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2-07-09   2463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⑤] 공공부문 산별노조운동, 비정규직 조직화의 성과와 대정부교섭의 과제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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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여름날, 서울은 노동자들에게 전쟁터다. 잘 알려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농성투쟁은 물론 6월 말 필자가 속한 공공운수노조에도 서울과 인근에서만 다섯 곳에서 농성투쟁이 진행되고 있었다(이 중 두 군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봄부터 진행된 홍익대 비정규 노동자들의 홍대 정문 농성, 버스노동자들의 교통회관 철탑농성, 전주대·비전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상경농성, 화물연대 파업투쟁과 함께 시작된 서울경인지부장의 고공농성, 그리고 공공기관의 민주적 운영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정을 요구하는 공공운수노조의 국회 앞 농성 등이 그것이다. 공공운수노조에 속한 업종과 고용형태의 다양성이 드러난다. 노조인정과 단체협약 준수를 요구하면서 고공농성을 진행했던 박상길 민주버스본부 서경지부 지부장은 한 인터뷰에서 “산업별노조가 없었다면 전북버스투쟁·삼화고속투쟁·서경지부 투쟁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산별노조운동이 우여곡절과 위기를 겪고 있다. 바뀌어야 할 부분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운동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투쟁 속에 있는 노동자들은 느끼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2006년 말 만들어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지난해 6월 통합해 만든 산별노조다. 지난 1년간은 산별노조의 성과와 과제를 동시해 확인해 온 기간이었다. 이 글에서는 공공운수노조의 경험을 통해 비정규직 조직화와 공공부문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라는 두 측면을 중심으로 산별노조운동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려 한다.

 

먼저 노조운동이 나아가야 할 지향으로 가장 강조되곤 하는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라는 측면에서 산별노조의 의미를 돌아보자. 공공운수노조는 설립 당시 조합원 5만여명에서 출발해 1년 만에 1만4천명의 조합원이 새로 가입하는 등 크게 증가했다. 늘어난 조합원 1만4천명의 70% 이상이 비정규 노동자라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정규직 조합원의 증가는 주로 기존 기업별노조가 조직을 전환하거나 어용노조가 이미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민주노조가 출현한 경우였지만, 비정규직 조합원의 증가는 이전에는 노동조합 조합원이 아니었던 노동자들이 가입한 경우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사회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물론 이렇게 비정규직 조합원이 늘어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반드시 산별노조의 사업의 결과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산별노조의 몇몇 사업들은 중요한 조합원 확대요인이 됐을뿐만 아니라 산별노조 자체가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쉽게 노동조합으로 단결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조합비의 일부를 할애해 미조직·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전략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버스노동자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비정규직, 간병·요양 노동자, 인천공항 비정규직, 학교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보육노동자·청소용역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각 사업단과 지역본부를 통해 활발한 조직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각 영역 중 일부에서는 조합원이 크게 늘어났다. 예를 들어 버스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신규조직화와 노조 민주화를 통해 조합원이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도 전국학교회계직연합이라는 업종단체가 노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가입 당시보다 약 4천여명 이상 확대돼 조합원 1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산별노조에 비정규직 조합원이 늘어나는 것은 기존의 조합원이 기여하는 자원을 활용한 조직화 사업 지원이 요인이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노동자들이 단결하기 쉬운 틀이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사회에서는 외주화·용역화가 노동의 불안정화를 추구하는 자본의 주된 전략이 되면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주로 중소·영세사업장에 분산돼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업노조로서 산별노조가 더욱 의미를 갖는다. 개별 사업장에서 기업별노조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비정규 노동자들이 이미 비슷한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있는 산별노조 가입으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조직이 크게 확대된 결과 공공운수노조의 전체 조직구성에서 비정규 노동자의 비율이 40%를 넘어서고 있다(물론 공공운수연맹 내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은 기업별노조의 비율을 모두 고려하면 연맹 내에서는 약 23% 정도다).

 

그런데 비정규직 조합원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정규직-비정규직이 고용형태를 넘어 단결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산별노조가 갖는 의미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공공운수노조에서 다수의 정규직 조합원들은 주로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도 공공부문 노사관계 특성을 반영한 전망이 중요하다. 

 

공공기관의 노사관계가 민간부문을 포함한 전체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민간부문에도 일종의 모델(긍정적인 의미이든 부정적인 의미에서든 ‘모범 사용자’)이 된다. 둘째, 공공부문이 갖는 성격 때문에 노사관계에서 ‘공공성’을 다루게 되고 이는 곧 노동운동의 중요한 과제인 사회공공성 강화와 시민과 함께하는 사회운동적 노조운동의 쟁점이 된다.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정부가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측면에서 민간부문과 구별된다. 또 시민을 대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개입하게 된다. 노동3권 행사를 제약받기도 한다. 개별 공공기관의 사용자는 물론 정부 각 부처,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 등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용자를 규정하고 교섭구조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이유로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개별 기관별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무언가 충분히 결정할 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정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개별 기관 사용자들과 기업별 교섭에서 큰 한계에 맞닥뜨리게 된다. ‘예산편성지침’ 등 각종 지침을 통해 총 인건비 인상률과 정원은 물론 임금구조도 대부분 결정한다. 단체교섭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휴가·휴일·근로시간과 같은 노동조건은 물론 심지어는 노사관계 영역에 대해서도 경영평가·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개입한다. 

 

문제는 정부의 통제 내용이라는 것이 공공성을 침해하고 노동기본권을 억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280여개의 공공기관이 모두 이러한 정부 통제를 일률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기업을 넘어선 산별노사관계의 형성이란 곧 정부를 상대로 하는 교섭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중요한 과제가 실질적인 사용자인 정부와의 직접 교섭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공부문노조와 정부의 (산별)교섭이 실현된다면 여러 가지 중요한 사회적 쟁점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철도(KTX)·가스·공항·면세점 등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같은 쟁점은 공공부문 노사관계 쟁점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국민적 관심사다. 공공기관노조와 정부의 산별교섭이 이뤄진다면 공공적 쟁점에 대해 시민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공공기관 운영구조의 민주화)도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들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기업을 넘어선 산별적 노사관계 형성은 전체 노동조합운동에도 전략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의 다섯 개 산별노조·연맹은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혁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공공기관의 운영을 민주화하기 위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자는 요구, 공공부문노조들이 정부와 산별교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기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하자는 요구를 함께 논의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노동조합운동의 의미를 온전하게 실현하기 위한 제도개선은 산별노조와 산별노사관계를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공부문노동조합은 공공운수노조의 경우만이 아니라도, 심지어 외국에서도 어느 정도 (정부가 소유했다는 의미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혼재돼 노조를 결성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공공서비스가 민영화하면서 공공기관의 노동자들이 민간기업 소속으로 신분이 바뀌기도 하고 정부의 외주화·인력감축·구조조정 정책으로 인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민간기업에 고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비정규 노동자들은 대부분 형식적으로 민간기업 소속이다. 공공부문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면서 사회복지, 교통·에너지 등 사회기반시설·공공행정 등 여러 업종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고용형태·업종이 공공부문 산별노조 안에서 함께 단결해야 하는 과제가 중요해진다. 공공운수노조의 지난 1년간의 ‘실험’은 이러한 과제를 확인해 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를 통한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공부문노조의 역할 등은 이러한 노동자 단결의 과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글은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 정책기획실장 의 기고입니다. 원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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