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히어로시즌2-특수고용노동자] “택배비 5000원에 수수료 20%… 하루살이 인생”

경제위기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먼저 먹잇감으로 삼는다. 최근의 경기침체 역시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우리사회의 약한 고리를 위협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고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면에서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늘리고 최저임금제를 더 낮춰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나 월 100만원짜리 한시적 인턴제로 청년실업을 땜질하려는 발상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경향신문과 참여연대는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가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 대안은 무엇인지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대리운전 기사와 퀵서비스 배달원 6명이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좌담회를 열고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처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대리운전기사·퀵서비스 배달원 6명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전북대 이호근 교수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좌담회를 열고, 대리운전과 퀵서비스의 문제를 토로했다.

사회=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대표해서 대리운전기사와 퀵서비스 배달원을 하는 노동자를 모셨습니다. 먼저 어떤 계기로 그 일을 하게 됐습니까.

양용민(퀵서비스)=원래 여성복을 만드는 조그만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공장이 잘되지는 않았지만 먹고 살 수는 있을 정도였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회사가 망했어요. 살려 보려고 발버둥쳤지만 힘들었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퀵서비스 기사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당장 먹고 사는 일이 급해 여기로 굴러들어 왔죠.

김영도(대리기사)=2004년부터 대리기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의료기기 제작 사업을 했습니다. 사업이 잘 안 돼서 94년에 회사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12년 동안 별다른 직업없이 살았어요. 여러 번 먹고 살 만한 길을 찾아봤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대리기사뿐이었습니다.

사회=구체적으로 근로실태는 어떤가요.

최영환(대리기사)=오후 1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일합니다. 많이 하면 15시간 정도 일합니다. 업체는 지금 대리기사를 착취하고 있습니다. 업체가 기사를 규제하는 항목이 32가지나 됩니다. 보험도 단체보험인데 돈을 내야 하는 업체 측이 계약자가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운전자로 돼 있어요. 관련 법이 없다 보니 불이익을 당해 그 어떤 관공서를 찾아가도 회피만 합니다. 우리 소관이 아니라는 식인 거죠. 손님에게 폭행을 당해도 힘이 약하다 보니 법의 사각지대에 몰려 있습니다.

양용민(퀵서비스)=아침에 무전기와 개인정보 단말기(PDA)를 켜면서 일이 시작됩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합니다. 집 근처 오토바이 센터나 공원 등지에서 대기하면서 오더(주문)을 기다립니다. 요즘 정말 알선수수료가 너무 올랐습니다. 10년 전에는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하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업주들은 사납금을 10년 전에 비해 2배로 받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한 번 배달을 주문하면 쿠폰을 주는데 그 비용을 또 기사들에게 전가합니다. 하루에 15만원 찍으면(벌면) 많게는 8만원까지는 (비용으로)나갑니다. 업주나 정부는 퀵서비스 기사들에게 해주는 게 하나도 없어요. 보호장치가 없습니다. 물품 파손도 기사 책임, 오토바이 고장도 기사 책임. 심지어 물건을 분실하면 물어주거나 그만둬야 합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운송약관에 300만원까지는 업주가 물어줘야 한다고 판시했지만 업주들은 일방적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사회=업체와 근무계약서는 작성하고 있습니까.

양용민(퀵서비스)=우리는 종속성이 크고 출퇴근 보고도 해요. 그런데 근무계약서가 아니라 근무수칙을 강요당하고 있어요. 기사가 회사를 찾아갑니다. 그러면 ‘일 좀 하겠소’ 하면서 근무수칙을 내밉니다. 언뜻 봐서는 계약서 같지만 수칙이에요. 내용은 기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합니다. 3일 이상 무단결근시 퇴사, 우천시 결근하면 퇴사 등 온갖 악덕 조항이 많습니다. 수도권의 경우는 계약서 비슷한 것도 없는 지경입니다.

최영환(대리기사)=대구에서는 동업계약서를 썼습니다. 왜냐하면 기사도 사장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런 황당한 이야기가 어디 있어요. 콜센터 아가씨들이 사장님이라고 부른다고 다 사장입니까. 그러면 똥개도 사장님하면 사장이 되나요. 지난해 공정위 심사를 들어가서 동업계약서는 너무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정보이용계약서’로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도(대리기사)=우리는 노동자가 분명합니다. 사업자등록증도 없습니다. 정부에서 노동자로 인정해서 노동 3권을 보장하면 세상이 시끄러워지니까 안 하는 겁니다.

사회=월 소득은 얼마 정도 됩니까.

양용민(퀵서비스)=10년 전에 150만원 벌면 4인 가족 생계가 유지됐는데 지금은 100만원도 안 됩니다. 오더를 받아서 하나 배달하면 같은 동네일 경우 5000~7000원입니다. 시내를 벗어나면 7000~만원입니다. 회사에 건당 수수료 20%를 내야 합니다. 무전기, PDA, 오토바이, 휴대전화 등 모든 부대비용을 기사가 부담합니다. 무전기 2대, PDA 1대 갖고 있는데 무전기는 30만원, PDA는 35만원입니다. 휴대전화 사용료는 월 7만원 정도 나갑니다. 오토바이도 지금까지 6대나 구입했는데 한 대당 250만원 나갔습니다. 오토바이 수리비도 매달 들어갑니다. 남는 게 없습니다. 하루종일 일해서 오더 10개 이상 받아도 한 달에 100만원 남짓밖에 못 법니다.

김영도(대리기사)=저는 매일 7만~8만원 정도 찍습니다. 수수료로 20% 나갑니다. 교통비 및 택시비가 하루에 만원 정도 나갑니다. 식대, 귀가교통비 등 나가는 돈이 쏠쏠합니다. 또한 페널티(벌금)로 적게는 하루에 1000원에서 많게는 만원까지 나갑니다. 그러면 남는 게 없습니다.

사회=보험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영도(대리기사)=지금까지 접촉사고가 4건 있었습니다. 지난해 젊은이 5명을 태우고 미세한 접촉사고를 냈는데 애들이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1인당 100만원을 물어주게 됐는데요. 개인보험이었는데 동부화재에서 보험처리가 안 됐습니다. 지금은 보험이 없는 상태입니다.

조남준(대리기사)=광주에서 대리기사들이 파업을 했습니다. 그때 회사마다 알아봤는데 우리가 내는 보험료가 얼마인가. 한 사람이 평균 70만원 정도 냅니다. 그런데 실제 보험료는 56만원이었습니다. 14만원 정도의 차이가 생깁니다. 회사는 미리 20~30% 목돈을 보험회사에 보험료로 지급했으니 그 부분에 대한 이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업을 하기 위해라고 이해는 하지만 이게 말이 됩니까.

사회=알선수수료는 얼마 정도 내고 있습니까.

김영도(대리기사)=알선수수료 문제는 콜당 대리업체가 서울은 20%고, 수도권은 수원지역에서 25%입니다. 수수료율 20~30%는 국내 유통업계에서 만든 살인적인 수수료입니다. 콜 가격이 떨어지니 대리기사 대부분이 초저녁 6시에서 다음날 오전 6시까지 12시간을 일해도 수수료 때문에 힘들어 해요. 회사끼리 짜고 수수료를 불법으로 인상하면서 기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최영환(대리기사)=35%까지 적용되는 곳도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전화번호 하나만 있으면 대리업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콜센터가 있습니다. 너무 많이 난립이 되니 수익구조가 안 맞고 수수료가 올라갑니다. 보험료, 프로그램 사용료, PDA 사용료까지 하면 50%까지 수수료라고 보면 됩니다. 10~15%가 적정 수준입니다.


노동3권 보장·법제화로 ‘착취구조’ 시정해야


사회=업무 특성상 사고를 많이 당하는데 산재처리가 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양용민(퀵서비스)=지난해 동료 기사가 중상을 입었다. 배송 도중 사고로 두개골의 3분의 1이 함몰되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상 자기 과실이 크다고 판정돼 보험회사의 보상금은 미비했다. 회복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이제는 회복이 돼도 경제활동을 더 이상 못한다. 초등학생 자녀들의 뒷바라지는 말 그대로 막막하다. 이런 경우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피해를 봤다면 최소한 산재보험 혜택은 줘야 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 아닌가. 우리는 하루하루가… 정말 거친 표현이지만 하루살이 인생이다. 며칠 전에도 일하다 차량과 사고가 났었다. 우리한테는 후속 보호장치가 0.1%도 없다. 정당하게 육체를 팔아서 살고 있는데 정부는 완전 방치를 하고 있다.

최영환(대리기사)=당연히 산재처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도 상식이 조금 통하는 사회가 아닌가. 행인에게 물어보자. ‘대리기사가 사장입니까, 기사입니까’ 100%는 ‘기사’라고 답변할 거다. 우리는 사업자등록증도 없는데 4대보험을 배제시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택시기사도 산재적용이 되고 있다. 택시기사보다 대리들이 현장에서 사고확률이 더 높다. PDA와 콜을 본다고 계속 가다가 넘어지는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정말 열악한 부분에 놓여있는 분들이 대리기사다. 지금 사회에서 마지막에 죽지 못해서 사는 사람들이 대리기사들이다.

유종호(퀵서비스)=오토바이를 13년 이상 타고 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타도 1년에 한 번은 사고가 난다. ‘백’이 없어서 가해자로 몰리기 십상이다. 가해자로 몰려서 보험사에 가면 “억울하면 소송 걸라”고 말한다.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데 소송을 어떻게 거나. 변호사 사무실가면 쳐다 보지도 않는다. 상담비 10만원 받고 10분 정도 말 들어주고 말더라. 다시 다리 절뚝거리고 나와서 한 푼을 벌어야 하는 처지다.

정길남(대리기사)=개인적으로 길을 가다가 보도블록에 걸려서 다쳤다. 휴대전화와 PDA 두 개를 들고 다닌다. 휴대전화를 계속 보니깐 도로에 뭐가 있는지 모른다. 광주에서 최근에 대리기사가 걸어가다가 뺑소니를 당했다. 가해자를 못 잡았다. 누가 책임지냐. 손님에게 맞는 기사들도 많다. 여성 기사의 경우 성폭행을 많이 당한다. 그런데 보상받을 길이 없다.

사회=대리기사나 퀵서비스 배달원이 노동자가 아니고 사장이라면 업무에 있어 자기 결정권한이 조금이라도 있나.

조남준(대리기사)=지금 한 회사에 가입돼 있다. 출근했으면 그 회사 콜을 최소한 4개를 받지 않으면 그 다음날 페널티를 물게 된다. 3일 동안 출근하지 않아도 페널티다. 사측과 기사의 관계를 봤을 때 사측에서 편한 말로 박쥐 같은 행동을 한다. 사업주로서 해야 할 때는 근로자로 보고, 또 다른 부분에 자신들이 불편할 때는 사업자로 보고 있다. 근로자로 인정한다면 당연히 세금, 의료, 고용보험을 해야 하는데 동업계약을 한다. 그러나 만나면 사장님,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양용민(퀵서비스)=배달물건 파손이나 분실시 기사가 부담 안하면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업체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기사와 고객의 이야기를 같이 동등하게 들어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콜센터 직원들은 고객 우선이다. 기사는 항상 뒷전이다. 우선 문제가 생기면 기사한테 전화해서 그만두라고 한다. 항의하면 무전을 끊어버린다. 그게 바로 퇴사다. 콜센터에서 PDA를 잠가버리면 끝이다. 파리목숨이다.

유종호(퀵서비스)=손님이 1000건의 배달을 부탁하면 1000원짜리 쿠폰 도장 하나 찍어준다. 그 비용을 기사들이 부담한다. 쿠폰비도 기사가 부담하고 있다. 할인권이나 사은권, 그래 좋다. 그런데 왜 기사들에게 부담을 지우는지 모르겠다. 법이 없으니깐 우리만 일방적으로 당하는 거다. 관련법이 없으니깐 업체와 정부는 편한 대로 한다.

김영도(대리기사)=지금 업체는 기사를 노예화하고 있다. 회사 측이 페널티를 물리는 것은 불법이다. 기사가 자기 잘못이 없어도 밉보이면 오더보기 금지(락)을 걸어버린다. 그러면 대리업체 연합 내의 150~200개 전체 락이 걸리면서 오더를 전혀 못 받는다. 락이 걸렸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1만원짜리 오더를 찍으면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미리 수수료가 충전(선납)돼 있지 않으면 바로 오더를 주지도 않는다.

김영도씨, 양용민씨, 유종호씨, 정길남씨, 조남준씨, 최영환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회=이렇게 힘든 환경인데 사람들이 계속 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남준(대리기사)=사회가 어렵다보니 직업 하나 가지고 살기가 어려우니까 그렇다. 광주를 예로 들면 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인데 오후 6시에 일이 끝나면 잔업이 없으니 쉬다가 밥 먹고 9시에 나와서 대리운전한다. 3~4시간 일하면 돈 1만원 벌어서 들어간다. 잠깐 와서 날파리처럼 해보고 너무 힘드니깐 또 가고. 이런 것이 되풀이되고 있다.

사회=국회 차원에서 대리기사나 퀵서비스업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은 없나.

김영도(대리기사)=정치인들 밥그릇 싸움이 아니겠나. 대리기사업 관련해서 복마전이 있다보니 관련 국회의원에 빌붙어서 작업을 하는 대리운전업체의 로비가 심각하다. 실제로 대리운전협회에서 대리업체로부터 100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갹출해서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달라.

최영환(대리기사)=가장 시급한 부분은 대리운전업의 법제화다. 법제화가 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지금은 문제가 발생해도 담당 부서가 없다. 보험도 임의보험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강제보험으로 바꿀 수 있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운전하는 국민은 모두 대리고객이다. 지금은 국민전체를 법의 사각지대에 놓아두고 있다.

정길남(대리기사)=대리운전 5년 해보니 사업주는 기사들이 들어오면 돈이라고 생각한다. 대리운전협회는 보험료, 벌금, 프로그램 사용료 등 몇 가지 부분에서 콜하고 상관없이 한 사람당 30만원을 착복한다. 이런 불합리를 법제화를 통해 시정해야 한다.

김영도(대리기사)=산재보험이 1순위, 법제화가 2순위다. 법제화가 안되니 업주들이 우리한테 삥땅을 친다. 알선 수수료로 60만원을, 통신비로 30만원을 가져간다. 오토바이 유지비, PDA비 등 70만원 정도 하는데 이것도 착취하고 있다. 법이 없으니 자기들 마음대로다.

양용민(퀵서비스)=이명박 정권 하에서는 암울하다. 노동조합 설립신고필증마저 반려됐다. 5공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우리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지금 이 사회는 오직 힘의 논리만이 있다. 아무리 우리가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 면담하고 갖은 방법을 써서 다 해도 사실상 이명박 정권 하에서는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경향신문 강병한·김지환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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