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2-10-15   3880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⑱] 국제노동운동 흐름, 특정 산업을 뛰어넘는 산별노조 집중화와 대형화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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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노조간부를 만나면 산별노조(industrial union)라는 표현보다는 전국노조(national union)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된다. 전국노조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산업별노조들이 조직을 통합해 산업의 경계성이 모호해진 경우가 많다. 특정 산업에 기반한 노조를 넘어 여러 산업을 포괄하는 초산업노조로 가고 있는 것이다. 둘째, 노동조합이 특정 지역을 뛰어넘어 나라 안의 모든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다. 전국의 노동자들을 하나로 묶고 이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산별노조와 전국노조라는 표현 속에 담겨 있는 노동조합의 본질이다. 즉 노동조합은 기업별 조직이 아니라 전국 수준의 산업별 조직으로, 최근 추세는 특정 산업을 넘어 산별노조들 사이에 통합이 이뤄지면서 점점 대형화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사례로 스웨덴 금속노조와 독일 금속노조가 있다. 

 

산별노조를 넘어 집중화·대형화해 가는 유럽 노조들


스웨덴 금속노조(IF Metall)는 1888년 금속산업 노동자들의 조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수많은 조직 합병을 거쳐 지금은 조합원 35만명을 포괄하는 제조업 일반노조의 성격을 갖고 있다. 1993년 광산노조, 2006년 화학·피혁노조와의 통합이 대표적이다. 물론 스웨덴에서 식품노조·제지노조 그리고 임업·목재노조는 금속노조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스웨덴 금속노조에 다양한 산업과 업종이 섞여 있다 보니 단체협약이 41개에 이른다. 물론 모두 전국 수준의 단체협약(national collective agreements)으로 고용·임금·노동시간·연장근로수당·보험·휴일수당 등에 관한 전국 표준을 정하며 이를 최저 기준으로 삼아 현장교섭을 통해 더 나은 수준의 현장협약을 체결한다. 스웨덴 금속노조가 가입한 노총인 LO는 14개 노조를 두고 있는데, 모두 전국 수준의 산별노조다. 


조합원 240만명의 독일 금속노조(IG Metall)는 1891년 독일금속노동자연맹(DMV)으로 출발해 1919년 조합원 50만명으로 세계 최대 노조가 됐다. 시작부터 ‘1산업 1노조’ 원칙을 내세웠으며 1998년 섬유노조(GTB), 2000년에는 목재·플라스틱노조(GHK)와 통합했다. 특징적인 것은 스웨덴 금속노조가 생산직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삼은 데 반해, 독일 금속노조는 생산직노동자는 물론 사무직노동자들까지 조직한다는 점이다. 한 기업 안의 모든 노동자들은 동일한 노동조합으로 모여야 한다는 ‘1기업 1노조’ 원칙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노조는 기업별노조가 아니라 당연히 산별노조다. 


조합원수가 200만명이 넘고 산업 구성이 복잡하며 조직규모가 모든 지역을 포괄하는 전국 수준이며 무엇보다 연방주의(federalism) 전통 때문에 단체협약의 구조 역시 복잡한 양상을 띤다. 독일 금속노조는 전국중앙 수준의 협약에서부터 연방주(우리로 치면 광역시·도별) 수준의 협약, 그리고 기업별협약까지 다양한 형태의 단체교섭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금속산업·전기산업·제철산업·섬유산업·목재산업 등 다양한 산업별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독일 금속노조의 활동 영역에서 지역별 단체협약은 2천386개에 달하며 사용자단체에 속하지 않은 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별협약은 7천490개나 된다. 중앙협약·산업협약·업종협약·지역협약·기업협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섭구조를 아우르면서 전국 수준의 제조업 일반노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금속노조가 속한 노총인 DGB는 산하에 8개 산별노조를 두고 있다. 노동조합의 집중화·대형화가 스웨덴보다 독일에서 더 빨리 진척되고 있다. 


기업별노조는 명함도 못 내미는 미국, 산별연맹이 주도하는 일본


미국의 노동조합들은 유럽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집중화와 대형화의 수준이 유럽 노조들보다 낮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 노총인 조합원 1천200만명의 AFL-CIO가 56개 가맹조직을 둔 데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유럽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미국에서도 기업별노조는 노동조합으로서의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조합원 39만명을 두고 있는 자동차노조(UAW)의 경우 750개 지부(local unions)를 두고 있다. 지부는 별도의 단체교섭을 하는 지역이나 기업으로 이뤄지며 복수의 단체교섭이 이뤄지는 통합지부도 존재한다. 흥미로운 점은 UAW 조직 구성의 다양함이다. 완성차나 자동차부품 같은 자동차업종을 넘어 건설장비 제조업과 대형트럭 공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보건의료·대학·게임산업·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조직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반노조인 셈이다. 더군다나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까지 조직하고 있다. 이 때문에 UAW의 공식 명칭에는 국제노조(international union)가 들어 있다. 한 개의 나라를 넘어 두 나라 이상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의 ‘국제노조’인 것이다. 현역 조합원과는 별도로 은퇴 조합원이 60만명에 달하는 UAW는 1천700여 사용자와 2천500개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기업별노조의 천국일까. 물론 아니다. 기업별노조의 연합체로서 산별연맹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조합원 675만명으로 일본 최대 노총인 렌고(Rengo)의 경우 54개 산별조직을 두고 있다. 해당 산업은 같은데 연맹을 따로 꾸리거나 소산별 혹은 업종별로 쪼개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조직화·단체교섭·국제사업과 관련해 산업과 업종을 아우르는 동종 혹은 유사 산업의 연맹별 협력관계가 구축돼 있다. 조합원 116만명으로 일본 최대 산별연맹인 UI젠센동맹은 섬유·의류·의약·화장품·화학·에너지·요업·건재·식품 같은 전통적인 화학에너지노조의 영역에 더해 유통·인쇄·레저·서비스·복지·의료산업·파견용역업까지 아우르고 있다. 기업별노조의 연맹체라는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일반노조로서의 역할을 꿈꾸는 것이다. 그 덕분에 UI젠센동맹은 비정규직 조직화에서 성과를 얻고 있다. 기업별노조 체계를 갖고 있는 일본에서조차 기업별노조 자체로는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집중화·대형화로 나아가는 국제산별노조들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노조들의 집중화와 대형화 경향은 국제노동운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6월19일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국제노동운동사에 기록될 사건이 있었다. 제조업 중심의 국제산별노조들인 국제금속노동조합연맹(IMF), 국제화학·에너지·광산·일반노동조합연맹(ICEM), 국제섬유·봉제·피혁노동조합연맹(ITGLWF)이 통합해 새로운 국제노조 조직인 인더스트리올(IndustriALL)을 출범시킨 것이다. 세 조직 조합원을 모두 합하면 140개 나라 5천만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인더스트리올이란 이름은 제조업 노동자(industrial workers) 모두를 보호하고 조직하는 노동조합이라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인더스트리올의 출범으로 11개였던 국제산별노조의 수가 9개로 줄었다. 인더스트리올과 더불어 BWI(건설목공)·EI(교육)·IFJ(언론)·ITF(운수)·IUF(식품·숙박·요식)·PSI(공공서비스)·UNI(사무·전문직)·IAEA(예술·엔터테인먼트)가 그것이다. 


국제노조들이 통합하는 배경에는 세계적인 노조 조직률 하락과 산업구조 재편, 그리고 이에 따른 노조 조직들의 통합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서구 노조들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조합원 감소세가 뚜렷했다. 조합원 감소에 대응하고 급격한 산업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서구 노조들은 조직 간 통합을 적극 추진했고, 그 결과 금속·화학·섬유 노조들을 하나로 합쳐 제조업노조로 재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스웨덴과 독일의 금속노조나 일본의 UI젠센동맹처럼 IMF·ICEM·ITGLWF 등 국제노조에 중복 가입하는 경우가 늘었다. 


다른 배경으로는 국제노조들의 공통된 사업과 활동을 꼽을 수 있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하에서 국제노조들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다국적기업의 착취와 횡포 근절, 다국적기업과 국제노조 사이의 국제기본협약 체결 등 여러 분야의 사업에서 공통된 행보를 보였다. 제조업 국제노조로서 공통의 도전에 맞서 싸웠고, 당면한 과제와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활동 영역이 컸던 점도 조직통합을 이뤄 낸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했다. 국제노조에서 최근 두드러지는 추세는 단체교섭과 비정규직 보호 등 노동조합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국적기업과 국제 수준의 단체협약 체결 노력과 ‘비정규직 이제 그만(Stop Precarious Work)’을 내세운 비정규직 철폐 국제캠페인이다.


물론 집중화·대형화가 조직발전 전망의 전부는 아니다. 현장활동 활성화, 유능한 인력 확보, 사업 내실화, 노선과 전략 개발 등 내부개혁도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두 과제는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튼튼한 노동운동이라는 하나의 지붕을 떠받치는 두 기둥이다. 


그동안 한국노동운동은 기업별노조가 주축이던 후진적인 시스템에서 ‘무늬만이라도(!) 산별’인 수준까지 발전해 왔다.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의 이행기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이다. 이제 무늬를 넘어 속살과 뼈대까지 ‘산별’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남겨 두고 있다. 기업별노조체계에서 산별노조체계로의 성공적인 이행은 한국노동운동이 국제노동운동에 복무하는 소중한 도전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윤효원 IndustriALL 컨설턴트 의 기고입니다. 원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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