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2-06-23   2260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③] 지역연대와 미조직·비정규사업으로 본 산별노조의 역할과 과제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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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민주노총이 출범하면서 내건 기치가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세력화였다. 민주노총의 결정에 따라 각 연맹마다 산별노조 건설에 힘을 쏟았고, 2001년 2월8일 금속노조가 출범했다. 그러나 금속연맹의 대공장들은 합류하지 않아 15만 조합원 중 3만4천명으로 출발했다. 경주지부 역시 8개 사업장 1천500여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가 지역의 미조직·비정규 조직화 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연대는 어떠했는지 10년을 되돌아본다. 

금속노조 출범 이후 경주지역은 기존의 민주노총 지역조직(경주시협의회) 중심에서 산별노조 지역지부 중심의 새로운 체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민주노총 경주시협의회와 사업이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어려웠다. 경주시협의회의 성원 다수가 금속노조 조합원이고, 실천 또한 금속사업장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산별노조 초반기(2001년 2월~2005년 9월)에는 조직체계를 수립하고 산별노조 교섭형식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 동시에 지역의 비정규투쟁과 연대투쟁도 진행했다. 비정규투쟁의 대표적인 것은 2004년 불법파견 진정투쟁이었다. 당시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집단교섭 요구안에 불법파견 금지를 포함했고, 8개 사업장 모두 집단적으로 불법파견 고소·고발 투쟁을 진행했다. 산별노조가 아닌 개별사업장이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조합원 1천600여명 중 450여명이 사내하청 소속 노동자일 정도로 파급력이 높았다. 교섭에서는 사내하청 확대금지에 합의했고 불법파견으로 확정된 7개 사업장은 특별교섭을 진행해 합의에 이르렀다. 비정규직 관련 투쟁이 쉽지 않아 많은 성과를 남기진 못했지만 개별사업장에선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내용을 공론화하고 낮은 수준의 합의라도 할 수 있었다. 
경주지역에서 금속노조 경주지부가 주도적으로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던 중 2005년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를 목표로 경북일반노조가 출범했다. 제조업을 제외한 청소·경비 노동자를 조직화하기 위해서다. 경주지역 제조업은 금속노조, 비제조업은 일반노조가 조직했다. 경북일반노조가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투쟁이 있었고 그 투쟁에는 지역의 큰 조직인 금속노조 경주지부도 연대했다. 2005년 7월 골프장 노동자가 일반노조에 가입해 해고된 적이 있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임단협 투쟁 집회를 그 사업장에서 진행했다. 4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경북일반노조 골프장현장위원회 입장에서는 1천500여명의 노동자가 집회를 연 것만으로 엄청난 도움을 받았고, 교섭을 타결할 수 있었다. 
같은해 8월 경북일반노조에 가입한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이 집단해고를 당했다. 용역업체 소속이었던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렸다.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그해 10월26일 경주지부가 중심이 된 지역총파업을 단행했다. 지역노동자들의 연대파업이 현실화되자 동국대도 재계약을 약속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해고에 맞선 지역의 연대파업이 만들어 낸 값진 성과였다. 
금속노조는 소속 사업장 문제로 투쟁하는 것은 연대투쟁으로 보지 않지만 개별사업장 문제로 지부 총파업을 진행한 것은 좋은 사례다. 광진상공 자본은 2006년 3월8일 여성의 날에 회사 내 여성조합원들에 대한 해고를 단행했다. 지회의 힘으로는 도저히 돌파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경주지부는 4시간 총파업을 진행했다. 사업장의 벽을 넘어 파업에 동참한 경주지부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지만 조직의 결정과 당위성에 동의하고 파업에 참여했다. 광진자본도 지역사용자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해고한 여성조합원 중 희망자에 한해 재입사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결국 타결됐다. 
경주지부가 미조직 노동자들을 본격적으로 조직한 시기는 2007년이다. 지역사회에서 투쟁을 승리로 이끈 금속노조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고 가입문의가 잇따랐다. 공단을 중심으로 하나의 사업장을 조직하면 근처 사업장 노동자들까지 조직됐다. 경주지부는 미조직·비정규사업을 전담하는 상근인력을 배치하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외동공단의 경우 대림·디에스시·다스·시그오토멕이 2년 동안 모두 조직됐다. 구어공단에서도 상희금속·청우·인지컨트롤스가 조직됐다. 신규로 조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화 대상이 금속노조를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적어도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기업별노조를 설립하는 것보다 성공률이 높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그것은 현장투쟁의 승패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한 지역의 조직화는 지역의 자본과 노동의 힘겨루기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에 좌우된다. 조직화 과정에서 실패를 맛본다면 주위의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이 위축되면서 조직 확대가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주지부가 이전 지역 조직화와 다르게 성공적으로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노조에 가입하면 금속노조가 연대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교섭과 투쟁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단위로서 산별노조는 조직화 사업을 조직의 운명이 달린 중요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구조적으로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에 둘 수밖에 없다. 더 높은 질의 노동조건과 고용안정을 목표로 삼는다. 노조가 가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산별노조다. 우리가 산별노조를 건설한 이유는 조직 내 조합원들만을 위한 조직이 아닌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와 요구를 담기 위해서다. 산별노조는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해야 힘이 배가되기 때문에 지역의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산별노조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 채 출발했다. 군부독재정권이 정한 기업별노조 체제에서 조직형태를 변경해 구성된 산별노조는 제도 정립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노조활동의 우선순위가 아직도 해당 기업별 조합원에 집중돼 있고, 중앙이나 지부활동에 대한 반감도 여전히 존재한다. 상식을 넘어선 자본의 도발은 항상 현장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일정 부분 대응을 위한 활동을 부정할 순 없지만 대의와 명분을 거스르는 행동은 문제가 있다. 그나마 기업별노조의 장점 중 하나인 즉각적인 현장투쟁도 어느 순간부터는 상부의 결정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현장 공동화로 직결됐다. 중앙교섭과 지부집단교섭은 조합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해당 사업장의 임금·보충교섭에만 집중하는 형식이 됐다. 조합원들의 의식변화에 가장 앞장서야 할 간부조차도 ‘지침이니 따라야 한다’는 식의 현장활동을 한다. 조합원들의 입장에서는 괴리감이 있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산별노조에서 단위사업장 간부들은 스스로 사업을 만들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점차 잃어 갔다. 시스템은 산별노조로, 의사결정은 지부나 중앙에서 하고, 일반활동은 기업별노조의 방식으로 운영되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 전부였던 단위조직의 간부들은 산별 중앙에서 하는 여러 사업을 해야 한다. 현장의 조합원들은 조직 간부가 현장을 떠나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면서 산별노조가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산별노조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자본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산별에서 탈퇴하는 사업장들도 속출했다. 산별노조를 부정하고 싶은 자본가들은 금속노조 조직 내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그것을 이용했는데, 대표적인 게 단체협약이었다. 현실적으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단체협약을 조건으로 자본이 거래를 요구할 경우 대다수 조합원들과 간부들은 대의를 저버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산별노조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으로 산별교섭을 보장받아야 한다. 교섭에 참여하는 단위가 확대돼야 한다. 
지금의 금속노조 중앙교섭처럼 한 조직에 대다수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쟁과 합의안에 대한 효력은 날이 갈수록 힘을 잃어 간다. 법·제도 개선과 함께 해당 단위의 조직원들이 ‘왜 산별노조인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하고 더 큰 투쟁으로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는 목적의식 없이 단지 개별자본과의 투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산별노조에 몸담고 있다면 변화·발전은 허구에 불과하다. 단체협약의 조건이 우리 사업장이 아닌 지역 전체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상식으로 통한다면 해고가 살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이 공장을 나가는 순간 그간의 혜택이 모두 사라지고 비참한 노동조건이 주위를 감싸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직장을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 어찌 보면 노동법 개정사안 가운데 가장 시급한 문제가 단체협약 효력확장인지도 모른다. 굳이 중앙교섭을 하는 이유도 단협 효력확장으로 보호받는 노동자를 늘리는 것이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금속노조가 출범한 지 10년이 지났다. 산별노조가 만능일 순 없다. 문제는 형식과 제도보다 우리의 활동방식이 진정한 산별노조의 뜻과 일치하고 민주노조 원칙에 입각한 활동을 하느냐다. 여전히 기업별노조 중심의 산별노조로 정체한다면 퇴보할 뿐이다.
새로운 조직화로 금속노조에 들어온 조직은 기존의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게 돼 있다. 조직문화가 변화하지 않고 아무리 많은 사업장이 새롭게 조직된다 하더라도 내용은 달라질 것이 없다. 과거에 대한 성찰 없이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기업별노조 중심의 활동에서 탈피해 진정한 산별노조에 걸맞은 실천을 해야 한다. 사업장 조합원들의 임금·고용·복지에서 사회의 임금·복지·고용을 발전시키는 투쟁을 하는 것이 결국은 우리 조합원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이 글은 정진홍 금속노조 경주지부 정책기획부장 의 기고입니다. 원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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