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2-07-23   1799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⑦] 금융노조의 산별운동의 성과와 전망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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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융산별노조 조직화 경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1960년 7월23일 창립됐다. 60년 6월1일부터 조흥은행노조를 시작으로 국내 시중은행 노조가 속속 결성된 이후 5개의 은행노조가 모여 전국은행노조연합회를 결성한 것이다. 물론 4·19 혁명이라는 분위기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61년 5·16 군사쿠데타로 노조가 해산됐다가 다시 정부의 영향력과 의도로 산별노조가 재건됐다. 정치권력이 효과적인 노조 지배를 위해 산별노조를 만들어 줬으나, 노조는 사용자에 대응해 조합원의 노동조건 해결은 물론 노동조건에 영향을 주는 정부의 금융정책에 일정 정도 견제하고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금융노조는 산별교섭을 했으며 정권의 의도와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권력으로부터 노조의 독립성이 강해졌다. 농협과 한일은행 등 노조설립 과정에서 노조간부가 해고돼 직장을 떠나고, 군부독재에 의해 정보기관에 끌려가 문초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80년 신군부가 다시 정권을 장악하게 되자, 어느 정도 독립성이 강해진 노조에 힘을 빼기 위해 노조 관련법을 개정했다. 기업별노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때 금융노조도 연맹으로 명찰을 바꿔 달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공동교섭 관행은 지켜졌다. 시중은행·국책은행·협동조합 등 업종별로 나눠 공동교섭을 진행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시기에 금융노조는 오히려 큰 분열을 겪었다. 노동자대투쟁 분위기에 힘입어 조직은 활성화됐지만,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4·13 호헌지지 선언으로 보수성과 어용성, 대형 은행 중심의 노조운영에 불만을 품은 보험과 증권 등 중소 금융회사 노조들이 독립을 한 것이다. 조직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대투쟁에 힘입어 한때는 13만명에 육박하는 조합원을 두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은행이 대량 통폐합되고 조합원의 30% 이상이 퇴출되는 비운을 겪게 된다. 이에 맞서 금융노조는 98년 9월 은행의 퇴출과 조합원의 대량해고에 반대하는 연맹 총파업을 처음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동안 파업경험이 전무한 데다, 연맹 조직력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연맹 산하 기업별노조들은 더 이상 기업별노조만으로는 조합원의 고용을 지켜 낼 수 없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기업별노조가 중점적으로 다뤄 온 임금복지 중심에서 고용문제로 관심이 옮겨가게 되었다. 그리고 고용문제에서 정부의 금융정책 향방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결국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응을 하는 방법은 산별조직화밖에 없었다. 

 

2. 산별노조의 성과

 

금융노조의 산별조직화는 급격하게 이뤄졌다. 물론 금융노조의 산별조직화는 어느 날 뚝딱 이뤄진 게 아니다. 금융노조의 산별조직화 필요성과 논의는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있었다. 현재 UNI의 전신인 국제사무전문직노조(FIET) 가맹 회원이었던 지금의 보건의료산업노조·공공운수노조·대학노련·유통노조 등과 함께 수년에 걸쳐 공동교육과 토론회를 열어 왔던 것이다. 축적된 교육과 필요성이 결합돼 산별조직화로 나타났다. 논의그룹 가운데 보건의료산업이 앞서 산별노조로 전환했고, 뒤를 이어 금융노조가 2000년 3월 산별노조를 설립했다. 기존 기업별노조를 대의원대회를 통해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2000년 7월 산별총파업을 시도했다. 정부의 금융정책을 내놓고 붙은 것이다. 이렇게 붙을 수 있는 것은 산별노조뿐이 없었고, 산별노조 힘을 실험하는 첫 파업이었다. 정부가 협상의 상대로 나와 합의서를 썼으니 파업은 성공이었다. 합의내용보다 더 중요한 성과는 금융노동자가 파업을 했고, 앞으로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었다. 

 

금융노조는 산별노조 전환 첫해인 2000년 산별전환 직후 사용자에게 산별단협 체결을 요구했고 총파업이 끝난 후 산별단협을 체결했다. 단체협약 내용은 주요 시중은행의 단체협약 공통점을 모아서 하나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단협 체계를 이원화했다. 

 

본조에서 체결하는 것은 산별협약, 각 지부에서 맺는 보충협약으로 분류한 것이다. 그리고 산별협약이 체결된 이후에 반드시 지부에서 보충협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보충협약은 사업장의 특성과 규모를 고려한 것이다. 금융산별 내에는 2만명이 넘는 조직과 수십 명에 불과한 조직이 있다. 물론 산별협약이나 지부 보충협약의 효력이 같도록 산별단체협약에 정했다. 또 지부 보충협약이 산별협약에 저하되지 않도록 했다. 

 

현재 국내에서 금융노조는 가장 안정된 산별노조다. 단체협약이 150개 조항에 이르는데,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다른 산별노조에서 적어도 수십 년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금융산업의 공공성과 이곳에 배치되는 경영진의 성격, 그동안 기업별노조하에서도 지속해 왔던 공동교섭의 관행을 들 수 있다. 공동교섭 관행 결과 비슷한 근로조건을 규정하고 있는 기업별 단체교섭, 거기다가 더 중요한 것은 산별노조의 의지일 것이다. 산별노조가 안을 만들고 파업을 해서 힘을 보여 주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단체협약이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산별교섭의 결과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산별조직 내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평준화다. 산별 산하 사업장의 업종 성격과 수익의 편차에도 불구하고 산별단협에 의해 노동조건이 일관되게 규율되므로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편차를 줄일 수 있었다.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을 매년 산별에서 정해 줌으로써 사업장에서의 교섭을 예측가능하고 손쉽게 만들어 분쟁을 방지한다. 특히 조합원수가 적어 개별 교섭력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커다란 이익이 될 수 있다. 대형 사업장 역시 사업장의 수익 감소와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임금 동결, 반납 등의 움직임을 산별노조의 가이드라인이 규제해 주면서 노동조건의 항상성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또한 사업장 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정부의 제반정책을 산별만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모든 정책은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을 규정한다. 그러나 기업별노조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에 대안을 만들어 내고 상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갈수록 금융산별에 이러한 정부정책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는 지부의 의견이 쇄도하고 있는데, 이는 산별노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한층 반증하는 것이다. 

 

3. 산별노조의 한계와 과제

 

그럼에도 여전히 금융산별 산하 사업장에는 기간제와 무기계약직과 청소 등 파견노동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조합원을 이루고 있는 정규직과 이들의 노동조건 격차는 크다. 금융사업장은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임금과 고용형태의 축소판이다. 일부 지부가 무기계약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대부분 조직화돼 있지도 않다. 

 

가장 안정적이고 교섭력이 강력한 산별노조를 운영하고 있는 금융노조이기는 하지만 ‘금융노조가 명실상부한 산별노조인가?’ 라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렵다. 물론 이러한 점을 의식하고 있고 명실상부한 산별노조가 되기 위한 방안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인력과 재정 등 모든 게 역부족이다. 

 

현재 산별조직의 중심인 정규직 문제를 풀어 나가기도 바쁘다. 오래 전부터 비정규 문제를 산별의제로 던져 놓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규직 중심이다. 그러니 다른 산별노조나 연맹의 운영이 어떠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계는 전반적인 노동운동과 산별운동을 재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언제까지 정규직 중심의 10% 노동조합운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산별노조운동의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 재편을 위해 주력해야 한다.

 

이것은 노동조합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의 모델인 독일이나 스웨덴의 경우 산별노조와 산별노사관계가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경제체제와 전 국민의 복지와 삶의 질에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의 노동운동을 재편하는 것이 한국사회를 재편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노동운동 내부의 조직적 실천이 우선돼야 한다. 금융노조의 경우에는 현재의 정규직 중심의 조직운영에서 벗어나 관리직·무기계약직·계약직·용역 등 금융사업장에서 노동을 하는 모든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확대하고 단체협약 적용범위를 금융사업장에서 노동을 하는 모든 노동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보험·증권 등 금융업종이 모여 있는 사무금융노조와 통합하고 더 나아가 공공기업노조들과 통합해 대형 산별노조를 기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 글은 공광규 금융노조 정책실장 의 기고입니다. 원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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