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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회위원회    차별없는 노동을 위해 노동정책대안을 제시합니다

  • 칼럼
  • 2013.01.29
  • 2106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관련기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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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본질은 천민자본주의, 극복대안 부재

 

‘한국의 노동운동이 왜 위기인가’라는 질문은 새삼스럽다. 본질은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서 비롯됐다. 이를 빼고 노동운동 자체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는 것은, 비정규직 해법을 정규직에서 찾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의 비정규직 제도를 만든 것이 정부고,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절반의 임금을 주며 직접 착취에 나서는 것이 기업임에도 정규직들에게 해결하라고 책임을 묻는 나라가 문제다. 정규직으로 취업해 있는 것 자체가 노동귀족이고 비정규직들의 원망과 질시의 대상이 돼야 한다. 10%의 대공장 정규직이 무엇을 양보하면 90%의 중소·영세기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청년실업자인 자녀들이 취업해 있는 부모세대들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세대갈등을 넘어 가정갈등까지 확산되는 한국사회에서 노동운동은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최근 엽기적인 노조탄압이 드러난 이마트가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대하는 태도의 본보기다. 쌍용자동차·한진중공업·현대자동차 비정규직·유성기업·KEC·만도기계 등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불법 노동탄압 사례들이다. 이는 정부가 노동조합이기를 포기하도록 항구적 노사관계 평화선언을 조직하면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유린하고 노동관계법을 무력화한 데서 출발한다. 정부가 앞장서 헌법 체제를 부정하고 무노조 경영을 선동하며 노동법을 개악한 친자본·반노동 정책의 산물이다. 

 

결과적으로 자본주의에서 노동착취와 노동탄압은 늘 존재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정권과 자본의 탄압으로 비롯된 현 노동운동의 위기는 진정한 위기가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한 것이다. 상층 정파 간의 반목과 대립은 천민자본주의를 극복하고 돌파할 노동 중심의 ‘대안사회상’을 통합목표로 설정하지 못했고, 이로 인한 내부 권력투쟁의 몰입이 중장기 투쟁전략을 한탕주의 경쟁으로 나타나며 스스로 무너지는 결과를 자초했을 뿐이다. 

 

그러나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26년간 소중한 오류의 경험과 격렬한 투쟁 역사를 수습만 잘한다면 언제든지 그 역동성이 되살아날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남북이 분단된 특수한 상황의 한국사회에서, 민주화보다 제왕적 대통령을 신봉하는 나라에서 온갖 탄압을 이겨 내며 생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노동운동에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증거다. 

 

‘산별노조와 노동자 정치세력화’ 양 날개 전략

 

2000년 민주노총 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는 기업별노동조합을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양 날개 전략을 수립했다. 아주 올바르고 정확한 노동운동 발전전략을 수립했지만 세부적 실천방침에서 엇나가며 오늘날 일정한 조직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산별노조와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양 날개가 꺾이며 추락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전략은 옳았지만 세부 실천방향의 상실이 위기를 불러왔다.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무늬만 산별’, ‘산별노조 무용론’에 휩싸여 복수노조로 분열해 기업별노조로 회군하는 빌미를 주는 산별노조운동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노동운동이 산별노조만 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 같이 주장했던 ‘산별노조 만능론’이 위기를 안고 출발했다. 유렵형 산별노조 조직형태만의 전환은 ‘무늬만 산별노조’로 갈 위험성을 제기하는 자들은 산별노조 반대세력으로 매도하는 단순 명쾌함을 보였다. 지금에 와서 “왜 산별노조가 잘 안 되느냐”는 질문에 “잘될 줄 알았는데, 잘 안 됐다”라고 단순 명쾌하게 답변하고 끝이다. 서로가 대안이 없으니 말문이 막혀 얼굴 붉히며 논쟁하지 않는 예의를 지킨다. 

 

‘귤이 회수를 지나면 탱자가 된다’는 말처럼 유럽의 산별노조가 성공적 모델이라 해서 한국에 와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하나도 없었다. 유럽의 산별노조가 노동자들의 수많은 죽음과 투쟁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산물임을 인정하고 한국사회에서 산별노조를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를 더 고민했어야 했다. 

 

덫에 걸린 산별노조의 질적 전환

 

이 시기 산별노조로의 전환 전략은 유효했으나 한국사회에서 산별노조운동은 유럽 산별노조를 따라가는 조직형태 변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노동운동의 질적 전환을 해야 했다. 조직형태를 기업별노조 전환과 더불어 폭넓게 비정규직·동일지역·공단조직 등 초기업 단위로 개방하는 조직전환과 더불어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크게 뭉쳐 크게 투쟁’하는 것을 넘어 노동자들의 삶과 고통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질적 전환을 꾀했어야 했다. 기존의 임금인상 투쟁과 권리투쟁은 기업별 투쟁이라는 공장 담벼락을 넘어서는 초기업 단위로 지역·업종·중앙으로 조직과 투쟁을 활발하게 열어 주고 권장해야 했다. 그럼에도 효력확장도 미미한 중앙교섭과 투쟁에 몰입해 산별노조운동의 창조적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한계에 봉착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대중들의 고통과 애환을 함께 해결하는 여민동락의 관점에서 요구를 모아내고 투쟁의제를 삶의 문제로, 정치적 의제로 발전시켰다면 한국사회 현실에 맞는 산별노조운동의 전형이 나타날 시기였기에 지난 10년이 너무 아쉽다. 

 

한국사회는 정부가 앞장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무력화하는 법안을 만드는 나라라는 현실조건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투쟁을 통해 산별교섭권을 쟁취하면 된다는 ‘이불 쓰고 만세 부르는’ 일방적인 계획이 가로막히면서 산별노조운동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 사용자단체를 구성해 산별교섭에 참여를 강제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한다고 해도 거대한 산별노조가 기업별노조 해결사를 대신해 수만 또는 수십 만명의 요구를 일거에 해결하지도 할 수도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고 한국사회에 맞는 산별노조운동을 다시 찾아야 한다. 

 

산별노조 강화, 지역에서 다시 시작하자

 

산별노조 강화는 지역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우선 노동자들의 삶은 지역의 노동시장을 기반으로 존재한다. 산별교섭이 법제화될 때까지 산별노조들은 중앙권력 집중화를 중단하고 지역 중심의 요구와 투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입법투쟁과 노동의제 이슈화는 총연맹과 산별노조가 중앙정부와 재벌을 상대하고, 지역지부와 지역본부가 지방정부와 지역토호를 상대하는 투쟁으로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 지방분권화·지방자치제가 이뤄지며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노동자들의 문제가 많이 이관돼 있다. 노동자들의 주택·기숙사·건강검진·공동 보육원·공동 안전진단과 건강검진·일자리 등 지방정부와 자치단체는 노동자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 이미 서울 성북구와 노원구에서는 민주노총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조례가 제정돼 올해부터 시행된다. 서울시와 시흥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권리보장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노동시간 규제와 중간착취 금지조례도 가능하다. 이를 노동자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권리향상을 위해 조례제정에 나서는 것이 사회협약과 지역협약이며, 이는 산별노조가 주도하는 효력확장 투쟁이 될 수 있다. 조직을 초기업 단위로 공단지회나 지역지회로 담벼락을 허물고, 가능한 것부터 공동협약을 체결해 지역 미조직 노동자들에게까지 효력확장에 나서는 것이 산별노조운동이 살아 나갈 방도다. 또한 지역지부와 기업지부의 예산과 인력의 30% 정도를 지역 연대사업에 배치하고, 가족을 우군으로 조직하는 협동조합·소비조합·주택조합·금융조합 등 공동체운동을 복원해 삶과 운명을 함께하는 든든한 산별노조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먹고살 길을 열어 준다면 자동으로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노동자의 의리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또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기에 지역에서 산별노조 강화가 곧 노동 중심의 대안사회로 직행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노동운동 선배들은 지역에 기반한 산별노조운동이 얼마나 강한지 원산노련 총파업에서 보여 줬다. 일제치하에서 4개월의 지역총파업을 강고하게 이끌어 간 배경에는 원산노련에서 운영하던 소비조합·병원·이발소·장례·결혼 등 노동자와 가족들의 삶을 책임지는 공동체사업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지금 한국에서 산별노조운동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알려 주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운동 재활성화는 산별노조 강화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올바로 세우는 일이다. 생명력을 다한 낡은 진보정치를 폐기하고 압도적 다수의 노동자와 가족이 주인으로 살아가는 제2의 민주화 운동으로 재구성해 양 날개를 펼치고 다시 날아야 한다. 한쪽 날개로는 날아갈 수 없는 것이 한국사회 노동운동의 운명이기에 지역에 기반하는 정치적 조합주의는 당분간 불가피하다.

 

 


이 글은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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