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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회위원회    차별없는 노동을 위해 노동정책대안을 제시합니다

  • 칼럼
  • 2009.02.13
  • 1582

                              글쓴이: 이호근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 /전북대 법대 교수

비정규직법 개정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의 2년 고용기간 제한의 연장 여부와 파견법의 허용업종 확대 여부가 초점이다. 법 개정 시도는 2007년 7월1일부터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 시행 중인 비정규직법상 2년이 완료되는 올해 7월이면 실업대란이 예상된다는 논리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추산하는 97만명이 기간제 계약자로 경제위기시에 대량 고용계약 해지의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경제위기시에 구조조정과 폐업 그리고 신규채용의 제한 등 고용시장의 상황이 심각한 상황에서 고용안정이 우선이라는 주장은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실업대란 주장은 통계적으로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그나마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가능성을 정부가 없애려고 한다는 논란이 증폭돼 왔다.

노사 신뢰 구축 여부가 핵심

비정규직법은 우리 노동시장 고유의 상황과 외국의 관련 입법례를 참조해 정부와 노사 및 시민단체·전문가, 그리고 국회 여야 특위를 중심으로 거의 3년에 가까운 입법논쟁을 거쳐 제정된 법이다. 당시 노동계 일부는 이 법이 기간제 근로의 양산과 대규모의 해고가 예상되는 악법이라며 폐지투쟁을 벌였고, 경영계 역시 2년 이후 기간의 제한이 없는 계약 간주는 사적자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입법자는 일정기간 내 기간제 근로 활용을 보장해 인력수요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되, 법원이 일관되게 판단해 온 것처럼 ‘계약을 갱신하여 기간을 정함 자체가 형식화된 경우 이를 무기계약으로 본 판례’를 기준으로 비정규 근로 활용에 대한 질서를 바로잡고자 한 것이었다. 기간제 근로 계약기간에 관한 입법례를 두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검토하고 기간제 근로 평균 채용기간이 22개월에 이른다는 조사에 근거해 기간을 2년으로 정했던 것이다.

애초 노동계는 1년의 기간제한에 기간제 근로를 질병·부상·출산·육아 등 근로자 대체사유와 기타 노동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경우로 한정하는 사유제한을 주장했고, 경영계는 기간을 정할 경우 3년 정도로 하되 그 이후에는 무기계약으로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현재의 비정규직법은 기간제와 관련 사유제한, 총기간제한 그리고 반복갱신 방식 중 사유제한과 반복갱신 횟수의 제한 없이 총기간만을 2년으로 한 것이다.

입법자는 2년 정도면 사업주가 고용계속 여부를 판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고 따라서 그 기간 내에서 자유롭게 기간제 근로를 활용하되 그 이상 상시적이고 반복적인 업무에 기간제를 특별한 사유없이 남용하지 말라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노사 당사자 간 계약기간 및 근로조건 등 서면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고, 계약내용에 대하여 쌍방간에 충분히 숙지·동의하고, 기업 경영여건 변화나 종사자의 적응정도 등으로 계약이 2년 내 종료되더라도, 회사가 당해 업무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다른 근로자를 재고용해야 할 것이므로 노동시장 내 총 고용기준으로 고용감소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었다. 따라서 애초 입법자의 의도에서 볼 때 기간 자체는 부차적인 문제이며 사업장에서 노사 당사자가 어떻게 그러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느냐가 핵심이며 정책은 그것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법 개정 실익 논란

실제로 많은 경험적 연구처럼, 기업 역시 비용 및 인력활용의 유연성 못지않게 종업원의 고용안정이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 근로의 남용과 단기적 비용경쟁력보다는 오히려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정책은 바로 이러한 중장기적 노동시장의 체질 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비정규직법은 치열한 사회적 논의와 국회 특위에 참여한 노사와 정부, 여야가 합의를 거쳐 어렵게 제정한 법이다. 그 시행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비정규법 개정에 대한 논의는 다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개정의 실익은 높지 않으면서 소모적인 논란으로 사회적 비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 단계에서 비정규직법의 안착을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은 점들이다.

첫째, 최근 경제위기시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고용감소의 상관관계가 명시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 오히려 법보다는 전반적 경기침체 자체가 최근 고용감소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는 터에, 비정규직법 개정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논쟁이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 아래 정부 여당 및 한국노총이 공동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민주노총과 경영계도 그러한 실태조사에 참여해야 한다.

둘째, 비정규직법의 안착을 위해, 특히 쟁점이 되고 있는 차별시정제도와 관련해 차별구제신청기간, 비교대상자의 문제, 파견근로자에 대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의 연대책임문제, 공공부문 피신청인 적격문제 등 주요 문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차별시정제도가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비정규직법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지나친 것이다. 차별시정 등 입법적 효과는 중장기적인 것이다. 정부 공식통계상 36%를 넘는 비정규 근로가 어떻게 입법조처 하나에 의해 단순히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되겠는가. 이것은 ‘시장’과 ‘제도’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이거나 책임지지 않는 단순한 구호에 불과한 것이다. 반면에 우리의 고용관행을 볼 때 맹목적 유연화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노동시장 현실과 멀고 또, 작금의 경제위기 본질에 대한 성찰이 없는 무책임한 이데올로기이다. 현재의 법은 비정규 근로 활용에 있어 사회적 주체가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기본법을 중심으로 당사자 간 계약관계의 원칙이 준수되도록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시장주체들에게 확실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 기업도 종사자도 장기적으로 그것에 적응할 것이다. 정부가 그토록 어렵게 도출된 기본법에 대해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효과도 의심스러운 내용에 대한 법 개정에 신중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넷째, 기본법 준수 외에 할 일은 많다.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무기계약 전환을 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지원 조처를 강화하고, 불법·편법적 형태의 간접고용에 대해 관련법 및 각종 기준과 지침의 적용을 확실히 하고, 상시적인 감독체계를 확립해 정기적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또 파견근로의 가장 중심적인 문제는 허용업종보다는 사내하도급과 불법파견의 기준 문제이다. 자동차·조선·전자업종 등 광범위하게 확산돼 구조화된 사내하도급의 문제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은 채 파견근로 업종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파견업에 있어 인건비 중간이윤만을 목적으로 난립해 있는 영세 파견업체의 전문화·대형화를 단계적으로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 건전한 파견근로를 육성하는 방법이다.

다섯째, 정부는 비정규 근로자에 대한 고용·산재 및 국민건강·연금보험의 실질적용률 제고방안을 강구하고 관련 관리·감독체계를 정비해 비정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능력계발과 직업훈련프로그램 특별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각종 사회적안전망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가 비정규 근로 대책을 구호로 외치지만 말고 단체협약시에 비정규 근로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연대적 관점의 임금·고용교섭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노동시장의 근본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원·하청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합리한’ 차별이 너무 크다는 점에 있다. 이것은 양식있는 모든 관계자들의 깊은 성찰과 스스로의 실천을 필요로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우리 노동시장의 미래는 암울하다. 즉, 한쪽은 다양한 법적보호와 조직화로 보호의 수준이 높지만, 다른 한쪽은 법적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거나 유연화가 문제되지 않는 오히려 ‘시장과잉’의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있어 비정규 근로의 문제는 흔히 주장되듯 노동시장 유연화냐 규제냐가 아니라 ‘시장의 미스매치(mismatch)’가 본질이다. 이런 측면에서 M. Olson이 지적한 조직노동의 이기적 ‘집단행동 논리’ 극복, 노동시장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사업주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건전한 노동시장 육성을 위한 정부의 일관된 의지 없이는 비정규 근로 보호는 단순한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경제-사회적 보호' 균형 이뤄야

경제사가 Karl Polanyi는 경제위기시에 ‘경제’와 ‘사회적 보호’의 관계에 주목했다. 양자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쳤을 때 반드시 부작용이 초래됐음을 영국의 시장경제 발전 300년 역사를 추적한 그의 고전적 저서 ‘대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에서 역설하고 있다. 2009년 경제위기시의 비정규 근로에 대한 우리의 선택은 바로 그러한 시장과 제도의 관계가 어떻게 새로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가 하는 점에 있다 하겠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 전문가 칼럼에 2009년 2월 13일자로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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