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노사관계 2000-07-10   1880

금융노련 파업관련 참여연대의 입장

사회통합적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1. 의약분업 관련 의사폐업 사태 및 연이은 노조파업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에 대해 이를 조정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이 전혀 작동하지 않으며, 나아가 그 최후의 보루인 정부마저 일관성과 형평성을 상실한 현 상황에 대해 참여연대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최근 금융노조의 파업 움직임은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노동조합과 성실한 대화 자체를 방기하여 온 정부당국의 무책임한 자세에서 기인한 바 크다는 사실을 분명히 지적한다.

2. 금융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금융노조도 그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아무리 홍보한다고 하더라도 구조조정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해관계자, 특히 손실을 부담하는 주체의 적극적 참여를 보장하는 메커니즘을 통해서만 구조조정은 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회통합적 구조조정’이라는 1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정신을 복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3. 이러한 전제 위에 금융노조 파업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에 대해 참여연대의 입장을 정리한다.

4. 관치금융 철폐와 관련하여 :

(1) 경제위기, 특히 금융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시장원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시스템 붕괴의 위기에 직면하여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정부 본연의 역할이자 책무이다. 따라서 이것을 관치금융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2) 다만, 위기관리를 위한 정부의 공적인 개입은 투명하고 책임성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지난 2년 반 동안의 정부정책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결여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금융노조의 문제제기는 정당하다. 따라서 정부는 책임회피 차원에서 관치금융을 무조건적 부인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정부개입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3) 다른 한편, 이에 대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문제는 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지 않는 데 있기 때문이다. [예금자보호법]과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경우 반드시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은 부실원인을 조사하여 그 원인제공자에게 엄격한 민형사상 책임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정부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다. 차제에 부실금융기관 및 부실기업, 회계법인, 정책당국 등의 책임을 엄격히 규명하여, 그 조치결과를 국회와 노사정위원회, 그리고 국민에게 보고하도록 하여야 한다.

5. 공적자금과 관련하여 :

(1) 지금 한국경제, 특히 금융시장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천문학적 액수의 금융부실과 기업부실이 악순환을 일으키면서 신용경색을 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한편, 정부는 이것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킨다는 입장에서 소극적 자세를 보여 왔다.

(2) 공적자금은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연결되는 만큼 반드시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적자금이 필요하다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현 상황을 점검하고, 그 바탕 위에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 여부와 그 규모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아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개선을 모색하는 노력이 조속히 가시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 여야 정치권, 노동조합,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등이 공동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6.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

(1)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관련 : 금융산업의 대형화·겸업화 추세를 감안할 때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그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우량금융기관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당국이 부실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수단으로 강요하는 데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질적 문화의 조직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뚜렷한 전략과 리더십, 그리고 직원들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정책당국이 주도하는 금융지주회사는 그 조건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법은 우량금융기관만에 적용할 수 있도록 그 설립요건(예컨대, 자본충실도 조건 및 경영능력 평가 조건)을 엄격히 법제화하는 형태로 제정되어야 한다.

(2) 부실금융기관의 구조조정 관련 : 금융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정부는 이에 따른 책임을 금융지주회사 제도 등의 편법으로 우회해서는 안되며, 투명한 절차를 통해 책임성 있게 추진하여야 한다. 즉 구조조정의 방향 및 수단에 대해 노동조합과 성실한 대화와 협의를 진행하여야 하며, 고용조정 등의 희생이 예상되는 경우 전직을 위한 재교육·훈련 프로그램, 스톡옵션 부여 또는 고용안정기금 조성 등의 보상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 대안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앞서 언급한 정책당국, 여야 정치권,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의 협의기구가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7. 흔히 금융산업의 국제화·대형화·겸업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에 동참하는 것이 아무런 비용이나 위험을 수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구조조정 이후의 한국경제의 모습, 그리고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갈등 해소와 관련하여 전국민적 논의의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금융노조의 파업이 이를 진지하게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금융노조의 파업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든, 이것으로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많은 문제가 미해결 상태에서 봉합될 것이며, 따라서 최근과 같은 신용경색 현상·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태에서는 위기관리도 구조개혁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금융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해서는, 나아가 사회통합적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책당국, 여야 정치권,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사회적 논의 틀, 가칭 ‘금융 구조조정을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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