한국사회 진일보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일본의 산별노조를 향한 움직임에도 자극을 주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오학수 일본노동정책연구소 주임연구위원 의 기고입니다. 원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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