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국회대응 2008-10-09   1732

[국정감사모니터링①_노동부]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비뚤어진 비정규직 사랑



10월 6일부터 10월 24일까지 2008년 국정감사가 실시됩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국회 상임위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관련 소관기관 국정감사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시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노동사회위원회는 그동안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온 비정규직 양산에 따른 고용불안 해소책,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 해결책, 장기투쟁사업장 문제해결 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입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국정감사가 될 수 있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봅시다!


12시간여의 국감, 질보다 양으로 승부?

10월 8일(수) 오전 10시에 시작된 노동부 국감은 밤 10시가 지나서야 끝이 났다. 긴 시간 오고간 질의와 응답은 대체로 노동 현안과 정책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지만, 단발성 질의가 주를 이뤄 심도 있는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충분한 토론이 진행되기 어려운 점이 없지 않지만 정부의 답변을 듣기보다는 준비해온 질의서를 읽는데 급급한 의원들의 모습은 이젠 사라져야하지 않을까?


이번 국감을 통해 드러난 노동부와 한나라당의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의지와 접근방식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기륭전자, 코스콤, KTX·새마을호, 이랜드 등 장기투쟁사업장의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발언은 찾을 수 없었다. 최저임금제도와 노동 실태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비롯해 예각적 질의는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참여정부 책임론, 촛불집회 책임론 등 정치적 공방은 여전히 국감의 일부분을 차지했다.



정진섭 의원님, 최저임금이 높다고요?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되어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최저임금이 경제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정의원의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최저임금 상승원인을 노·사간 밀고당기기식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현 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하고 이해관계보다는 경제상황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의원 질의의 타당성은 차치하더라도 노동부 장관과 근로기준국 국장의 최저임금에 관한 인식 수준은 매우 당혹스러웠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것은 옳지 않다. 우선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실질 최저임금임상률은 평균 7.9%로 물적노동생산성(8.1%), 부가가치노동생산성(7.8%)과 비슷한 수준이며,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생산성이 하락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더욱이 2008년 최저임금 실제영향률은 2.4%에 불과해 최저임금이 고용시장을 왜곡시키기는커녕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계층 일소, 임금격차 해소, 소득분배 구조개선’의 목적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질의를 해야 할 실정이다.


유럽연합의회는 최저임금수준을 평균임금의 60% 수준으로 정하도록 권고도 했다는데 국내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008년 현재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787,930원인데 이게 높다고 목소리 높이는 한나라당과 노동부의 행태를 쳐다보고 있자니 한심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최저임금에 관한 정보보기

이영희 장관님, 계약기간 4년 연장하면 비정규직 고용불안이 해소될까요?

국감 당일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겠다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발언이 언론에 알려져 비정규직법 개정에 관한 논쟁이 있었다. 이 장관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의원들은 비정규직법 개정 얘기가 꾸준히 언론에 노출된다고 이장관의 언행이 신중치 못하다고 질타했다.


이 장관은 노동부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전제로 했으나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하는 계약기간 2년이 다가옴에 따라 오히려 계약직 노동자 절반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해고를 당할 처지에 있어, 그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계약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소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이 장관이 신중치 못한 발언을 함으로써 법의 근간을 흔들고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있었다. 또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기간연장은 임시방편에 불과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 장관의 그러한 생각은 매우 위험천만하다고 발언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꼴이다. 이 장관이 진정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다면 정규직 전환이 되도록 기업들을 행정지도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도리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기간연장을 고려하는 이 장관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울 뿐이었다.



장기투쟁사업장 국감장 실종사건

기대했던 장기투쟁사업장에 대한 문제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도 않았다. 기륭전자, 이랜드, KTX, 코스콤 등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장기투쟁사업장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노사 자율적 해결만을 강조한 채 뒷짐만 지고 있는 노동부를 질타하는 의원들은 없었던 것이다. 다만 삼성반도체 노동자들 중 백혈병 발병률이 높은 것이 작업장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질의만 충분히 이뤄졌을 뿐이다. 노동부 역시 천일 넘게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마련의 의지가 없었다. “기업에 일이 나면 나설 정부기관 많지만 노동자에게 일이 생기면 노동부가 나서야 하지 않냐”고 누군가가 말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이면서 도리어 그나마 힘겹게 합의해 마련된 비정규직법 근간은 뒤흔드는 노동부의 모습은 노동자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 뿐이었다.



새 일자리 감소 네 탓만!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새 일자리의 양이 지난 몇 년간 30만여 개였다가 올 상반기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에 대한 책임이 참여정부에 있는지 이명박 정부에 있는지에 대한 정치적 갑론을박이 있었을 뿐이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이영희 장관은 올 상반기 일자리 수가 반토막이 난 것은 참여정부의 ‘친노동자적’ 정책의 악영향이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이고, 세계경제 악화 때문에 심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한 반박의 날을 세웠다. 하지만 정작 국민이 듣고 싶었던 것은 앞으로의 일자리 창출 계획이 아니었을까?



의원님들, 부정수급 말고 사회안전망 구축에 관한 대책은 궁금하지 않나요?

노동부가 지급하는 각종 수당과 보험급여 부정 수급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의원들도 많았다. 부정수급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의 문제는 인정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사회보험이나 복지제도가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을 좀 더 확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질의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한켠에 남았다.



하늘의 별따기 국감장 방청

한편, 노동부 관련 첫 국감은 국감장에 들어가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방청허가는 국감 당일 국감장에 도착해서야 확인이 가능했고, 방청 가능 인원수도 매우 적어 결국 허가를 받지 못했다. 모든 국민에게 열려있어야 할 국감이 인터넷의사중계도 되지 않는데 직접 방청하기 위해 온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같은 건물에서 국감이 있었던 기획재정부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노동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국정감사가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정책질의도 중요하지만 국감 접근성부터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여담으로 전한다.



말! 말! 말!

○ 국감을 통해 의원들이 지적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발언
– 비정규직 계약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면 비정규직 고용불안 해소될 수 있다.
– 최저임금이 오히려 근로자의 고용에 어려움을 야기한다.
– 비정규직은 나쁜 일자리가 아니라 덜 좋은 일자리일 뿐이다.
– 비정규직 없는 사회는 사회주의다.


강성천 의원(한나라당)→의원정보바로가기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에 동의하는 이 장관에게) 법 원칙을 그렇게 쉽게 바꿔서는 안된다. 기간 연장하면 법 기반을 흔드는 것이다. 장관님 말 한마디에 노동계가 일희일비한다.



○ 원혜영 의원(민주당)→의원정보바로가기
(08년 상반기 일자리 창출 감소의 탓이 참여정부 탓인지 이명박정부 탓인지 공방 하다가 이 장관이 새정부 책임이 아니라는 발언 후) 일자리창출의 주무장관이 (새 일자리 감소 원인을) 정치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상당히 실망스럽다. 보통 세상일을 내탓을 전제로 한 뒤 전 정권 탓, 세계경제 탓도 하기 마련이다.


○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의원정보바로가기
(알리안츠 지점장 노조가입과 관련해 노동부 장관의 견해가 1심 판결과 다르게 나왔음에도 3심까지 지켜보겠다는 이 장관의 발언 후) 유난히 법을 강조하시는데 법 지키게 하는 건 검찰, 법원에서 잘하고 있다. 노동자에 도움이 되어야할 노동부가 이래서 되나, 그럼 법원 가서 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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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노동위원회 노동부 국정감사 일정


10월 7일 10시: 노동부
10월 13일 14시: 대전지방노동청
10월 14일 14시: 광주지방노동청
10월 15일 16시: 부산/대구지방노동청
10월 17일 10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10월 17일 14시: 서울지방노동청, 경인지방노동청
10월 20일 10시: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산업안전공단
10월 20일 14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한국노동교육원, 한국고용정보원, 한국산재의료원, 학교법인 한국폴리텍, 한국기술교육대학교
10월 24일 10시: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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