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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회위원회    차별없는 노동을 위해 노동정책대안을 제시합니다

  • 칼럼
  • 2012.11.12
  • 2480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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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산별노조운동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한 원고를 청탁받고 상당히 고민스러웠다. 80년대 이후 영국 산별노조의 역할은 축소되고 있고 의료나 지방정부를 제외한 대부분사업장의 교섭구조도 기업단위로 고착화되는 변화를 겪어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업종별·산업별노조를 뛰어넘는 일반노조로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유의미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대형화된 일반노조 내지 산별노조들은 정도는 약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노동당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산별노조 성격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조합원 140만명 규모의 공공부문노조(UNISON)는 영국의 복지제도를 지켜 내는 사회공공성 투쟁전선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산별·일반노조를 근간으로 유일노총 체제를 유지하며 진행되고 있는 영국 초기업노조들의 정치활동(노동당과의 관계)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의 초기 노조운동은 직업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좌파정당이 출현하기 전부터 자생적으로 발전했다. 대륙 대부분의 국가에서 좌파정당의 견인으로 노동운동이 발전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1868년 세계 최초로 전국단위 노동조합총연맹체인 영국노총(Trades Union Congress, TUC)을 출범시킨 영국의 노조들은 노동자계급만의 이해를 대변해 줄 독자적인 정치정당 건설을 도모하게 된다. 그 결과 1900년 ‘노동자대표위원회’가 출범했고 1906년 노동당으로 개명했다. 이후 노동당은 노동자계급의 지지를 기반으로 중산층까지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변모해 왔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노동당과 노동조합은 ‘연대’와 ‘갈등’을 반복하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지난 100년간 노동당은 노조의 이익을 보호하고 노조의 정책을 옹호한 유일한 대중 정치정당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유럽과 같은 다른 진보정당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거의 없어 노조는 노동당 이외의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없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소선거구제도가 소수정당의 의회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3월 현재 등록관(Certification Officer)에게 등록된 노조는 154개로 1920년대 1천300여개와 비교해 크게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노조 간 통합의 결과로 ‘일반노조화’가 영국 내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영국의 3대 노조인 UNITE(일반노조, 조합원 150만명)·UNISON(공공부문노조, 조합원 140만명)·GMB(일반노조, 조합원 60만명)의 경우도 노조 간 통합 과정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들 3대 노조에만 전체 영국 내 조합원의 절반 수준인 350만명이 가입해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기존의 노조 조직률이 높은 전통산업에서의 고용축소·노동시장의 유연화·대량해고·공기업 민영화로 인해 노조의 사회·정치적 영향력이 점차 약화돼 온 환경변화와 일반노조화는 무관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감소한 조직률은 결국 노조의 재정적 압박을 가져왔고, 재정악화는 다시 조합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이러한 변화는 노조의 기존 조직형태 및 전략·목표의 수정을 요구해 왔고 이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노조 간 통합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노조 통합의 일반적인 목적은 새로운 노동시장에의 대응, 규모의 경제에 입각한 효과적 재정 운영, 노조 간 조합원 유치를 위한 과도한 경쟁 예방, 조합원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제공 등일 것이다. 이미 영국에서는 업종·산업별 노조로서의 형태를 넘어선 일반노조를 통해 비정규직의 조직화가 수월해졌고 전체 노동자들이 직면한 사회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154개의 등록된 노조 중 54개 노조가 영국노총(TUC)에 가입해 있다. 이들 노조는 소방관노조나 공공부문노조인 UNISON과 같은 업종별·산업별 노조와 UNITE·GMB와 같은 일반노조 형태를 띠고 있다. 조합원 기준으로는 약 650만명(전체 조합원의 93%)이 영국노총에 가입해 있다. 영국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주로 소규모 기업별 형태의 100개 노조에는 약 50만명(전체조합원의 7%)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때문에 영국에서 노조활동이라는 것은 대부분 대형화된 일반노조와 산별노조의 활동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노조의 정치세력화 및 공공성 투쟁 역시 이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노조의 정치활동은 단위노조들의 노동당 가입(affiliation)으로부터 시작한다. 현재 노동당에 가입돼 있는 영국 내 노조는 15개로 역시 전 산업을 포괄하는 일반노조와 공공서비스업·광업·건설업·소매·유통업·도자기업·통신업 등을 대표하는 산업별 내지 업종별 노조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노동당에 가입해 있는 모든 노조들은 조합의 자체적인 정치자금(political fund)을 갖고 있으며 정치자금을 통해 노동당을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노동당에 소속된 산별·일반노조들은 다양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노동당 대표·부대표·사무총장·재정위원장·중앙집행위원회 내 노조 대표·감사·당헌위원 등 당의 주요 당직자를 선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구당에 가입한 노조의 지역조직(지역본부·지부 등)은 하원의원·지방의회 의원·런던시장 후보 등에 대한 추천권(nominating right)을 가지며 공천 과정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노조들은 상시적인 정책협의기구인 ‘노조와 노동당 연석회의’를 중심으로 노동당의 정책입안 과정에도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구당 차원에서부터 전당대회에 상정할 정책안건을 결정하는 ‘전국정책포럼(National Policy Forum)’에까지 노조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최근 노동당 내에서 노조의 영향력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노조는 노동당 내 최고 의결기관인 전당대회에서 50%의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최고집행기관인 중앙집행위원회에서의 영향력 역시 건재하다. 2004년 ‘워릭협정(Warwick Agreement)’은 노동당과 노조 간 정책공조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2004년 워릭대학교에서 개최된 노동당의 전국정책포럼 결과 ‘워릭협정’을 체결해 노동자와 노조에 유리한 60개 이상의 정책도입에 대해 정부의 약속을 받아 냈다. 우정산업 민영화 반대·저임금 노동자 혜택 확대·비정규직 고용보호 확대·정리해고 수당 확대·지방정부 내 고용의 이중구조화 방지·국가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 내 간접고용 축소·공공부문 내 부도덕한 파견업체 제재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었다. 

 

지난 100년 이상 노동당과 노조는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양당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나마 현 수준의 복지국가 모델을 중심으로 한 사민주의 정책들이 영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초기업단위의 일반·산별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성공과 여전히 유효한 노동당과의 ‘동맹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와 같은 기업별 조직형태였다면 현재의 영국에서의 복지제도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도 전 국민에게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의료서비스(NHS)’ 역시 1948년 노동당 정부에서 보건부장관을 맡았던 광산노조 출신 베번(Bevan)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NHS 제도는 현재 국가재정 부담을 이유로 부분적인 시장화가 진행되는 등 역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국면에서 무상의료서비스를 지키는 투쟁의 최전선에는 영국 내 최대 공공노조인 UNISON이 있다. 이들은 대정부·대의회 로비,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NHS의 시장화를 막아 내고 있다. 이 외에도 생활임금 쟁취투쟁·지방정부에서의 간접고용 축소·경찰업무의 민간업체 진출 저지투쟁을 통해 사회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의 사례를 우리의 현실과 단순 비교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정규직 위주의 ‘그들’만의 산별노조 운동으로는 전체 노동자들이 직면한 일상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벽, 산별노조 내에 존재하는 기업 간 벽, 산업별로 존재하는 대형 노동조직 간 벽을 어떻게 허물 것인가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영국과 같이 교섭은 기업단위에서 진행한다 하더라도 산별노조 건설논의와는 별개로 노동계의 보편적인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초기업단위의 논의 틀을 우선적으로 구축하는 것도 고민해 볼 만하다. 지금의 노동자 조직과 진보적 정당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고려한다면 집중화된 노동조직을 통해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영국의 ‘노동조합과 노동당 연석회의’와 같은 실질적이고 상시적인 정책협의기구를 통한 제도개선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지금의 선거구 제도로는 소수 진보정당 의원의 대거 국회진출은 요원한 일이기에 현재의 야권과의 정책연대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결국 현재 직면한 노동계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기업별 수준을 넘어선 조직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채준호 전북대 교수 의 기고입니다. 원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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