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2-09-10   2681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⑭] 노동시장 내부자·외부자 아우르는 노사관계 재구축-초기업적 노사관계 시스템의 필요성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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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교섭에 대한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나 앞서 다른 분들이 산별교섭과 관련해서 충분히 다뤘을 뿐만 아니라 필자는 산별교섭에 대해 앞서 글을 기고한 분들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의 기업별 노사관계를 이중화된 노동시장의 규율 문제와 연계해 다루면서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의 근본적 한계와 사회적 정당성 문제를 거론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산별교섭이나 산업별 노사관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으나 포괄하고 있다.

 

내부자와 외부자로 이중화된 노동시장

 

먼저 한국 자본주의 경제의 조직화에 대응하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살펴보자. 우리 노동시장의 특징은 기업별 고용시스템을 중심으로 내부자와 외부자를 철저하게 구분한다는 것이다. 내부자는 ‘우리’가 되지만 외부자는 ‘남’이 된다. 기업의 내부자에게는 기업성과에 따른 여러 가지 혜택과 성과공유가 이뤄지지만, 외부자에게는 혜택이 미약하게 돌아가거나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 이와 같은 ‘내부자(우리)’와 ‘외부자(남)’는 한국의 자본주의 발전과 산업화 과정에서 배태되고 때로는 정치적으로 강요된 적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자본측에서 기업활동을 조직하고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서유럽의 노동시장은 전통적으로 기업 수준이 아닌 직업훈련·숙련·직무를 중심으로 직업별·직종별로 횡적으로 연계되고 조직화돼 임금이 결정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기업의 안과 밖에서 임금이나 대우가 거의 유사한 수준이 유지돼 왔다. 90년대 이래 노동시장에서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약화되기는 했으나 아직도 기본틀은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기업 내부자와 외부자로 분류할 때 대부분 노조로 조직화된 대기업·중기업·공공부문의 정규직 근로자는 내부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고, 그 이외에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의 근로자와 비정규직들은 외부자로 분류될 수 있다. 물론 내부자 사이에서도 기업별 차이가 작지 않지만,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의 격차보다는 작으며 그 차이는 질적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들 양자 사이에 적용되는 노동시장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노조의 유무에 의한 근로자들의 이익대표성·고용보호·임금과 노동조건·기업복지·사회보험 적용 등의 수준에서 단지 양적 차이만이 아니라 질적인 차등이 존재한다. 기업이나 공공부문의 사용자들은 내부자의 이익은 보호하지만, 외부자의 이익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해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 대기업들이 과거보다 더욱 긴밀하게 하청기업·대리점·지점·중소기업들의 각종 사업과 기업활동을 조직화하고 통제하고 조정하지만, 고용의 측면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직접고용보다는 간접고용, 직접고용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으로 외부화한다. 한마디로 대기업들이 핵심사업을 독점하고 관련 사업의 통제를 통해 이익을 독차지하면서도 그 부담은 하청기업·대리점·지점 등 관련 중소기업들과 공유하려 하고 특히 고용은 외부화해 떠넘기는 형국이다. 

 

이와 같은 노동시장 이중화와 이로 인한 양극화 현상은 노사관계를 통해 규율되지 않기 때문에 이중화·양극화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완화시켜야 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국가에 돌아간다. 최저임금 인상·노동법적 규제강화·근로감독·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 등으로 국가가 일정하게 노력해 노동시장의 이중화·양극화에 따른 폐해를 일정하게 완화하거나 해결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 노동시장의 이중화·양극화 현상은 더욱 확대되는 데 비해 국가에 의한 노동시장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비정규 근로자 등 외부자들의 임금수준·노동조건·복지·사회보험 등에서 내부자인 대기업·공공부문 근로자들과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면서 심화해 왔다.

 

외부자를 배제하는 기업별 노사관계

 

위와 같은 현상은 우리와 일본처럼 기업별 노사관계가 뿌리내린 곳에서 가장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앵글로색슨 국가들에서는 임금격차는 아주 높으나 우리와 같이 특정기업 고용 여부에 따른 내부자와 외부자 간의 차등은 아니다.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운동도 기업들의 이런 식의 구분을 별다른 문제제기와 의심도 없이 따라왔다는 점이다. 87년 이전까지 정치적 권위주의 아래 자주성이 없었던 노동조합에서야 어쩔 수 없었으나 87년 노동운동이 새로운 도약을 맞은 시기에도 앞서 이뤄진 내부자와 외부자의 구분이 뚜렷한 방식으로 기업별노조를 조직화했던 것이다. 87년 이후 다양한 연대활동을 통해 내부자와 외부자의 차이를 줄이려는 시도가 있었다. ‘내부자’와 ‘외부자’를 구분한 기본바탕 위에서는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었지만 연대활동이 낮아지는 시기에는 이 구분은 기업들 간, 그리고 기업의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기업별 노사관계의 역설은 기업별 노사관계가 제도화되고 안정화되면 될수록 산업별·업종별, 전국적으로 기업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에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높고 노동시장의 이중화가 진전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후반 이래 기업별 노사관계가 안정화되는 가운데 기업별 노사관계가 노동시장의 이중화를 공정하게 규율하지 못하고 조장하거나 방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시노동시장의 시각에서 본 기업별 노사관계의 실효성과 사회적 정당성은 크게 의심받기 시작했다. 

 

기존의 산업별 노조 및 산업별 교섭 시도의 한계

 

그동안 사용자의 반대 속에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의 시도는 기업별노조와 기업별 노사관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좀 냉혹하게 말해 기존의 산별노조나 산별교섭 시도는 기업별노조 및 기업별 노사관계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의 기업별노조로 조직된 중·대기업을 넘어 노조가 없는 1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이미 제도화된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배제된 미조직 영역에서 낮은 수준의 조정·협의·최저수준의 임금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수행한 적이 있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기존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포괄하지 못했던 외부자들의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산별노조·산별교섭이 아니라 이미 1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조직률 아래 중·대기업 노조들만을 모아 산별교섭을 하는 것에 머문다면, 산별노조·산별교섭의 의미는 매우 보잘것없는 내용으로 축소될 것이다. 과연 그동안 산별노조와 산별교섭 노력이 기업별 노사관계를 넘어서서 산업이나 업종 수준에 적용될 수 있었던 임금과 노동조건의 표준화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얼마나 달성했는가.

 

그동안 산별노조·산별교섭이 진전되지 않은 것도 어찌 보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무노조 영역에서 저임금으로 경쟁하는데, 유노조에서는 상대적 고임금을 주는 사용자들의 저항 속에 새로운 교섭질서·타협질서의 구축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부자-외부자 아우르는 노사관계 재설계 필요

 

노동시장 문제는 일차적으로 노동시장 내부에서 노동시장의 주체, 즉 노사관계 당사자들에 의해 해결이 모색되고 자율적으로 규율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기업별 노사관계는 노동시장의 내부자와 외부자 간 차이와 차별을 전제로 하고 있고, 그 차이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에 이미 사회적 정당성을 잃고 있다. 현 정부 아래에서도 ‘공정한 사회’, ‘동반성장’ 등으로 노동시장의 양극화·이중화를 완화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이번 대선을 계기로 복지국가 논의만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이중화와 이를 낳은 기업별 노사관계의 문제가 중요하게 거론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화와 직결된 기업별 노사관계를 개혁해 노동시장의 내부자와 외부자를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노사관계를 재설계하는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대안으로 노사협의회를 산업이나 업종 수준에서 설치하는 문제, 기존의 산별노조나 산별교섭 논의와는 차원을 달리해 광범위한 중소기업 비정규직까지를 포괄하는 업종별·산업별 협의나 교섭틀을 마련하고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방안 등이 있다. 여기에서 협의나 교섭의 의제는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 직업훈련, 고용리스크의 사회화, 원청 대기업이 지배하는 원·하청 관계 정상화 등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나아가 업종별·산업별로 노동시장을 조율하기 위한 직무분석·직무표준화 등 노동시장의 표준화를 이루는 기초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산업별·업종별 협의틀이나 교섭틀에서 조심스럽게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 등을 어떻게 최소한으로 조율하고 표준화할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이중화된 노동시장의 공정한 규율을 위해 갈 길이 멀다. 산별교섭을 논의하기 위해 사전적으로 갖춰야 할 기초작업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 글은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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