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08-11-17   1943

<통인동窓> 부자정부의 비정규직 대책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MB(이명박)정부가 비정규직법을 손보려고 작심한 듯하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국회와 언론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노동부는 “정규직 한 자리가 늘어나는 것보다 비정규직이라도 일자리 두 개가 늘어나는 것이 더 필요하다”면서 법 개정을 밀어붙일 태세다. 과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MB정부다운 발상이다. 경제부처가 기업과 ‘강부자’를 위해 감세정책과 종부세 무력화를 추진하자, 친사용자 입장을 거듭 대변해오던 노동부도 뒤질세라 비정규직법의 ‘개악’이라는 건수를 만들려 하고 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지켜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기업들이 값싸고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을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MB식의 친기업 국정기조에 딱 맞춘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주범인 비정규직 문제가 남용과 차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5년여의 오랜 논란 끝에 지난 2006년 말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을 규제하기 위해 엉성하나마 비정규직 보호법이 도입되었다. 이랜드와 코스콤 등 일부 사업장에서 법 취지에 거스르는 사용자의 계약해지와 외주화 조치로 심각한 노사분규가 빚어졌지만, 비정규직 보호법은 기간제 근로자들을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데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직후인 2007년 8월부터 올 8월까지 정규직 고용규모가 47만8000명 늘어난 반면, 전체 비정규직과 한시직 일자리는 25만8000명 줄었다. 또한 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의 고용형태 전환 여부를 분석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법 적용 대상인 기간제 근로자들이 정규직과 비전형(용역·파견·호출) 고용형태로 이동하는 비율이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정규직 보호법은 충분치는 않지만 지난 1년 동안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유도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용자들이 기존 기간제 일자리를 용역도급의 고용형태로 외주화하거나, 실효성 있는 차별 처우의 시정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드러났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정부가 추진해야할 정책적 과제는 현행법의 미비점으로 지적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보호장치를 강구하는 것과 차별 시정의 구제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간제 근로의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시키겠다는 노동부의 입장은 비정규직 남용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려는 반노동적인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서민들의 여망은 아랑곳없이 기업과 부동산부자를 편드는 경제정책 만들기에 열중하더니 이제는 우리 사회를 온통 비정규직으로 채우려는 노동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다. 더욱이 나라 안팎의 경기불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나누기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 나서야 할 터인데, 엉뚱하게 비정규직법의 개악을 추진하여 노·정 갈등과 정치적 분란을 불러일으키려 하고 있다. MB정권의 실정을 규탄하는 ‘제2의 촛불운동’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정부는 비정규직법의 개정 의도를 거두고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을 전향적으로 해소하는 노동정책을 꾸려가길 간곡히 당부한다.

 이 글은 11/17 경향신문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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