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2-12-26   2180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27] 민주노총 차원의 제2 산별노조 운동을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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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노조 건설은 민주노총이 창립 초기부터 내건 거대한 목표였다. 이 목표는 경제위기 이후 고용불안정 시대와 복수노조 시행·전임자임금 지급금지라는 객관적 정세하에서 급격히 진전을 이루게 됐다. 민주노총은 2012년 1월 기준으로 산하 조합원의 84%인 66만3천342명이 총 16개의 가맹 산별조직에 속해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가맹산별 16개 중에서 금속노조·공무원노조·전교조·보건의료노조 등 8개 노조가 산별노조로 가맹해 있다. 아울러 소산별 2개 노조 연합체계인 민주일반연맹, 산별노조와 연맹이 재정·인력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는 공공운수연맹 및 화학섬유연맹 등을 판단해 본다면, 가맹단위로서 산별노조로의 전환 역시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산별노조의 재정·인력 집중 역시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금속·화섬·보건의료노조는 통상임금의 1%를 조합비로 걷고 있으며 본조와 지역에 약 50%의 조합비를 배분하고 있다. 투쟁사업장이나 해고자 등에 대해 생계비를 지급하고 있다. 전교조·공무원노조에서 대량징계·해고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었던 계기는 산별노조로의 조합비 집중과 해고자 구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산별교섭의 진전도 이뤄지고 있으며 주 5일제·고용안정협약 등 내용의 발전도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2007년 당시 산별노조 전환비율을 90% 이상으로 목표했던 것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형식적 지표로 보면 80%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외화내빈의 허실

 

그러나 현재의 산별노조는 “무늬만 산별”, “기업별노조의 통합수준에 불과하다”는 심각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산별노조로의 전환율도 실질적으로 2006년 6월 총연맹 차원의 산별전환 총투표 이후 실질적으로 답보상태에 있다. 나아가 산별노조를 통한 중앙집중성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실제로 기업지부의 활동이나 교섭에 산별노조 중앙의 지도력이 관철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전체적 평가다. 화학섬유노조의 출범에 미전환 노조들이 탈퇴하고, 지역본부를 통한 민주노총 직가맹을 추진한 것도 그 한 사례다. 보건의료노조에서 서울대병원지부가 탈퇴하고 공공운수노조로 가입하거나, 운수노조의 공공노조 합류 전환투표시에 택시본부는 아예 별도 산별연맹을 추진할 것에 대한 찬반투표까지 진행하고, 탈퇴 후 민주노총 직가맹을 추진함으로써 논란이 중첩됐다.

 

산별전환의 과정에서 조직체계를 꾸리는 문제도 여러 논란을 가져왔다. 금속노조에서는 기업별 지부 해산 논의가 기업지부의 존속으로 결론 났다. 공공노조 출범시 지역 중심이냐, 업종 중심이냐의 논쟁 역시 지역과 업종을 병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공공운수노조로의 순조로운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산별노조가 목표로 했던 산업 내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산별교섭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노동자 간 격차는 더욱 확대돼 그 목표달성은 오히려 역전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산별노조가 합의한 사항들은 해당 교섭에 참가한 사업장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낮은 조직률에 기인한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경우 중앙교섭 합의가 주 5일제, 손배가압류 금지,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개선 등 대단히 큰 의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실제 적용되는 범위는 금속노조 내에서도 중앙교섭에 참가한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외에 다른 노조들의 경우도 낮은 조직률 혹은 산별미전환 사업장 때문에 해당 산업 전체에 적용되는 협약을 체결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결국 대표적 산별노조라 할 수 있는 금속노조나 보건의료노조의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노조 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전략적 방향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전술적 단계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산별노조의 교섭실태다.

 

주·객관 정세의 변화

 

최근에는 산별노조 전환을 추동한 강력한 위기감과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7년 이후 외환위기로 인한 고용불안정은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산별노조 전환의 핵심적 이유가 됐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쌍용자동차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강력한 산별노조도 고용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둘째로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임금 지급금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측의 각종 부당노동행위가 성행하고 이것이 전임자 부족과 맞물리면서 단위노조가 재정을 중앙으로 집중하기보다는 기업별 노조로 회귀하는 관행이 강해지고 있다. 셋째로는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하강국면이다. 현장운동이 노쇠화하고 기업별로 안정화하면서 조합원의 정서가 안정희구적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전망 모색이 어려워지고 실리주의에 물들고 있다. 더구나 전환된 산별노조 역시 아직 제대로 된 산별 노사관계를 형성하거나 위력적 산별노조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면서 기대가 환멸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객관적 문제와 더불어 주체적 대응의 한계도 산별전환운동의 완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산별전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견이 드러나는 것은 운동발전에서 필연적이며 이러한 이견을 슬기롭게 통합하고 대안을 만들어 가는 민주적 과정과 절차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견이 절충되고 대안을 만들기보다는 충돌하고 상호비판을 넘어 상호적대적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혁신과 후퇴의 기로

 

결과적으로 지난 10여년의 산별노조운동은 조직전환의 성과를 거뒀음에도 그 조직형식에 걸맞은 내용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많은 문제점과 한계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새로운 산별운동으로의 질적인 도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현재 산별노조는 대기업 조합원이나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모두에게서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중소영세 등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는 산별노조가 이들을 조직하고 보호하는 무기나 조직으로써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조직화나 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초보적 수준에서 겉돌면서 대안이 전면화되지 못하고 있다. 또 공공부문이나 대기업 등 이미 안정된 정규직에게 기존의 기업별 임금인상에 집중된 실리주의 교섭틀을 벗어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에게 산별고용 안정망이나 노동시간단축, 신자유주의 민영화에 맞설 대안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산별노조로부터의 이완을 오히려 촉진시키고 있다. “돈 대주고 몸 대주지만 오히려 산별노조로부터 뭇매만 맞는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노동자들은 기업별 이기주의의 포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산별노조운동의 한계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더 나아가 날로 피폐화되는 노동자 삶의 현실을 ‘힘있게’ 그리고 제대로 바꿔 나가기 위해 산별노조운동의 질적-내용적 쇄신이 필요하다. 제2 산별노조운동을 치열하게 전개해야 할 시대적 과업을 부여받고 있다. 특히 산별노조가 각개약진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총연맹 차원에서 명실상부한 제2 산별노조운동을 전개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2013년 이후 노동체제의 새판짜기에 민주노조운동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이뤄 내기 위해서도 제2 산별노조운동이 명실상부하게 요구되고 있다. 제1기 산별노조운동이 산별로의 조직재편과 산별교섭의 틀짜기 등 조직형식적 측면에 머물렀다면 제2기 산별노조운동은 산별다운 산별노조, 미조직 조직화와 저임금·불안정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기업수준 임금교섭을 벗어난 산별 차원의 노동조건 규율, 산업정책적 대안과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산별협약의 형식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산별 노동자의 보호에 필요한 의제에 집중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감한 사업과 활동의 혁신이 필요하다. 산별 최저임금, 노동시간 상한선 설정, 비정규직 제한 등이 산별교섭의 핵심의제다. 제조업 산별노조는 공단 노동자 전체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최저임금 교섭투쟁을 전개하고, 이를 위한 조직화 투쟁을 배치하는 것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들 노동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 등 복지를 지원하는 지역생협운동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지역지부냐 기업지부냐 하는 형식적 내용보다는 지역 전체를 사업의 핵심으로 삼고 진전하는 산별운동의 모범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지역의 대공장이나 기존 노조는 자체 사업비의 30%를 지역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정하고 조합원을 교육·훈련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한 서비스연맹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건설산업연맹에서 건설 3법, 보건의료노조에서 병원인력법제정운동을 전개했듯이 각 산업의 특성에 맞는 정책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기존의 기업별 노조 틀을 벗어난 산별운동으로 발전해 나가는 길이다. 이러한 운동을 각 산별단위로 전개할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차원에서 총화해 제2 산별노조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만 새로운 산별노조운동의 활로가 열릴 것이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혁신이냐 후퇴냐의 기로에 선 산별노조운동의 새로운 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 글은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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